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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합의합시다.

운영자 2010.05.13 10:19:17
조회 275 추천 0 댓글 0

  나는 모처럼의 일요일을 침대에서 아침 늦게까지 나태를 즐기고 있었다.쪼개서 시간을 쓰면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다가 보면 아무런 계획없이 멍청해 지고 싶은 순간이 일요일이다.직업상 매일 점심 저녁을 거의 외식을 하다보면 가족들과 서로 머리를 맛대고 새콤한 김치찌개라도 먹으면서 마음껏 늘어지고 싶은 것이 일요일 오전인 것이다.갑자기 거실에서 쇠소리를 내며 아내가 소리친다.동시에 보리타작하듯 아들을 때리는 소리가 들린다.그동안 벼르다가 드디어 제 엄마가 매를 든 모양이었다.당장 달려가 말리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모처럼 쉬는 날에 귀여운 자식이 맞고 운다는게 마음 상하는 일이지만 엄마가 가르치려고 하는데야 참는 수 밖에 없었다.맞고나면 오후에 아들녀석이 좋아하는 등심이라도 사주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침대에 누워 계속 잠을 자는체 했다.조금있다가 중학교에 다니는 딸 정아가 걱정스런 얼굴로 슬며시 내게로 왔다.


  “아빠 엄마가 정욱이를 때리는데 가만히 보고 있자니까 이제 정도를 넘어서 엄마 감정으로 때리려는 것 같아요.아빠가 지금쯤 등장해서 말려줘야 겠어----”

  여러입장을 두루 생각하는 딸의 사려에 은근히 속으로 놀란다.나는 드디어 금새 잠에서 깨어난 양 거실로 나갔다.대나무로 등을 긁도록 만든 효자손이 부러져 나가고 있었다.아들녀석의 허벅지나 팔뚝은 온통 피멍으로 뱀이 기어가는 것 같았다.눈물 콧물이 줄줄 흘러 내리고 있었다.


  “이제 됐네 앞으로는 나쁜 짓 하지 않고 잘할거야-----”

  아들 녀석은 구원병을 만난듯 살았구나 하는 눈치였다.나는 아들 정욱이를 이끌고 침실로 들어왔다.멍든데를 삭혀주기 위해 물파스를 찾아 발라주려고 했다.그러나 정욱이 녀석은 그걸 제가 받아 손바닥에 비비면서 상처위에 바르기 시작했다.


  “아이구 멍이 안든데가 없네”하면서 녀석은 몸뚱이 구석구석마다 물파스를 바르기 시작했다.거실에서는 엄마가 제분에 겨웠는지 혼자 울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오후가 되자 가족들을 데리고 근처에 있는 고깃집인 판교농원에를 갔다.외곽 야산 숲속을 이용해서 자연스럽게 꾸며진 음식점이었다.후박나무의 넓은 잎이 그늘을 만들고 그 밑에 야외용 나무탁자를 만들어 고기를 구워파는 식당이었다.온몸에 멍이들은 아들녀석은 언제 맞았느냐 싶게 천연덕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역시 아이라는 생각은 별수 없었다.엄마가 때린게 안스러웠는지 정욱이 녀석에게 “정욱아 너도 엄마에게 불만이 있으면 속으로만 담아두지 말고 말해봐 엄마 아들 사이가 뭐냐 할 말 못할 말 다하는거 아니냐?”라고 말했다.국민학교 5학년짜리 아들이지만 엄마는 이제 그녀석의 자존심을 찾아 주어야 하겠다는 눈치였다.


  “나도 평소에 불만도 많고 할말은 많지만 말을 안해 왔어.알아 엄마 아빠 말안한다고 불만이 없는건줄 알아?그렇지만 말하지 않을거야 말해봐야 효과가 없을 것 같으면 안하는게 나니까 말야----”

  아내와 나는 예상외의 그 말에  서로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다.무엇이 어린 아들속에 꾹꾹 담겨있는 불만인가와 말을 아끼는 아들의 속을 알아보고 싶었다.


  “아니야 불만은 엄마 아빠에게 다 털어놓고 말하는 거야 그래야 엄마 아빠도 고칠거 아니야 엄마 아빠라고 다 잘하는 거 아니쟎아?”

  아내가 녀석의 속을 달래면서 부드럽게 속삭였다.녀석이 슬쩍 눈치를 본다.말해도 되겠는가를 가늠질 하는 것이다.


  “좋아 말하지 엄마는 나를 욕할 때 남의 집 아들은 어떻게 잘났고 하는 예를 들면서 말하는데 나는 그 때마다 자존심이 상해 그리고 아빠만 해도 그래 내가 일요일 아빠한테 남의 집 아빠들은 아들하고 축구도 같이 하고 농구도 같이 한다고 말하면 ‘너 그집가서 아들해라’하고 놀리는 적이 있었쟎아 나는 그 때마다 속이 상한단 말야 왜 엄마 아빠는 꼭 기분나쁘게 남을 끌어들이면서 나를 욕하는 거야 자존심상한단 말이야---그리구 엄마 내가 공부못한다고 너 그러면 학교 안보낸다고 하는데 그런말좀 하지 마슈 나도 선생님한테서 듣는게 있는데 그래 엄마가 의무교육인데 아들을 학교에 마음대로 안보낼수 있는거 겠어? 나도 알건 아는데 좀 말이 되는걸 가지고 겁줘 알았어 엄마? 오늘 맞은 것도 따지고 보면 엄마는 가해자 나는 피해자야 엄마 어떤 식으로 보상해 주겠수? 아빠가 변호사라고 엄마가 동네에서 대신 상담해 주는 전화를 뒤에서 들으면 그 때는 합의하라고 하던데 엄마하고 나도 합의해야겠네?”

  나와 아내는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만화나 로봇만 좋아하는 철부지라고 생각했던 아들녀석이 제나름대로 논리를 세워가지고 따지는 급습에 어이없이 허물어지고 만 것이다.그렇다 녀석은 겉으로는 아빠 엄마 앞에서 아이인척 해주지만 나름대로의 세계를 벌써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리고 모르는체 해도 알것은 이미 판단하고 있는 것이었다.앞으로는 아들녀석에게 보다 논리적으로 설명을 하고 납득시키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다음날 저녁이다.일찍 들어와 모처럼 늦은 저녁을 먹었는데도 아들 욱이녀석은 보이지를 않는다.찾았더니 계속 욕실에 들어서 목욕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저녁을 먹은후 신문을 보고 있자니 아들 욱이녀석이 욕실에서 나왔다.온몸에서 뜨거운 김이 물씬물씬 나고 있었다.녀석은 팬티하나만 걸친채 휘파람을 불면서 내게로 다가왔다.


  “아이구 어찌나 맞았는지 뜨거운 물을 욕탕에 받아놓고 두시간이나 멍을 삭혔는데도 그대로네----요번에 맞고는 나 아빠가 갑자기 조금 좋아진것 같애---”

  그러면서 녀석은 유유히 제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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