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사랑을 위해 내게 반항하는 모습조차 그저 아름답구나.

'아테나.'

'예, 아버님.'

'그 예언을 기억하고 있느냐?'

태어나자마자 스틱스 강에 처녀를 맹세해야했던 그 예언. 내가 낳을 아이가 아버지 제우스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너에게는 정말로 고맙다. 스스로 나를 위해 스틱스 강에 맹세한 것이 아니더냐.'

'아닙니다.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니다. 내가 메티스에게 못할 짓을 한 것이 사실이니까. 그러니... 이제 너를 놔주려고 한다.'

'네?'

'테티스가 낳은 아들은 그 아버지를 능가하는 영웅이 될 것이라고 했다.'

'...'

'그랬기에 나와 포세이돈도 테티스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지. 테티스와 나의 결합에서 태어날 아들은 완전한 신일테니까. 그래서 나는 테티스를 인간에게 시집보냈다.'

'...'

'너 또한 마찬가지. 네 아이가 나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 한들, 그 아이는 아무리 높은 격을 가져봤자 반신이다. 그 아이가 신이 되고자 한다면...'

'제 손으로 제 아이를 죽이겠습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너는 잘 알고 있구나. 역시 너는 내 자랑스러운 자식이다. 그러면 가거라. 비록 에로스의 장난이라고 한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너를 놔주는 것이 맞겠지.'

상관 없다. 내가 내 아이를 내 손으로 죽이게 된다한들, 이번 일로 인해 1년간 가사 상태로 지내고 9년간 신들의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다한들, 이렇게 너를 가질 수만 있다면야 상관 없다.

하. 이래서야 지혜의 여신이라는 신위도 참 보잘 것 없군. 사랑 따위에 굴복하는 지혜라. 카오스 이래로 만들어진 생명이 모두 벗어날 수 없는 법칙인건가.

"으, 으븝!"

"쉿. 조용히."

천천히 옷을 벗자. 헤라님만큼 아름다운 가슴을 가지지는 않았어도, 아프로디테만큼 육신의 아름다움이 부족하더라도 나름 여신들중에서도 아름답다고 자부한다. 그래. 바라보는 너의 눈이 비치는 나의 몸으로 가득차는 것이 참으로 기분 좋구나.

이제 너 또한 벗을 차례다. 네가 스스로 벗을 수는 없을테니, 내가 스스로 벗겨주마.

오, 이것이 바로... 품위없는 헤파이스토스가 덜렁거리면서 내밀던 것보다 훨씬 크고 아름답구나.

"으븝! 으으! 으으으!!!"

"두려워하지 마려무나. 네가 두려워하는 건, 아마도 제우스이시겠지? 괜찮다. 걱정하지 말거라."

"으으..."

"그래, 그렇지."

그래, 언젠가 보았던대로. 상스럽다고 생각했던 것을 그대로. 아무리 상스러울지언정, 너에게는 아프로디테 그 년보다 더한 년이 될 수 있단다.

음, 맞아. 이걸 몸에 넣었었지. 천천히.

"윽!"

"읍!"

으... 몸에 칼이 박히는 기분이구나. 그러나 이제부터는 익숙해져야 할 기분이겠지. 너를 기분좋게 하기 위해서는.

어떠느냐? 기분이 좋지 않느냐? 거짓을 말하려고 하지 말거라. 이미 너는 네 얼굴로 답을 하고 있으니.

그래. 위아래로. 더욱 빠르게. 이렇게 너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니, 뭐라 할까.

아프로디테가 이런 상스러운 행동을 해대는 이유를 알 것만도 같다.

"으읍!!!"

이게 마지막이구나. 내 안에 너의 씨앗이 퍼지는 것이 느껴진단다. 잠시 후면 나는 맹세를 어긴 죄로 잠에 들게 되겠지.

"미안하다고는 하지 않겠다. 이것은 오로지 나의 욕심이니 말이야. 하지만 너와 몸을 섞은 나를 사랑하지는 않더라도 조금이나마 연민한다면, 마음 한구석에 두고 있다면 잠시 잠에 들 나를 보살펴주지 않겠니"

"..."

그렇게 슬퍼보이는 얼굴을 하지는 말거라. 슬픈 마음으로 잠에 들고 싶지는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