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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정을병씨의 죽음 11

운영자 2010.08.10 10:16:37
조회 360 추천 0 댓글 0

  한동안 그의 소식이 끊겼다. 전화를 걸어보면 집안에만 틀어박혀서 마지막 작품에 전념한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그로부터 전화가 왔다.


 “엄 변호사 우리 이스트 섬에 같이 가지 않을래요?”

  아르헨티나의 최남단 바다 쪽에 고립된 섬이었다.


 “왜 이스트 섬이죠?”

  내가 되물었다.


 “그 섬은 지구의 종말을 예고하는 황폐한 곳이요. 거기 가서 내 작품의 마무리를 하고 싶어요.”

  매일 재판이 있는 나는 그와 여행을 하기는 힘들었다. 말은 없었지만 그는 서운해 하는 눈치였다. 그는 무리하게 경비를 만들어 이스트 섬을 다녀왔다. 그렇게 겨울이 가고 다음해 봄이 지나고 여름이 왔다.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제 작품을 완성했어요.”

  그의 목소리는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엄 변호사가 큰 출판사를 소개해 주세요. 예전 같으면 출판사들이 계약금을 가지고 와서 먼저 덤벼들었겠지만 난 횡령범으로 문단에서 축출당한 상태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다음날부터 나는 대형출판사의 사장들을 만났다. 워낙 이름난 소설계 원로의 작품이라 일단 기대에 찬 반가운 표정으로 원고들을 받아갔다. 그러나 결론은 무두 정중하고 매끈한 거절이었다. 단 한곳도 그의 원고를 책으로 만들겠다는 곳이 없었다.


 “이 원고가  정말 좋은 겁니까?”

  딱한 마음에서 내가 그에게 솔직히 따져 물었다.


 “평생 썼던 것 중에  가장 잘 썼다고 생각해요. 정말 작품은 좋은 것 같은데..”

  실망이 가득한 어조로 그가 대답했다. 그가 아쉬운 듯 덧붙였다.


 “원고가 팔리고 인세라도 얼마 들어와야 내가 친했던 사람들에게 밥도 사주고 차도 마실 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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