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감옥과 무덤

운영자 2010.05.20 10:04:54
조회 243 추천 0 댓글 0

  사도 바울이 로마에서 잡혀 있었다는 지하감옥에를 들어가 본 적이 있다.돌로된 좁은 계단을 돌아 내리니 한구석에 다섯평가량 되어 보이는 지하의 음습한 공간이 있었다.육중한 돌을 직육면체로 깍아 바닥이며 벽이며 만든 감옥에는 눅눅한 습기가 아직도 가득했다.지하의 서늘한 냉기를 먹고 벽밑둥에는 이끼가 자라나고 있었다.이슬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천장에는 맨홀뚜껑만한 구멍이 있었고 거기에 쇠로된 창살이 아직도 덮여 있었다.그 구멍을 통해 손바닥만한 햇볕이 지하감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바닥 한 구석에는 바울을 족쇄로 연결해 묶어 두었던 돌기둥이 아직도 원형 그대로 남아 있었다.바닥 한 쪽의 조그만 연통모양의 구멍에는 맑은 물이 찰랑찰랑 고여 있었다.마르지 않는 샘이라는 것이다.사도 바울은 그 물로 같이 있던 죄수들에게 세례를 주었다고 한다.지금도 그 감옥에 사람이 들어간다면 한달을 못배기고 병이걸려 죽을 것 같았다.서울에서 죄수를 만나기 위해 드나들던 감옥을 비교해 본다.그래도 우리나라의 감옥은 지상에 세워져 있다.햇볕을 마음껏 쪼일수 있는 시간이 있다.운동시간도 있다.행형법에 의해 감옥이지만 인간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이 보장된다.책도 볼수 있고 음식도 어느정도 개인돈으로 사먹을 수 있다.그렇게 본다면 바울이 들어있던 곳은 감옥중의 감옥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약성경을 보면 바울은 로마의 감옥에 있으면서 곳곳에 있는 교회에 보내는 전도서를 쓴다.성경에 나와있는 전도서의 대부분이 바로 그 감옥 안에서 씌어진 것들이다.그리고 바울은 바로 로마의 음습한 감옥안에서 가장 짙은 감사를 느끼고 있다.


  나는 바울이 앉았던 자리에서 감히 기도를 해 보았다.이 세상에서 어떤 고통을 받는다 해도 바울의 감옥보다는 낳을 것 같았다.바울이 죄인들에게 세계를 주던 물을양손바닥사이로 담아 얼굴에 묻혀 본다.타임머신을 타고 로마시대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다.지하감옥에 있던 모자가 굶주린 사자가 날뛰는 원형경기장으로 끌려 나온다.수만의 군중이 굶주린 사자에게 기독교인이 잡혀먹는 광경을 보기 위해 흥분해 있다.피에 굶주린 것이다.어린 아이는 다가오는 사나운 사자를 보면서 ‘엄마 무서워’한다.아이의 엄마는 ‘아가야 조금만 참아라 그러면 곧 밝은 세상이 온단다’하고 아이를 꼭 끼어 안는다.엄마와 아기는 굶주린 사자를 통해서 천국으로 올라갔다는 얘기를 생각하면서 나는 바울의 감옥을 나왔다.


  로마시대 만든 세계로 통하는 길을 따라 이십여분쯤 버스로 가다보니 길이 두갈래로 갈라져 있다.그 길 옆에 세워진 조그마한 건물 앞에 작은 글씨로 쿼바디스 도미네란 글자가 적혀져 있었다.기독교 박해를 피해 사도들이 로마를 빠져나오다가 주께 간구한 장소라는 것이다.오른쪽 길을 택해 얼마를 가다보니 로마근교의 얕은 언덕에 이르렀다.파란 잔디사이로 보랏빛 들꽃들이 예쁘게 피어나 있다.언덕 전체에서 아늑하고 따뜻한 기운이 서려 나오는 것 같았다.그 언덕의 깊은 땅 속이 바로 카타콤이라는 것이었다.기독교 박해가 있자 로마의 기독교신자들은 주일이면 근교에 지하공동묘지로 쓰던 장소를 택해 예배를 들였다.아무도 모르게 지하묘지의 미로같은 굴속으로 들어가 의식을 진행한 것이다.일부 기독교인은 아예 그 암흑의 지하묘지 가운데 흙을 파서 공간을 만들어 놓고 기거하면서 주님께 예배를 들이는 일로 일생을 마치기도 했다고 한다.


  카타콤의 거미줄 같은 미로를 걷다보니 벽은 온통 오층 육층으로 사람의 시신이 들어간 구멍들로 층을 이루고 있었다.지하의 응회암을 긁어서 만든 어느 방으로 들어가니 초기 기독교신자의 시신이 들어있는 석관 두개가 나란히 있었다.


  관안을 들여다 보았다.한쪽 관안에는 무릎관절과 상박골 한쪽만 누르스름하게 남아있고 나머지 뼈는 모두 삭아서 재가 되어 있었다.뼈가 삭아서 재가 모여있는 자리만이 희미하게 사람의 모습을 알려주고 있었다.머리카락도 아주 오래되면 변질이 되는지 검은 플라스틱덩어리모양으로 엉겨붙어 있었다.

  나머지 다른 관을 들여다 보았다.그시대지만 썩지 않도록 염습을 할 때 상당한 신경을 썼는지 아직도 썩지않은 시체를 감은 포장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그러나 그 포장 속에서 시신은 몇줌의 거무스름한 재의 덩어리로 온통 퍼져 있었다.


  암흑속에서 신념을 지키다 죽은 그들의 인간적인 절규가 그 관속의 시신을 통해서 뼈마디마디 전해져 오는 것 같다.몇십미터 지하의 서늘한 냉기를 타고 그들의 간절한 믿음이 폐부 깊숙이까지 들어오는 것 같다.


  다시 지상으로 나온다.작열하는 태양이 화살같이 얼굴에 내려 꽂힌다.사람이 죽은 다음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돈 명예 지위 그런것들 보다는 강철같이 굳은 신념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우주공간에 그대로 남았다가 알지 못하는 통로를 따라 후세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것 같았다.역시 강한 믿음만이 사람들을 자유롭게 그리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175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차우셰스쿠가 부러워한 북한 운영자 10.06.15 306 0
174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당원자격은 정상참작 사유 운영자 10.06.15 158 0
173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검사와 비슷한 변호인 운영자 10.06.15 154 0
172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요식행위인 재판제도 운영자 10.06.10 162 0
171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영장 없이 언제나 체포 [2] 운영자 10.06.10 205 0
170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처형방법에서도 독창성 주장 운영자 10.06.10 234 0
169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북한 형법교과서의 사형이론 운영자 10.06.10 241 0
168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법 위에 당, 그 위에 김일성 운영자 10.06.08 204 0
167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믿을 만한 통계 없어 운영자 10.06.08 155 0
166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보위부의 살인공작, 고문‧처형 운영자 10.06.08 316 0
165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정치범 사형은 국가보위부 재량 운영자 10.06.03 328 0
164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한 여교사의 신앙증언 운영자 10.06.03 340 1
163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군인도 공개처형 [1] 운영자 10.06.03 406 0
162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한국 노래 불렀다고 인민재판 운영자 10.06.03 199 0
161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경제범 공개처형 빈번 운영자 10.06.03 226 0
160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학생까지도 공개재판 대상 운영자 10.06.03 201 0
159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풍기문란자 공개처형은 전통 운영자 10.06.01 485 1
158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조총련 상공인 위해 여배우 처형 운영자 10.06.01 1300 1
157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즉결처형이 지금도 있는 나라 [1] 운영자 10.06.01 620 0
156 이혼 두번하면 벌금 5천 원 - 입양제도의 부활 운영자 10.05.27 130 0
155 이혼 두번하면 벌금 5천 원 - 당 간부들 대거 이혼하기도 운영자 10.05.27 222 0
154 이혼 두번하면 벌금 5천 원 - 가족법 제정의 의미 운영자 10.05.27 624 0
153 이혼 두번하면 벌금 5천 원 - 대동강변 李家村의 몰락 운영자 10.05.27 293 0
152 굳세어라, 보리 문둥이 운영자 10.05.25 253 0
151 미움받는 유태인 [1] 운영자 10.05.25 433 2
150 추억상속 운영자 10.05.25 232 0
149 리히텐 슈타인 왕국 운영자 10.05.20 289 0
감옥과 무덤 운영자 10.05.20 243 0
147 괴테 호텔, 단테 집 운영자 10.05.20 282 1
146 뺑소니 [1] 운영자 10.05.18 239 0
145 월부장사 [1] 운영자 10.05.18 272 0
144 간이 바뀐 친구 운영자 10.05.18 234 0
143 뚝방옆 전과자 교회 운영자 10.05.13 242 0
142 사진관 변호사 영감 운영자 10.05.13 282 0
141 엄마,합의합시다. 운영자 10.05.13 276 0
140 뜨거운 감자 운영자 10.05.11 249 0
139 변호사와 사기꾼 [1] 운영자 10.05.11 432 2
138 두 얼굴의 미인 [1] 운영자 10.05.11 469 2
137 앳된 판사와 심통난 늙은 피고 [1] 운영자 10.05.06 432 1
136 한심한 대리인 운영자 10.05.06 248 0
135 양자 빼 주세요 운영자 10.05.06 239 0
134 벙어리 증인 운영자 10.05.06 244 0
133 복대리(複代理) 운영자 10.05.06 280 0
132 약 좀 먹게 해줘요 운영자 10.05.06 243 0
131 임신한 여죄수 [1] 운영자 10.04.29 637 1
130 야! 가라 가! [1] 운영자 10.04.29 282 0
129 큰일낼 여자네 운영자 10.04.29 371 0
128 직접 실험해 보시죠 [1] 운영자 10.04.27 372 1
127 미녀와 법정 운영자 10.04.27 480 0
126 아마데우스 [1] 운영자 10.04.27 251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