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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법정

운영자 2010.04.27 16:00:11
조회 480 추천 0 댓글 0

 길다란 나무의자로 된 방청석의 의자에 사람들이 빈틈없이 들어차 있었다.의자뿐 아니라 그 뒷면의 좁다란 통로에도 사람들이 마치 만원버스속 처럼 촘촘이  끼어 서 있었다.법대 한 구석에 서 있던 정리가 방청석을 향해서 “증인으로 오신분 손들어 보세요”하고 소리친다.그러자 사람들 틈에 끼어 서 있던 몇몇 깨끗하게 차려입은 이십대 미녀형의 여자들이 번쩍 손을 치켜든다.정리가 자리에 돌아가 조그만 책상위에 놓여 있는 용지를 가지고 와 그들에게 머리위로 나누어 준다.증언 선서서와 여비영주증이다.예쁜 여인들이 무슨증언을 하기 위해서 왔는지 몰라도 줄줄이 늘어서서 자기의 증언차례를 기다리는 것이다.재판장의 정면 앞쪽에 텁수룩한 뒷머리가 보이는 이십대의 청년 하나가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었다.


  “증인 이옥순 나오세요”

 재판장의 호명이 있었다.푸른 티셔츠를 베이지색 쟈켓속에 받쳐 있은 계란형의 미인하나가 숨쉴틈 없이 빽빽히 서 있는 사람들 사이를 간신히 비집고 나와 증언석으로 향했다.변호사대기석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저렇게 대접 못받을 증인이라면 차라리 나오지를 말지’하는 생각이 들었다.결국 증언이란 자기의 시간과 일을 포기하고 국가에 대한 의무를 하기 위해서 나오는 것이었다.나라가 증인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소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녀가 증언석에 올라가 앉았다.


  “증인 앞에 있는 피고인이 없는데서 증언을 할 수도 있습니다.앞에 있는 피고인의 얼굴을 대하기가 껄끄러우면 다른 곳에 가서 증언해도 됩니다.어떻게 하겠어요?”

 재판장이 증인의 뜻을 물었다.대개의 증인들은 자기가 범죄사실을 증언하려는 피고인이 앞에 있는 경우 말을 하고 싶어도 그 눈초리가 무서워 겁을 집어 먹는 수가 많은 까닭이다.


  “네 괜찮습니다.이자리에서 증언을 하겠습니다.”

 그녀는 또록또록한 목소리로 말했다.흰얼굴에 짙은 일자눈섭의 미인형으로 보이는 이십대 아가씨였다.


  “증인 지금 저기 있는 피고인은 지난번 심리때부터 증인을 강간하지 않고 증인이 스스로 그를 침대로 데려가 성교를 했다고 하는데 당시의 상황이 어떤지 다시 한번 말해볼 수 있어요?”

 “네 저는 결혼한지 얼마 안되는 데 마침 남편이 출장을 갔어요.남편이 출장을 간 날 저사람이 밤중에 칼을 들고 내방으로 들어왔어요.정말 겁이 났습니다. 저사람은 다짜고짜 저의 목에 칼을 대고 꼼짝을 못하게 한 채 입고 있던 바지를 벗겨 내렸습니다. 저는 그 순간 그에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랬더니 저사람은 경계심이 느슨해 지는 것 같았어요. 칼을 저의 목에서 떼는 거예요. 저는 웃으면서 그 사람의 손목을 잡고 그 칼을 뺏었어요. 저의 웃는 얼굴에 안심이 되는지 저 사람은 순순히 칼을 저에게 주더군요. 어둠 속에서 안보였던 얼굴이 점차 눈에 들어오는데 아래에 세들어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칼을 뺏어들고는 곧바로 열려있던 창 밖으로 던져버렸습니다. 그는 내가 응한다고 생각했는지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 순간 소리를 치면서 저 사람을 붙들고 늘어졌습니다. 그 소리에 놀란 다른 사람들이 저의 방으로 오게되고 그 바람에 저 사람이 잡히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침착하게 강간당할뻔 했던 날 밤의 일을 조리있게 설명했다. 그녀의 증언을 듣고 있던 피고인은 고개를 푹숙인채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다.


  “어때 피고인 윗 층에 사는 결혼한 여자가 순순히 응한 것이지 자기는 강간하려고 하지 않았다더니? 어디 할 말이 있으면 해 봐!”

 재판장은 피고인에게 힐난조로 질문을 던졌다.


  “-------”

 피고인은 비로서 침묵으로서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고 말았다.


   “증인 수고했어요 돌아가세요.”

 그녀는 증인석에서 침착하게 일어났다. 그리고는 정리로부터 증인여비가 든 흰봉투를 받아들고 총총히 법정문을 나섰다. 피고인 석에는 그 사이 다음 순서의 피고인이 한복의 죄수복을 입고 앉아 있었다. 그 역시 강간으로 기소되어 있었다.


   “증인 김미순씨 앞으로 나오세요”

  증언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던 여자중의 한 사람이 증언석으로 가서 앉았다. 역시 강간당한 피해자로 증언을 하러 나온 것이다. 재판장은 역시 조용한 곳에서 증언을 할 것이냐의 의사를 물었다. 그녀 역시 법정에서 당당히 증언하겠다고 말했다. 검사의 신문이 시작되었다. 


  “증인은 다니던 회사의 경리고 저기 피고인은 운전기사였지요?”

 “네”


  보통키에 아담한 체구를 가진 그녀는 들일듯 말듯한 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곧 이을 자신의 얘기에 수치심을 느끼는지 볼이 붉어지는 것 같았다.


  “저기 있는 피고인이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차에 태워서는 다른 곳에 가서 증인을 강간한 사실이 있지요?”

 “네”


  “마치겠습니다”

 검사는 간단히 신문을 마쳤다. 재판장이 이번에는 변호사에게 반대신문 할 것을 명했다. 퉁퉁한 체구에 대머리가 까진 오십대 말로 보이는 변호사가 좌석에서 서서히 일어섰다. 갈색의 안경테 속으로 보이는 찢어진 눈이 반들거린다. 증인으로 나온 여자를 세심히 관찰하는 눈빛이다.


  “증인은 입사시부터 저기 있는 피고인과 용인의 자연농원을 여러차례 간 사실이 있다고 하는데 맞나요?”

 “네”


  “증인은 퇴근할때 종종 피고인이 운전하는 차를 얻어 탄 적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사실이지요?”

 “네”
 

 그녀는 변호사의 신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점차 알아차리는 것 같았다. 그녀의 표정에서 유도신문에 말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서서히 떠오르는듯 했다.


  “이번 사건에서 강간을 당한 장소가 여관인데 증인은 여관까지 따라가지 않았나요? 그리고 피고인과 함께 방에 들어갔을때 주인여자가 물주전자와 수건을 가지고 들어왔다고 하는데 증인은 정말로 정조를 생명같이 여겼다면 그쯤해서 단 한마디 ‘아주머니 살려주세요’하는 한마디만 했더라면 강간을 당했을까요?”

 변호사는 쏘는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서 무언가 억울한 표정이 흘러나왔다.


  “저는 정말 저항할수 없는 사유가 있었습니다. 직접 폭행이나 협박을 당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회사 내에서 그의 말을 듣지 않으면 안될 저의 입장이 그렇게 상황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 입장이라는 걸 말할수는 없지만 정말 그건 강제보다 더 무서운 협박이었습니다...”

 그녀의 말속엔 무언가 그녀의 약점을 미끼로 몸을 요구한 운전기사의 간교함이 들여다 보였다. 변호사는 그녀의 약점이라는 사항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았다.


  “증인 이렇게 신문하는 것이 피고인이 절대 잘했다는게 아닙니다. 그러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증인에게 미안하지만 안물을수가 없습니다. 한가지만 마지막으로 더 묻겠습니다. 증인은 이사건 이외에도 저기 피고인이 모는 차의 뒷좌석에서 여러번 섹스를 한 사실을 인정합니까?”

 “...”


  그녀역시 침묵으로 그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사실심리가 그녀의 증언으로 끝이나고 재판장이 검사에게 ‘의견진술하시죠’하고 말했다. 검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징역 5년을 구형합니다.”

 재판정의 한쪽 모퉁이에 있는 피고인대기실에는 수갑을 찬 강간범들이 순서를 기다리느라고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방청석 뒷쪽에는 역시 강간을 당한 미녀들이 예쁘게 옷을 차려입고 증언을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도 먹지 못하고 계속 재판을 하는 재판장의 짜증스러운 모습이 선연히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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