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본 광경이다. 도로 한가운데서 작고 왜소한 한국 청년하나가 찦짜에 탄 이태리 군인과 말다툼을 심하게 하고 있었다. 키가 크고 덩치가 우람한 이태리인은 얼굴이 벌개진채 그 청년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치고 있었다. 곧 내려서 한방 갈길 기세였다. 그런데 이청년은 도무지 겁이 없어 보였다. 도로 중앙에서 한발자국도 후퇴하지 않고 다부지게 덤벼들고 있었다. 그 뒤로 수많은 차들이 클랙션을 눌러대며 아우성이었다. 이윽고 이태리 군인은 지친듯 차를 타고 가버리고 말았다. 한국 작은고추의 승리였다.  구경하던 나는 대견해서 이십대 쯤인 그 청년에게 연유를 물었다. 내용은 이랬다. 그는 경주에서 로마로 금속세공을 공부하러 간 유학생이었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로 한국인 관광 안내를 하는 중이었다. 정차장소를 찾지못했던 한국인관광객을 태운 버스는 할 수 없이 로타리부근 중앙의 횡단보도 앞에서 섰다. 낯선 외지에서 주눅들인 우리 관광객은 뛰어서 횡단보도를 건넜다. 횡단보도에서 뛰는 것은 우리 뿐이었다. 그 청년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중앙에서 밀려드는 차들에 손을 들며 양해를 구하고 있었다. 채 일분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차해 있던 찦차에 탄 군인 하나가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쳤다. 자기네 국민이라면 끝가지 참았을 것이었다. 화가난 그 청년은 각오를 하고 따지며 덤벼든 것이었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사십이 넘은 우리세대가 외국에서 자신감있게 그렇게 잘못된 것을 따질수 있을가 생각해 보았다. 우리세대는 어려서 부터 알게 모르게 외국이라면 주눅이 들어왔다.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보릿고개 얘기를 들으면서 물질이 풍요한 외국을 유토피아로 착각했던 적도 있었다. 스스로를 낮추었고 상대를 필요이상으로 높이 평가 했었다. 외국이 우리를 어떻게 가지고 놀든 그저 나와 우리 가족만 좋은 집에서 잘먹고 잘입으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에 빠져 있기도 했었다.

   그 청년은 마지막으로 내게 [지도 밸쎈 경상도 보리문디 출신이라요 로마에서 기술을 배워 유럽을 제패할라 캅니더----]말하며 떠나갔다.

   그 경상도 청년은 [보리문디 기질]을 긍지로 삼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지렛대로 삼아 도약을 자신하고 있었다. 로마 한가운데서 작고 왜소한 그 청년의 고독하고 용감한 투쟁을 지켜 보았던 우리 관광객 모두는 그에게 ｢화이팅｣하면서 진심으로 그의 성공을 빌어 주었다. 그는 한국의 자존심 그리고 우리의 자랑스런 신세대였기 때문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