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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정을병씨의 죽음 5

운영자 2010.08.03 11:27:02
조회 648 추천 0 댓글 0

  나는 법원에 가서 수사기록을 모두 복사했다. 수많은 소설가들이 그를 죽이라고 하는 진정서 때문에 상당히 두꺼운 분량이었다.

  그 핵심 내용은 간단했다. 국가에서 가난한 작가들을 위해 원고비를 지원하는 보조금이 나왔다. 협회의 여직원은 그 돈을 빼내서 승용차를 사고 애인의 신용카드대금도 대 준 것으로 드러났다. 남자 사무책임자도 국고보조금으로 아파트를 사고 주식에 투자했다. 그리고 국고보조금에서 회장인 정을병 명의의 통장으로 매달 고정적인 금액이 이체된 것으로 밝혀졌다. 여직원이 비자금 통장을 관리하고 있었다. 여직원이 담당 형사에게 진술한 조서의 내용은 대략 이랬다.


 “돈 관리는 단돈 천원까지 정을병 회장의 결재를 받았습니다. 입금, 출금 및 영수증까지 전부 회장님이 꼼꼼하게 챙기면서 사인을 했죠. 그 분은 자기가 쓰는 소소한 경비까지 협회공금에서 받아갔어요. 말단 직원인 저는 그 돈을 맞추기 위해 정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정을병 회장님은 나라 돈은 떼어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형사는 여직원의 옆자리에 정을병 회장을 불러 대질신문을 했다.


 “여직원 말 들으셨죠? 정을병 회장님 주도로 거액의 횡령사건이 벌어졌는데 빨리 자백 하시고 사건을 끝내시죠.”

  형사는 여직원의 말을 근거로 정을병을 추궁하는 형식이었다.


 “단 한 푼도 횡령한 적이 없소. 내 원고료나 저작권료도 다 돌려받지 못했는데 무슨 횡령 같은 소리를?”

  정을병이 단호하게 부인했다.


 “원고료가 아니고 국고보조금을 횡령했다면서요?”

 형사가 다그쳤다.


 “국고에서 나오는 돈은 바르게 쓰라고 오히려 주의를 줬죠.”

 정을병이 말했다. 그 말에 여직원이 되받아 쳤다.


 “회장님 그런 말씀하시면 안 되죠. 수시로 국고금에 대해 같이 의논하고 따로 비자금으로 챙겨 쓰는 걸 알고 묵인하셨잖아요? 회장님은 그런 사실 다 알면서 왜 그러세요?”

 이번에는 형사가 증거를 들이댔다.


 “여기 통장을 보세요. 국고금을 횡령한 비자금 통장에서 바로 정을병이라는 이름의 통장으로 매월 돈이 간 게 분명한데 이게 횡령이 아니면 뭡니까?”

  형사는 계속 막다른 골목까지 밀어붙이고 있었다.


 “여직원에게 허위의 결산 보고서를 만들라고 했다면서요?”

  형사가 추궁했다.


 “그런 적 없어요. 결제가 올라오니까 그렇게 지출된 걸로 알고 사인해 줬을 뿐입니다.”


 “국고보조금을 횡령하고 말썽이 생기니까 허위자료들을 폐기시키라고 명령하셨다면서요?”

  형사가 다시 물었다.


 “그런 사실 없다니까요?”

 “여직원이 폭로하는데 그런 사실이 없다니?”


  똘똘 묶인 정을병씨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것 같았다. 돈이 매달 들어온 그의 통장과 송금영수증은 치명적인 독극물이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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