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1980년대 이후에 와서는 주로 국가의 재정난과 체제수호를 고려해 경제범과 자본주의 문화를 동경한 사람들에 대해 공개처형을 한 것이 주로 눈에 띈다. 89년 11월 휴전선을 넘어온 전 북한 25사단 민경 5중대 소속 김선일씨가 전하는 사례를 본다.

  80년경 남포시 천리마구역 야산에서 한 아주머니에게 공개 총살형이 집행된 적이 있다. 40세쯤 된 그 아주머니의 죄명은 [부정대출 및 미상환죄]였다. 은행에 다니는 자신의 친구를 통해 뇌물을 써 가면서 계속 돈을 빌린 뒤 갚지 않고 있다가 은행의 감사에서 적발된 것이다. 빌린 돈의 액수가 20만원 정도였다. 노동자의 한 달 봉급이 60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인 것이다. 사회안전부에 검거된 그 아주머니는 1년정도 지하감방에서 예심을 받은 후 공개처형장으로 끌려나왔다. 당에서는 집집마다 설치된 유선 스피커를 통해 군중을 동원했다.

  라디오방송을 하지 않고 유선 스피커를 사용하는 것은 남한 쪽에 알리지 않기 위해서 라고 한다.

  재판관이 그녀의 죄목을 읽었다.

  [우리나라에서 여태까지 두 번째로 많은 국가돈을 떼먹었다]는 대목에 이르자 군중들 사이에서 [죽여라]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사형이 확정됐다. 그녀 외에도 8명의 사형수가 함께 끌려나왔다. 죄인들은 나무막대에 묶였고 그 발 앞에는 가마니가 한장씩 깔려 있었다. 저격수들은 모두 얼굴을 붕대로 묶고 눈만 나오게 했다. 총살은 간단히 끝났다. 그들의 시체는 곧바로 트럭에 실려 공동묘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