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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직원의 권위주의

운영자 2010.08.17 10:15:00
조회 726 추천 1 댓글 0

    누군가 내 명의의 위조 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범인을 색출해 왜 그랬는지 수사해 달라고 고소했다. 그런데 조사의 내막을 통 알 수가 없었다. 민사소송을 통해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했다. 판사의 명령을 활용해 수사내용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사무실 직원이 검찰청만 다녀오면 울상이 됐다. 담당직원이 너무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그런 존재들이 있나 싶었다. 옷을 허름하게 입고 직접 검찰청 기록관리과로 갔다. 구석에서 사무실 여직원과 함께 수첩에 메모를 하면서 수사서류를 보고 있을 때였다.

 

    “어이, 그 메모한 거 이리 가져와 봐요.”

 

    갑자기 위압조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담당 직원이 눈알을 부라리며 나를 보고 있었다. 수첩에는 의뢰인의 상담내용이 적혀 있기도 하고 개인적인 일기가 들어있기도 했다. 검찰청 직원은 거의 뺏을 듯한 태도였다. 내가 신분을 밝히면서 조금은 목소리를 높여 항의했다.

 

    “변호사니까 더 잘 알거 아니요? 하여튼 이런 행동들을 내가 보고서로 올릴테니 그렇게 알아둬요.”

 

    내가 어떤 불법을 했는지 되묻고 싶었다. 그는 완전히 독재정부시절 정보부원의 태도 같았다. 보고서라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두고 보자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가 덧붙였다.

 

    “판사한테는 내가 안 된다고 적어 보내면 돼.”

 

    검찰직원의 말에서는 낡은 권위주의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더러 그런 인물들이 있었다. 누구든지 자기 앞에 머리를 숙이는 게 검찰공무원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결국 나는 단 한 장의 수사서류도 구할 수 없었다. 검찰의 수사내용은 국민이 공유해야 하는 진실추구의 과정이다. 며칠 후 법정에서였다. 재판장이 한숨을 푹 쉬면서 넋두리같이 내뱉었다.

 

    “단 한 장도 안 왔네? 무슨 대단한 수사기밀이고 사생활보호라고 그렇게 하는지 몰라. 검찰의 일처리 정말 맘에 안 들어. 이런 날은 재판하기가 정말 울적해.”

 

    법원과 검찰이 삐걱거렸다. 수사자료를 안 줄테니까 법원에서 직접 한번 다 해 보라는 소리 같았다. 그런 틈을 타서 고개를 숙였던 권위주의가 하급직에서부터 튀어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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