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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정을병씨의 죽음 7

운영자 2010.08.05 10:36:45
조회 578 추천 1 댓글 0

  나는 법정에서 집중적으로 여직원과 남자직원을 추궁했다. 그들로부터 역공격을 받기도 하고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검찰은 그들 편이었다. 어느 시점에 이르자 항소심 재판장이 비로소 내가 제기하는 의문점들에 동감하는 것 같았다. 어느 날 짓누르는 듯한 무더운 공기가 꽉 찬 법정에서였다. 마침내 재판장이 정을병 회장의 비리를 폭로한  여직원에게 진지하게 묻기 시작했다.


  “비밀자금을 어떻게 만들었죠?”
  “서류상 배정된 예산보다 실제로는 더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예를 들면 일 억원의 예산을 집행했는데 실제로는 팔천만원 밖에 들지 않은 경우가 많았죠. 몰래 통장을 만들어 그 차액들을 입금해 두었습니다.”

“왜 본인이나 다른 남자직원은 전부 차명계좌나 현찰로 몰래 돈을 빼가고 회장인 정을병씨에게만 그의 이름으로 된 공식적인 통장으로 그 돈을 넣어줬죠? 국고보조금 통장에서 바로 그쪽으로 말이죠?”

  물귀신 작전으로 회장을 끌어들인 것이 아니냐는 의미였다.


 “------”

  여직원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비자금에서 돈을 빼내서 공식적인 정을병회장의 통장에 송금을 해 준 건 맞죠?”

 “그렇습니다.”


 “회장이 말단 여직원보다도 횡령한 금액이 적은 건 왜 그렇다고 생각하죠?  전에 진술한 것 같이 회장인 정을병이 일원 한 푼까지 다 다 관여했다면 더 많은 돈을 횡령해야 맞지 않나요?”

 “--------”


  여직원은 당황하고 있었다.


 “대답할 말이 없습니까?”

  재판장이 엄한 얼굴로 다그쳤다. 재판장은 절대적인 권한을 가졌다. 즉석에서 여직원을 구속시켜 무거운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위치였다. 거짓말을 하면 횡령죄 외에 위증죄로 처벌할 수도 있었다. 여직원이 흔들렸다. 재판장이 진실을 말하도록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


 “수사기록을 보면 병이 든 늙은 어머니를 돌보느라고 아직 시집도 못가고 혼자 힘들게 산다고  나와 있는 데 맞아요?”

  정직하게 말하면 정상참작을 할 수도 있다는 암시였다.


 “그렇습니다.”

  여직원은 애원하는 겁먹은 표정이었다. 사실 재판 때 마다 그녀는 초조한 얼굴로 불안 해 하고 있었다.


 “비자금 통장을 만든 사실을 정을병 회장이 정말 알았어요?”
  재판장이 다시 확인했다. 유죄냐 무죄냐가 판가름 나는 마지막 순간이었다. 그게 여직원의 법정에서의 한마디에 달렸다. 현실의 재판에서 그런 경우가 많았다. 은밀한 강간사건에서 여자의 말에 검찰이나 법원이 놀아날 수밖에 없다. 뇌물죄도 마찬가지였다. 뇌물을 줬다는 사람의 말 한마디에 사건은 흔들렸다.


 “몰래 만들어 둔 비자금 통장의 존재를 피고인 정을병이 알았습니까? 몰랐습니까?”

  재판장이 다시 여직원에게 다그쳤다.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정을병 회장은 아무것도 모르셨어요.”

  모든 게 뒤집어지는 순간이었다. 방청석이 술렁이고 있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재판장이 검사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정을병씨는 횡령죄가 아니네요. 비자금의 존재조차 모르는데 어떻게 횡령범이 되겠습니까?”

  정을병에게 실질적인 무죄가 선고되는 순간이었다. 검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재판장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검찰에서는 횡령죄의 기소는 취소하고 국고보조금의 항목을 무단으로 변경한 것으로 죄명을 바꾸겠습니다.”

  검찰은 일단 파괴 대상이 된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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