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사진관 변호사 영감

운영자 2010.05.13 10:24:18
조회 282 추천 0 댓글 0

  질식할 듯한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었다. 차도의 아스팔트가 뜨거운 태양에 는적는적 녹아나고 있었다. 후끈한 지열이 뿜어나오고 눈에 보이는 모든 건물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는듯 했다. 오후재판을 하기 위해 나는 일찌감치 법정에 나가 있었다.복잡한 분쟁에 휩싸여 분노를 품은 사람들이 하나 둘 방청석에 들어와 앉기 시작했다.

  얼굴이나 등줄기 할 것 없이 땀이 방울방울 흘러 내리고 있었다.법정에서의 예의를 위해 정장에 팔목까지 내려오는 와이셔츠를 입고 바람한 점 들어갈 틈 없이 넥타이를 매고 있는 것은 차라리 고역이었다.이윽고 다른 변호사들이 두명가량 더 들어와 같이 재판 대기석에 앉게 되었다.그중 한 변호사가 갑자기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들고 나를 바라 보았다.

  “저 사진 한 장 찍어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의 돌연한 행동에 나는 잠시 얼떨떨 해졌다.갸름한 얼굴에 깊게 패인 주름살을 보니 얼핏 환갑이 충분히 넘은듯 했다.장난기나 별다른 악의도 전혀 없어 보였다.

  “예? 갑자기 사진을 찍으신다니 무슨 말씀이신가요?”

  “저는 사진을 찍는게 취미이거든요 그래서 법정에 계신 사진을 한 장 찍어 드리겠다는 말씀 입니다”

  “그렇다면 찍어 주시지요 좌우지간 감사합니다.”

  나는 엉거주춤 승낙을 했다.그러자 그는 내 넥타이가 비뚤어졌다며 다시 바로해 달라고 주문을 했다.그리고 양복 윗도리를 다시 단정하게 고쳐 입도록 하고서는 내 앞 몇발자국 뒤로 가서 사진기를 들었다.그리고는 마치 예술사진을 찍듯 신중히 셔터를 「찰칵」하고 눌렀다.그리고 그는 자리에 돌아와 내 옆에 앉았다. 

  “사진에 취미를 붙이셨다면 아름다운 자연이나 인물이 아니고 법정에 대기하고 있는 무뚝뚝한 변호사의 인상사진을 찍으시는게 이상하군요.그게 작품가치가 있나요?”

  “저는 목적의식을 갖춘 작품보다는 그냥 사람들을 찍는걸 좋아해요.사진을 찍어주고 그것을 인화해서 다음에 만날 때 전해주거든요.그러면 그 사진을 통해 정이 서로 덤으로 오가는거 있죠.바로 그런 점을 좋아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모습은 맑고 투명했다.한여름의 찌는듯한 무더위 속에서 마음을 알싸하게 자극해주는 청량제같은 시원함을 전해주는 것이었다.
 

  이틀 전이었다.아내가 저녁을 먹고 있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치과에 갔다온 얘기를 했다.

  “여보 오늘 동네 치과에를 갔는데 참 명랑한 의사선생을 봤어요.손에 환자들의 피나 침이 묻고 하루종일 앉아서 환자들의 냄새나는 입만 보고 있으면 그렇지 않아도 무더위 속에서 짜증이 날텐데도 참 즐겁게 일하는 것 같아요.시종일관 맑은 미소에 정말 스스로 흥이나서 일하는 것 같아요.그리고 나올때도 문까지 나와서 공손하게 인사를 하데요.그런 의사 선생님을 보니까 참 좋은 것 같아요.”

  나도 하루종일 여러사람을 대하게 된다.거의 대부분이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고 나는 그것을 들어주어야 하는 입장이 된다.그리고는 그 어떤 것이든 나름대로의 결론을 일단 제시해 주어야 한다.한사람 두사람 지나고 보면 나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피곤해 진다.그에 비례해서 마음그릇도 점차 작아져서 어느새 간장종지가 되버리곤 한다.같은말을 계속 되풀이 하는 상담객을 보면 어느새 짜증이 왈칵 일곤 하는 것이다.남을 찾아 갈때도 마찬가지다.목적을 가지고 가는 탓으로 마음이 가볍지를 않다.자연히 얼굴이 나도 모르게 굳어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내 마음이 편해야 남의 말을 즐겁게 진지하게 받아 들일수 있다.내 얼굴이 굳어 있으면 남들이 나의 마음문을 열기를 주저하는게 당연하다.고치자고 여러번 벼르고 지금도 애써보지만 잘 되지를 않는다.

   일 자체를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축복인 것 같다.대하는 사람들에게 상큼한 미소와 친절은 비용들이지 않고 전해줄 수 있는 가장큰 선물이 아닐까.세상살이의 하루하루가 그렇게 아름다운 시가 되고 삶 자체가 하나의 감동있는 소설이 된다면 그보다 성공한 예술이 없을듯 하다.

  밤늦게 나혼자 방에 돌아와 조용히 거울 앞에 서 봤다.조용히 미소를 져 봤다.

  그런데 거울 속에서 웬 중년의 남자가 얼굴을 찌그리고 있는게 보인다.눈 옆으로 굵은 주름 몇개가 두드러질 뿐 아무리 보아도 웃는 모습이 아니다.징그럽다.

  아! 역시 나는 뭔가 잘 되지를 않는 사람인가 보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175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차우셰스쿠가 부러워한 북한 운영자 10.06.15 306 0
174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당원자격은 정상참작 사유 운영자 10.06.15 158 0
173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검사와 비슷한 변호인 운영자 10.06.15 154 0
172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요식행위인 재판제도 운영자 10.06.10 162 0
171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영장 없이 언제나 체포 [2] 운영자 10.06.10 205 0
170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처형방법에서도 독창성 주장 운영자 10.06.10 234 0
169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북한 형법교과서의 사형이론 운영자 10.06.10 241 0
168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법 위에 당, 그 위에 김일성 운영자 10.06.08 204 0
167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믿을 만한 통계 없어 운영자 10.06.08 155 0
166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보위부의 살인공작, 고문‧처형 운영자 10.06.08 316 0
165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정치범 사형은 국가보위부 재량 운영자 10.06.03 328 0
164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한 여교사의 신앙증언 운영자 10.06.03 340 1
163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군인도 공개처형 [1] 운영자 10.06.03 406 0
162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한국 노래 불렀다고 인민재판 운영자 10.06.03 199 0
161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경제범 공개처형 빈번 운영자 10.06.03 226 0
160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학생까지도 공개재판 대상 운영자 10.06.03 201 0
159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풍기문란자 공개처형은 전통 운영자 10.06.01 485 1
158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조총련 상공인 위해 여배우 처형 운영자 10.06.01 1300 1
157 공개처형, 그 참극의 실상 - 즉결처형이 지금도 있는 나라 [1] 운영자 10.06.01 620 0
156 이혼 두번하면 벌금 5천 원 - 입양제도의 부활 운영자 10.05.27 130 0
155 이혼 두번하면 벌금 5천 원 - 당 간부들 대거 이혼하기도 운영자 10.05.27 223 0
154 이혼 두번하면 벌금 5천 원 - 가족법 제정의 의미 운영자 10.05.27 625 0
153 이혼 두번하면 벌금 5천 원 - 대동강변 李家村의 몰락 운영자 10.05.27 294 0
152 굳세어라, 보리 문둥이 운영자 10.05.25 254 0
151 미움받는 유태인 [1] 운영자 10.05.25 434 2
150 추억상속 운영자 10.05.25 232 0
149 리히텐 슈타인 왕국 운영자 10.05.20 289 0
148 감옥과 무덤 운영자 10.05.20 244 0
147 괴테 호텔, 단테 집 운영자 10.05.20 282 1
146 뺑소니 [1] 운영자 10.05.18 239 0
145 월부장사 [1] 운영자 10.05.18 274 0
144 간이 바뀐 친구 운영자 10.05.18 234 0
143 뚝방옆 전과자 교회 운영자 10.05.13 242 0
사진관 변호사 영감 운영자 10.05.13 282 0
141 엄마,합의합시다. 운영자 10.05.13 276 0
140 뜨거운 감자 운영자 10.05.11 249 0
139 변호사와 사기꾼 [1] 운영자 10.05.11 434 2
138 두 얼굴의 미인 [1] 운영자 10.05.11 469 2
137 앳된 판사와 심통난 늙은 피고 [1] 운영자 10.05.06 434 1
136 한심한 대리인 운영자 10.05.06 249 0
135 양자 빼 주세요 운영자 10.05.06 240 0
134 벙어리 증인 운영자 10.05.06 244 0
133 복대리(複代理) 운영자 10.05.06 281 0
132 약 좀 먹게 해줘요 운영자 10.05.06 243 0
131 임신한 여죄수 [1] 운영자 10.04.29 638 1
130 야! 가라 가! [1] 운영자 10.04.29 283 0
129 큰일낼 여자네 운영자 10.04.29 372 0
128 직접 실험해 보시죠 [1] 운영자 10.04.27 372 1
127 미녀와 법정 운영자 10.04.27 480 0
126 아마데우스 [1] 운영자 10.04.27 252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