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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운영자 2010.05.18 15:16:09
조회 238 추천 0 댓글 1

  “저는 교통사고를 낸 직후 인근에 있는 공중전화 박스에 달려갔습니다.그리고 회사 사장님한테 전화를 걸었어요.그리고는 그자리에 털석 주저 앉아 있었습니다.”

  이십대 피고인은 살려달라는 애절한 빛을 얼굴에 나타내며 중년의 이마가 넓은 재판장에게 말했다.뺑소니 운전자로 재판에 회부된 피고인이었다.봉고차를 몰던 그는 앞서가던 차량 세대를 연쇄적으로 박고 차를 버리고 도망간 죄로 기소된 것이었다.


  “피고인! 피고인은 교통사고를 내고 도망을 간 것인가 아닌가 어떻게 생각하나?”

  재판장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피고인을 쏘아 보았다.현장에 있던 피고인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가장 올바른 판단을 할 것이라는 듯이.


  “저는 근처의 공중전화박스에서 전화를 하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있었습니다”

  피고인은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재판장은 이번에는 변호인을 쳐다보았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도망을 한 사실을 인정하십니까?”

  재판장의 눈치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자백을 해서 사건을 단순한 뺑소니로 처리하자는 뜻이 배어 있었다.방청객들의 수많은 눈초리가 변호인의 다음행동을 기대하고 있었다.


  “피고인은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공중전화박스 안에 있었습니다.사장에게 연락하고 그는 망연한 상태에서 주저앉아 있었던 것입니다.”

  변호사는 명확한 판단을 하지 않은채 피고인의 항변을 그대로 보충진술했다.


  “도망을 했다는 말씀입니까 아닙니까?”

  재판장이 마지막으로 재촉하듯이 다구쳤다.키가 크고 눈이 부리부리한 그 변호사는 한참이나 아래를 쳐다보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도망인가 아닌가는 판사가 판단해야 할 사항 아닙니까?”


  지난여름 무더운 재판정에서 내차례를 기다리다가 목격했던 광경이다.그 광경은 십여년전의 어느날로 내 기억을 옮겨가게 했다.휴일이었던 그날 나는 아내와 함께 동두천유원지를 다녀오는 길이었다.내가 몰던 차가 거의 내가살던 아파트 단지 앞에 이르렀을 때였다.아직 주변에 공터가 많은 지은지 얼마 안된 아파트 단지 앞은 드문드문 켜져 있는 가로등으로 어둠침침 했다.집에 다 왔다는 안도감이 들었다.그순간 뭔가 본넷트 왼쪽에 있는 후사경에 퍽하는 소리가 들렸다.급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세웠다.차문을 열고 보니 열살정도 되는 여자아이의 발바닥이 타이어와 아스팔트 사이에 끼워져 있는 것이었다.넘어져 있는 아이의 발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아찔한 느낌이었다.나는 망연한 그 순간 핸들에 머리를 박아 버렸다.피를 보는 순간 너무 엄청난 충격이 후두부를 강타했던 것이었다.‘아님’하고 그 순간의 장면을 몇시간전으로 되돌리고 싶기만 했다.허겁지겁 그 아이를 차에 태우고 병원에 가서 몇시간을 보냈다.경찰관서에의 연락은 사람이 치료를 받은 후라는 생각에서 였다.그러는 동안 그 아이와 함께 놀다가 차에 치는걸 보고 달아난 친구아이들에 의해 사고소식이 부모에게 알려지고 나는 졸지에 인근 파출소에 뺑소니차량으로 이미 신고가 되었다.어느정도 응급치료가 된후 나는 밤늦게 관할서 교통사고조사반으로 갔다.다친 아이의 아버지가 나와 있었다.막일을 하는 행색같았던 그는 우선 잡아 먹을 것 같은 눈초리였다.이제 남은 것은 아이상처의 진단이 얼마나 나오느냐와 사고현장에서의 교통법규위반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구치소로 가느냐의 갈림길이었다.새벽두시경 현장검증이 있었다.사고 현장은 약간 언덕배기였다.그 장소를 경찰관에게 알려주려는 순간 난데없이 아이의 아버지가 그보다 삼십미터가량 아래에 있는 횡단보도를 가리키며 경찰관에게 그곳에서 자기아이가 사고를 당했다는 진술을 하고 있었다.아이의 책임을 경감시키고 나를 궁지에 밀어 넣으려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나는 펄쩍 뛰면서 사고낸 장소를 정확히 지적해 주었다.사고당시 근처의 과일가게를 기점으로 장소를 기억해 두었던 것이다.그리고 밤늦게 가게 앞에 앉아 있던 주인에게 사고내용과 주소를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한참이나 생각하던 경찰관이 그 아이의 아버지에게 한마디 했다.

  “당신이 사고 현장을 직접 목격하셨수?”

  “아니요 본 건 아니지만 다른 아이들이 건너가는 길에 다쳤다고 해서요----”


  “그건 아이들이 행길을 건너가다가 다쳤다는 소립니까 아니면 횡단보도에서 다쳤다는 소립니까?”

  “건너가는 길이 횡단보도지 다른게 있습니까---”


  다친 아이의 아버지는 자신없다는 듯 머리를 긁으며 어눌하게 대답을 했다.


  “그러면 당신이 아무데서나 길을 건너면 그곳이 횡단보도란 말입니까? 아무리 자식이 다쳤어도 별 생사람 잡을 소리를 다하시네----”

  형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늦은 시각의 현장검증을 마쳤다.본서로 돌아와 보니 천만다행으로 아이의 진단은 경미했다.타이어가 수평으로 발등위를 눌렀기 때문에 뼈가 눌렸을 뿐 부러지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다만 살갗이 밀려 찢어져 그것만 치료하면 된다는 것이었다.마지막으로 조서를 꾸미는 때였다.그 아이의 아버지는 처벌을 원하느냐는 형사의 말에 내쪽으로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합의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가 분명히 전달되어 오는 것이었다.나는 잠시 양해를 얻어 경찰서 현관 쪽으로 그를 데리고 갔다.둘 사이에 흥정이 벌어졌다.그는 치료비 외에 당시로서는 내 부담으로는 상당한 고액의 돈을 요구했다.나는 승락할 수 밖에 없었다.


  더 이상 경찰서에 몇분이라도 있다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었다.그렇게 사건은 실질적으로 종결이 되었다.여러개의 복잡한 조건 중에서 하나라도 내편에 있지 않았더라면 나는 영락없이 당분간 콩밥을 먹는 신세가 되었을 것이었다.


  교통사고를 본의 아니게 낼 위험성이 너무 많은 상황에서 살고 있다.일단 사고를 내면 누구나 몇분전 사고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뺑소니의 동기인 것이다.그러나 도망한 순간부터 그는 감옥보다 더한 양심의 고통을 느낀다.


  그리고 언젠가 잡히면 뒤늦게 다가오는 육체적 고통 또한 늦게 맞는 매처럼 두곱의 괴로움이 된다.사고를 내면 주어진 현실을 정직하게 맞아야 한다.그리고 침착하게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죽을 각오를 하고 덤비면 산다.우선 현장을 모면하려면 그는 두곱으로 죽는다.내가 체험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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