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도 1962년까지 평양에서 30리 가량 떨어진 대동강 상류에는 이가촌(李家村)이라는 마을이 있었다.이 마을은 이씨 문중이 대대로 살아오던 마을로 지주도 소작인도 모두 한 집안의 육친들 이었다. 해방 후 토지개혁을 하였으나 토지를 빼앗긴 지주나 분배받은 소작인이나 모두 한 집안이었다. 그 마을에 공산당을 조직할 때에도 자기들끼리 짜고 열성분자를 만들어 엉터리 공산당 조직을 만들었다. 
  휴전 후 북한당국은 그러한 기미를 알아차리고 타지방의 공산당원을 파견했다.

  그러나 외부에서 파견된 공상당원은 몇달을 버티지 못하고 쫓겨나곤 했다. 왜냐하면 이 부락에 임명되어온 공산당원에게는 잠잘 자리는 물론 밥조차 주려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버티는 타지역 공산당원에 대해서는 [동네 부녀자들에게 음란한 행동을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쫓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저항동 1962년 가을 이가촌 좌상노인(座上老人) 10여명이 공산당에 체포되어 가고 그 마을 사람들 거의 모두가 숙청됨으로써 끝나게 된다. 이것은 김일성이 가족혁명, 즉 전통적 혈연중심의 가족제도를 소멸시키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소극적 저항의 한 예다.

  사실 북한은 정권 수립 이래 가족문제에 대해 이념적으로는 마르크스‧엥겔스가 주장한 [생산의 성장, 사회주의의 진보에 따라 가족제도가 소멸한다]는 주장에 따르고 정책적으로는 1917년 러시아혁명 직후의 조치들을 그대로 모방‧답습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에서 혈연을 중심으로 한 가족성분은 출세에 있어 가히 절대적이라 할 만큼 상황이 달라졌다. 당원 자격, 혼인 범위, 자녀 교육, 직업 선택 등 모든 분야에 있어 가족 성분은 절대적 요소가 된다. 가족성분을 따지기 위해 주민대장에는 증조부 때부터의 사상 동향이 상세히 기록되고 있다.

  89년 당시를 기준으로 보면 김일성의 사촌매부인 양형섭은 최고인민위원회의 의장, 고종사촌 매부인 허담은 정치국원, 종매부와 사돈인 박성철과 이종옥도 정치국원, 외사촌 동생인 강희원은 부주석 등으로 김일성 족벌체제가 어느 정도인가를 실감케한다.

  또 [청진 7세대]라는 말이 있다. 중국에 살던 김일성의 전처 김정숙의 친척 7세대를 청진으로 데리고 온 데서 비롯된 말이다. 김일성은 그들에게 호화주택을 주고 식모를 두게 하고 차로 아이들을 통학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공부를 못했는데도 대학에 진학시켰다고 한다. 이를 두고 북한주민들의 입을 통해 나온 불평이 청진 7세대다.

  이런 풍조 속에서 북한 최고인민위원회는 90년 10월 24일 북한 최초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가족법]을 제정하여 같은 해 12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이 자료는 가족법학회 최달곤 교수로부터 입수하였음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