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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 바뀐 친구

운영자 2010.05.18 15:11:54
조회 233 추천 0 댓글 0

  K라는 고교동창이 간이식수술을 받기 위해 미국으로 갔다는 소리를 풍문으로 들은적이 있었다.  병원비가 엄청나게 비싸 가지고 있던 전재산을 다 털었는데도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약간의 부동산이 있었지만 급하게 팔려고 하니 간값에는 턱없이 못미쳤다는 소리도 들었었다.  성공여부가 불투명한 채 그는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팔아 환자의 몸으로 미국으로 실려 갔었다.  동창들 모두는 그의 삶을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한 현대이지만 외국인의 간이 과연 동양인에게 이식되었을때 결국은 거부반응으로 그는 죽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마음으로 안스러웠지만 정작 그의 마지막에 아무런 위로의 기회를 가지지 못했었다.  그런 그를 얼마전 동창회에서 만났다.  별로 볼 기회가 없었던 그가 청주에서 일부러 동창회에 참석하기 위해 올라왔던 것이다.  옛날에는 간경화로 숯같이 새까맣던 얼굴빛깔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눈빛도 마치 어린아이모양 천진스럽게 변해 있었다.  어딘가 모르게 예전과는 다르게 달관한 모습을 하고 있는듯 했다.


  그는 죽음을 눈앞에 두었던 경험을 나에게 이렇게 얘기해 주었다.  간경화증세가 간암으로 바뀌면서 극심한 고통이 올 때 그는 차라리 죽는 것이 훨씬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만사가 귀찮고 죽을 운명이라면 차라리 빨리 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한다.  다만 모든 생활의 에너지가 빠진 몸으로는 자살조차 할 수 없더라는 것이었다.  그는 막상 죽음을 눈앞에 두고 과연 신이 있는가를 절실히 묻게 되었다고 했다.  창조주가 있고 다음 세상이 있다면 보다 안심하고 이승의 다리를 건너갈 수 있을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병상에서 몸과는 반대로 점점 맑아져 가는 의식 속에서 아무리 확신을 가지려 해도 신이 계신가에 대해 해결이 나오지를 않더라는 것이었다.  죽음의 냄새가 바로 코앞에 있어도 모르겠더라는 것이었다.  이미 삶에의 의지도 그렇다고 죽음에의 각오도 철저하지 못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었다.  순간순간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이세상에 대한 저주와 악담을 했다.  하고보면 자신도 전혀 의식하지 않았던 저주가 깊은 무의식의 세계에서 이 세상을 향해 오물처럼 토해지더라는 것이었다.  의식이 들때면 내가 그런 마음을 품어 본 적이 없는데 왜 그런 모진 저주까지 했을까 하는 자책마저 들곤 하더라는 것이었다.  그는 거기서 저주하는 자기가 자신이 아니고 악마임을 막연하지만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천사와 악마가 마음속으로 번갈아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것 같았다.  그는 차라리 집으로 돌아와 모든 것을 체념하고 방안에서 누워있게 되었다.  어느날 밤이었다.  항상 혼곤한 피곤속에서 손끝하나 움직이기 귀찮아 하는 그에게 꿈결에서 어린 아이들이 두런 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눈을 떠서 시계를 보니 새벽 한시였다.  그는 약간 열려진 틈으로 거실에서 새어 들어오는 촛불의 빛을 보았다.  그는 온몸의 힘을 짜내어 거실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거실 한구석에서는 어린 아들과 딸이 촛불을 켜놓고 그앞에 무릎을 꿇고 고사리 같은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었다.


  「주님 우리 아빠를 살려주세요. 사랑하는 우리 아빠를 데려가지 마시고 우리와 함게 있게 해주세요. 아빠만 우리하고 있게 해 주시면 주님이 원하시는 일이면 무슨 일이든지 하겠습니다. 우리아빠는 좋은 사람입니다----」


  아이들의 절실한 기도는 한참이나 계속 되었다.  그는 비로서 아직 아빠의 무릎에나 앉고 응석부릴 나이의 자기 아이들이 어느새 철이들어 하루도 빠짐없이 아빠를 위해 새벽한시면 일어나 촛불을 켜놓고 기도하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굴러 떨어져 내렸다.


  「아! 하나님 삶이 고통스럽다 해도 결국 행복이란 사랑하는 사람들과 비비적 거리며 함께 하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 진실한 기쁨이었음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살려 주십시오」


  그는 떨어지는 눈물 속에서 자기가 살아야 할 절실한 의미를 알게 되었다.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지옥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 철저히 혼자가 되는 것이 아닐까 비로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든 것을 뒤에 놔두고 혼자만이 있게 될 것 같은 죽음의 세계 그것이 바로 지옥일 것 같았다.


  그는 전재산을 팔아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누구인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의 간을 이식받는 수술에 성공을 했다.  수술을 한 이후에도 그는 오랫동안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이 병원에서 지냈었다.


  이런 말들을 하는 그는 인생을 달관한 진실 그 자체의 모습인 것 같았다.  조금의 감정의 과장조차 섞여 있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게 이런 말을 하고 동창회장을 떠나갔다.


  「미국에서 수술을 하는 바람에 재산도 다 없어지고 사업도 안돼.  그렇지만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좋은 사람과 만나 얘기를 할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세상은 살만하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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