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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미인

운영자 2010.05.11 14:16:53
조회 468 추천 2 댓글 1

  겨울이 가는듯 하다가 마지막 안간힘을 쓰는 삼월 어느날이었다.재판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처음보는 여인이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둥근얼굴에 커다란 눈을 가진 그여인은 흔히 맏며느리감이라고 일컫는 약간의 미인형이었다.그녀는 머뭇머뭇하면서 공손한 자세로 내방으로 들어왔다.


  “변호사님 교회에 같이 있는 한집사님한테 소개 받고 찾아 왔습니다.도와주십시오” 
  그녀는 곤혹을 당하고 있는 여자답게 퍽이나 초조하고 불안해 하는 눈치였다.어디를 보나 잘못을 할 것 같지 않고 오히려 당하고만 살 인상이었다.그녀가 말한 억울한 사정은 대충 이랬다.그녀는 시장에서 조그만 점포를 하다가 그만 두었다고 한다.그런데 점포를 할 당시 상인들이 한 낙찰계에 가입했다가 가게가 안되어 그만두는 바람에 잠시 집에 있었는데 계주가 자기를 사기꾼으로 몰아 고소를 하는 바람에 쫓겨다닌다는 것이었다.정말 억울하다고 하면서 그녀는 아이를 국민학교에 진학시키지도 못하고 불안에 떤다는 것이었다.그러면서 주님이 이곳으로 인도했다는 것이었다.하던 가게가 망해 돈도 없다는 것이었다.우선 동정이 앞섰다.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그녀를 안심시켰다.며칠후 그녀는 변호사로서는 세금만 간신히 낼 정도의 소액을 가지고 와서 성의껏 준비해도 그것이 다라고 사정을 했다.나는 그마저도 과분한 것 같았다.돈에 구애를 받지 않고 열심히 그런 일을 돕는 것이 주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검찰청에 재수사를 신청했다.사건이 밀려서인지 바로 재기수사가 되지를 않고 상당한 시일이 흘렀다.재수사를 요청하는 절차는 현실로 검찰에서 별로 반가와 하지 않는 것 같다.소환할 때 피의자가 그에 응하지 않아 지명수배를 내려놓고는 그 기록을 사건창고 깊숙이 박아 놓는다.그런 사건이 한두개가 아닌 것이다.그런데 그중 특정한 것 만을 빼내어 다시 담당검사를 배정하고 다시 수사를 하는 절차를 사실상 번거로워 하는 것이다.사무장을 여러차례 보내어 혀굽은 소리를 하게 하기도 했다.드디어 담당검사가 배정이 되었다.나는 변호사로서 그 여자의 사정을 정확히 수사검사에게 밝혀주면 별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무혐의가 될 것으로 확신을 가졌다.어느날 담당검사를 찾아갔다.


  “그렇지 않아도 수사재기신청을 하셨길래 오시기를 기다렸습니다.제가 판단하기에는 이여자는 바로 구속을 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아주 교활한 여자 입니다”

  담당검사는 아주 입맛이 쓰다는 표정이었다.나는 생각했던 바와는 전혀 의외의 말에 놀랐다.그 착하고 순해 보이기만 하는 여자를 생각하니 아무래도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제가 당사자와 상담해 본 바에 의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무슨 말씀인지 정확히 사실관계를 말씀해 주시지요.”

  “이 여자는 다른 한 여자와 함께 시장에서 낙찰계를 타자마자 그대로 내빼버렸습니다.곗돈을 타자마자 연락을 끊고 종적을 감춘 것은 아무리 좋게 해석하려해도 오해받기 십상입니다.그렇지 않겠습니까.최소한 근처가게의 친한 사람이나 계원에게 전화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그런데 이여자는 교묘하게 도망을 쳐서 잡히지를 않았습니다.대신 다른 한 여자는 잡혀 조사를 받았는데 법원에서도 사기성이 인정되어 징역1년을 살고 나갔습니다.법원에서는 그래도 전과가 없고 악성이 없으면 관대하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이 보통인데 실형을 살았다면 그만큼 정상이 나쁘다고 확신한 것 아니겠습니까? 더구나 이여자는 일년전에 독자적으로 수사재기신청을 본인이 한 적이 있습니다.그 때 와서 조사를 받다가 구속이 될 눈치니까 그자리에서 또 도망을 가버린 사실마저 있습니다.그런데 이번에는 변호사님을 통해 거짓말을 해서 또 수사재기신청을 하는 겁니다.검사 입장으로는 공범인 여자가 징역1년이라는 실형을 받은 것과의 형평으로 보거나 이여자의 명확한 사기성으로 보거나 간에 구속시켜야 한다는 생각입니다.다만 변호사까지 선임되었는데 구속이 됐다면 곤혹을 당하실 것을 생각해서 지금 집에 수사관을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검사의 태도는 진지하고 정직한 것 같았다.게다가 한 수 앞을 내다보고 변호사의 입장까지 고려해서 신중하게 시간을 끌어주는 것에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변호사님이 그 여자를 움직이셔서 어떻게 해서든지 고소인과 합의를 해 보게 하시지요 그러면 저도 선처할 여지가 생기게 되니까 합의만 하게 하시면 돕겠습니다”

  검사는 어떻게 해서든지 도와줄 방법까지 강구해 주기도 했다.이런 검사만 있다면 변호사업이 낙원이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며칠후 그 여자를 사무실로 오게하여 내가들은 얘기를 솔직하게 해 주었다.그러면서 일년전에 혼자 재수사를 요청했다가 도망을 했던 것을 왜 말해주지 않았느냐고 물었다.그 여자는 그런 적이 없다고 딱 잡아 떼었다.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뭔가 이제는 내막을 들켜버렸다는 빛이 역력히 떠오르기도 했다.그녀는 합의안하고 어떻게 안될까요 하고 내게 마지막 가능성을 타진했다.그러면서 안되는게 어디있겠느냐는 투의 비웃음이 슬며시 나오는게 엿보였다.


  일주일 후였다.사무실로 출근하니 그 여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의외로 처음의 천사같고 아련하던 표정과는 달리 표독스러운 인상을 하고 있었다.눈에서는 살기마저 돌고 있는 것 같았다.그녀는 오랫동안 계획한듯 입을 열었다.


  “변호사를 돈주고 산 것은 안되는걸 되게 해달라고 한게 아닌가요.변호사님이 한게 뭐있어요 검사를 돈이라도 주고 내가 감옥에 들어가지 않게 해야 할 게 아니예요 아무튼 일을 한게 아무것도 없으니 준 돈을 전부 돌려주세요 원 나 참 능력도 없는 변호사 때문에 내가 쓸데없이 이렇게 변호사사무실로 몇번이나 걸음을 해야 하겠어요?”

  그녀는 그렇게 앙칼지게 몰아부쳤다.온몸에서 찬바람이 씽씽 일었다.나는 순간적으로 진실과 성의에 대한 배신감과 공허를 느꼈다. 변호사 보수 규정에서 받으라는 돈의 몇분의 일에도 못미치는 돈을 받기는 받았다.그러나 수입만을 생각하고 사건을 수임했더라면 세금에 미칠까말까하는 그 여자의 사건은 결코 맡지를 않았을 것이다.쉽게 말하면 발삯도 나오지 않고 공짜로 봉사해 주고는 뺨까지 맞은 격이었다.


  “담당검사나 변호사의 성의나 진실을 매도하지 말고 차라리 본전생각이 나니 돈을 돌려달라고 하십시오 정말 어렵다면 제가 더 보태서라도 드립니다.돈받을 생각에 억지로 꼬투리를 잡는 그런 행동 좋다고 생각합니까?”

  나는 성의를 철저히 저울질하고 매도하는 그녀에게 진심으로 그렇게 답해 주었다.


  그리고는 돈을 전부 돌려 주기로 약속하고 말았다.이미 마음의 빗장을 걸어닫은 여자와 더이상 왈가왈부하며 진실을 설명해 주기조차 싫었던 것이다.


  온가슴이 마치 더러운 매연으로 가득찬 것 같이 답답했다.나는 사무실옆에 있는 법원 뒷담쪽으로 산책을 나갔다.방금 어디선가 재판을 마친 듯한 사람둘이서 자기네기리 하는 소리가 우연히 귓전에 들려왔다.


  “변호사는 말이야 아무리 힘썼더라도 사건에서 지면 무조건 찾아가서 돈달라고 떼써보는 거야.대부분 책상물림만 한 샌님들이라 시끄러울 것 같으면 꼼짝없이 돈을 내놓고 말거든 안주면 그만이지만 그렇게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하는 거야”

  나는 그말을 들으면서 허허롭게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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