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서는 대통령과 유력 기업인 사이의 갈등이 논란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이 공개석상에서 간접적으로 신경전을 벌이는가 하면,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로 조롱하거나 비꼬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 관련 연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대해 지적하면, 이 부회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조롱 섞인 반응을 보이는 일이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미국 정재계는 왜 갈등을 겪고 있는 걸까요?
◇“법인세 늘려야” vs “동의하지만, 그래도…”
미국 대통령과 기업인이 부딪히는 이유는 대부분 정부 정책이나 기업 운영 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 때문입니다. 요즘 미국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비상입니다. 2022년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1년 3월보다 8.5% 올랐습니다. 전년 동월 대비 CPI 상승률이 1981년 12월 이후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2022년 4월 CPI도 1년 전보다 8.3% 올랐습니다. 5월 CPI 상승률은 3월이나 4월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입니다.
5월 14일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에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길 바란다면 부유 기업들이 공정한 몫을 내도록 하자”는 글을 올렸습니다. 인플레이션 기조에서 벗어나려면 법인세를 더 걷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제프 베조스는 같은 날 바이든의 트윗을 리트윗하며 그의 발언을 비판했습니다. 베조스는 “새로 출범한 허위정보 관리위원회가 이 트윗을 리뷰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아니면 그 대신 ‘불합리한 추론 관리위원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베조스는 “법인세 인상을 논의하는 것도 좋고, 인플레이션을 다스리는 것도 중요한 의제이지만, 두 주제를 나란히 놓고 보는 건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다스리기 위해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논리에 맞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음 날인 5월 15일에도 베조스는 행정부를 향한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일 때 재정 완화 정책을 펴 위기에 대응했습니다. 한 마디로 돈을 마구 찍어내 뿌린 거죠. 그 결과가 지금의 인플레이션으로 돌아왔는데요, 베조스는 이 지점에서 정부가 인플레이션에 책임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이미 과열된 경기에 더 자극을 주는 정책을 편 것”, “인플레이션은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퇴행적인 세금”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왜 잘못은 정부가 해놓고, 법인세 인상을 운운하느냐는 거죠.
백악관은 베조스를 보고만 있지 않았습니다. 5월 16일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언론담당 부보좌관은 “베조스가 정부에 비판적인 트윗을 올린 시점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마존을 포함한 노조 지도부를 만난 직후라는 게 놀랍지 않다”고 했습니다. 베조스는 창업 때부터 무노조 경영을 고수한 기업인입니다. 반면 바이든은 친노조 성향 정치인이죠. 베조스가 바이든의 친노조 정책에 불만을 품고 트위터에서 불평했다는 성명을 백악관이 낸 겁니다.
◇“달나라 여행에 행운을” vs “고맙다”
일론 머스크도 노조 설립에 반대하는 대표적인 기업인입니다. 그도 최근 바이든과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6월 2일(현지시각) 테슬라 임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내비쳤습니다. 결국 번복하긴 했지만, 그는 “매우 안 좋은 느낌을 받는다”며 직원 10% 정도를 감축할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이날은 미국 노동부가 5월 일자리 보고서를 발표하기 하루 전이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 날 일자리 보고서를 발표하고, 5월 한 달간 39만개 일자리를 창출했고, 실업률은 3.6% 수준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그 어느 때보다 고용 시장이 안정적이고, 실업률도 역사적 저점에 가깝다”고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보고서 발표 이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머스크의 발언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바이든은 머스크의 경제 비관론에 대해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그는 “머스크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포드는 투자를 압도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신규 전기차에 대한 투자로 중서부에서 6000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바이든은 이어 “크라이슬러를 품은 스텔란티스도 전기차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다”며 경제에는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받아쳤습니다.
바이든은 도리어 “그의 달나라 여행에 행운을(Lots of luck on his trip to the Moon)”이라고 말하며 머스크를 조롱했습니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통해 우주 로켓 사업을 하고 있죠. 머스크도 가만히 있지 않았는데요, 트위터에 ‘감사합니다, 대통령님(Thanks Mr. President)!’이라 적고 미항공우주국(NASA)이 스페이스X를 차기 달 착륙 프로젝트를 수행할 회사로 선정했다는 보도자료를 첨부했습니다.
◇뿔난 머스크 “앞으론 표 안 줄 것”
지난 5월 머스크는 테크 콘퍼런스 행사에서 “앞으로 민주당에 표를 주지 않겠다”며 정부를 향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민주당에 투표했지만, 더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민주당이 노조에 과도하게 통제되고 있고, 바이든도 노조에 붙잡혀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나아가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투표할 것”이라고도 했죠.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의 정재계 갈등이 ‘달나라 이야기’처럼 보인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그간 대통령이 기업의 행보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적은 많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예외도 있습니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5년 4월 중국 베이징 방문 도중 특파원단과 간담회에서 “기업은 이류, 관료는 삼류, 정치는 사류”라고 일갈한 적이 있죠. 보도하지 않는 조건으로 한 말이었지만, ‘베이징 발언’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일파만파 퍼졌습니다. 결국 닷새 뒤 귀국하면서 이 회장은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했습니다. 그는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한 말이지만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또 “공무원들이 기업체 임원보다 우수하고 유능하다”며 ‘정치는 사류’라는 발언을 정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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