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제에 ‘깨어있는 척’하는 기업들
“신뢰 잃을 수 있어, 진정성 있게 행동해야 할 것”
2022년 1월 미국 초콜릿 브랜드 M&M’s(이하 앰앤앰즈)가 브랜드를 상징하는 마스코트를 새 단장했습니다. 앰앤앰즈는 현지식 표현으로 따지면 코팅된 초코 캔디입니다. 동그란 모양의 초콜릿을 빨강, 노랑, 초록, 노랑 등 6가지 색으로 코팅한 간식이죠. 코팅된 초콜릿 표면에는 M&M’s를 상징하는 알파벳 M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앰앤앰즈는 미국 제과업체 마스(MARS)가 1941년부터 생산 중인 제품으로, 미국 국민 간식일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초콜릿 브랜드 가운데 하나입니다. 맛도 맛이지만 앰앤앰즈의 여섯 마스코트가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데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앰앤앰즈 대표 마스코트는 ‘레드’, ‘옐로’, ‘블루’, ‘그린’, ‘오렌지’, ‘미스 브라운’입니다. 제품에 들어있는 여섯 색깔의 초콜릿을 의인화한 것이죠. 초콜릿 몸통에 팔과 다리가 달려있고 얼굴도 있습니다.
각 캐릭터는 개성이 뚜렷합니다. 멋진 눈썹을 가진 레드는 막가파 성격, 천재급 IQ가 특징입니다. 레드는 몸 안에 땅콩이 들어있어 통통하고 길쭉한 옐로와 함께 다닙니다. 오렌지는 겁이 많고 블루는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죠. 미스 브라운은 커리어 우먼입니다. 그린은 섹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얀색 부츠를 신은 것이 특징이죠.

M&M’s의 캐릭터. 바뀌기 전과 바뀐 후의 모습. /m&m’s 제공
앰앤앰즈는 최근 이 캐릭터들의 겉모습을 바꿨습니다.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눈을 크게 뜨고 봐야 달라진 점을 겨우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미묘하게 바뀌었습니다. 앰앤앰즈는 섹시를 담당하고 있는 그린에게 긴 부츠 대신 스니커즈를 신겼습니다. 또 살색이었던 다리와 팔을 흰색으로 가렸습니다. 미스 브라운의 구두 굽 높이도 달라졌습니다. 하이힐 대신 굽이 낮은 구두를 신긴 것이죠. 다만 미스 브라운의 팔과 다리는 그린 캐릭터와 달리 흰색으로 가리지 않았습니다.
앰앤앰즈 측은 “자기표현과 공동체 힘의 중요성을 보여주기 위해 마스코트를 더 섬세하게 바꿨다. 마스코트들의 새로운 모습이 모두가 소속감을 느끼고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업 노력의 일부”라고 전했습니다. 또 여성 캐릭터들 모습을 바꾼 것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의 모습을 반영하고자 했다”고 말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인종 차별과 성차별을 인식한 듯한 변화입니다.
하지만 앰앤앰즈 의도와는 달리 사람들의 반응은 부정적입니다. 이번 변화로 캐릭터들의 매력이 반감됐다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앰앤앰즈 캐릭터들은 80여년 동안 쌓아온 각자의 정체성과 개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굿즈로도 출시됐습니다. 사람들은 “회사(마스)가 캐릭터들을 덜 매력적으로 바꾸면서 그동안의 시간과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하기도 했죠. 또 원래대로 바꾸라는 온라인 청원도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한편에서는 왜 자신들이 먹는 음식에 까지 사회 문제를 투영하려 하는지 이해 가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한 마케팅 사이트에서는 이번 앰앤앰즈의 변화를 워크 워싱(woke-washing)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워크 워싱은 기업이나 브랜드가 사회적 문제에 대해 ‘깨어있는(woke) 척’만 하는 걸 의미합니다. 겉으로만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이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것이죠. 기업이 친환경 활동을 부풀릴 때 말하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과 비슷한 현상입니다. 앰앤앰즈 역시 실질적으로 인종 및 성차별 해결을 위해 취하는 행동은 없고 마스코트만 조금 변형해 사회 문제 해결에 힘쓰는 척을 한 셈입니다.

롤(LoL)의 성소수자 챔피언 아펠리오스. /리그오브레전드 홈페이지
사실 우리 주변에 앰앤앰즈처럼 사회 문제를 ‘신경쓰는 척’만 하는 기업이 꽤 있습니다. 글로벌 게임 회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Blizzard entertainment)’와 ‘라이엇 게임즈(Riot games)’도 그중 하나입니다. 사실 이 두 회사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모습을 게임에 많이 투영합니다. 오버워치의 솔저와 트레이서, 리그오브레전드의 니코, 아펠리오스, 레오나 등이 대표적인 성소수자 캐릭터입니다.
그러나 이런 모습과 달리 사내에서는 성차별로 호소하는 직원들이 많았습니다. 2021년 캘리포니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본사 앞에서는 남성 중심의 사내 문화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직원 크리스틴은 실리콘밸리 내 ‘브로 문화(남성 중심 문화)’를 폭로했습니다. 크리스틴은 “블리자드에서 일하는 동안 남성 중심의 기업문화로 많은 고충을 겪었다. 본사에 항의했지만 모른 체할 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고발 이후에는 이익 분배 기회 박탈, 직급 강등, 최소한의 급여 인상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라이엇 게임즈의 이면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2018년 라이엇 게임즈 전·현직 직원들은 회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당시 라이엇게임즈가 남자 직원을 우선시하는 성차별적인 환경을 조성한다고 주장했죠. 소송을 제기한 직원들은 “여성을 향한 성차별과 괴롭힘이 만들어지고, 키워지고, 유지되는 업무 환경에 노출돼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2021년 12월 28일 라이엇게임즈는 사내 성차별 집단소송에 합의했습니다. 피해 직원들에게 1억달러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소송 당사자인 여직원들에게 보상금 8000만달러(한화 약 947억원)와 원고 소송 비용 2000만달러(한화 약 237억원)를 지급해야 합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Nike) 역시 비슷합니다. 2020년 5월 미국에서는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사망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조지 페리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에 체포되던 중 질식사당한 사건입니다. 이때부터 ‘Black Lives Matter(BLM)’이라는 슬로건으로 인종차별 반대와 다양성 존중에 대한 움직임이 전 세계적로 퍼졌습니다. 이에 많은 글로벌 기업이 캠페인을 벌이고 조직 내 차별 근절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슈가 발생했던 날과 달리 많은 기업이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이키의 BLM 캠페인. /나이키 제공
나이키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나이키는 당시 광고와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인종차별을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100대 기업(S&P100) 중 71%가 미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에 임직원 인종 다양성 자료를 제출했는데, 나이키는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이국 ESG 행동주의 비영리단체 '애즈유소우 (As You Sow)'가 자료 제출을 요청했지만 내지 않았습니다. 이런 나이키의 이중적 행동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은 ‘나이키의 워크 워싱’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앨리슨 리(Allison Lee)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은 “오늘날 기업의 말과 행동은 언론은 물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파된다. 이로 고객뿐 아니라 임직원 등의 기업 및 브랜드에 대한 인식과 성공에 큰 영향을 끼친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내린 결정은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다. 기업의 진정성 있는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글 시시비비 하늘
시시비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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