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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군단] 황제 포르노와 우생학

대붕이 2024.01.06 11:14:47
조회 581 추천 5 댓글 0
														

흔히 '황제 포르노' 라고 부르는 B급 작품군의 역사는 깊다.


그 시초는 아이슬란드 대해전 후 영국 신문들에 실린 만평이었다고 한다. 물론 그 전에도 스웨덴 귀족 영애를 황후로 삼고 네덜란드 여성을 후궁으로 둔 오리엔트의 황제는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소재였지만 이 당시 영프 연합함대의 전멸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평들이 쏟아졌기에 일반인들에게까지 그 영향력이 뻗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펜으로 그린 신문 만평은 물론이고 심지어 다색 인쇄 일러스트까지 그려졌는데, 소프트파워를 확보하기 위한 황제의 음모가 가져온 한국발 문화오염의 영향으로 인해 묘하게 씹덕스러워져서 황제께서 보시기에 좋았더라 한다. 황제가 대사관을 동원해서 신문과 잡지들을 사모아 낄낄거리며 스크랩북을 만들다가 황후 전하에게 등짝 스매쉬를 당했다나 뭐라나.


현재까지 남아있는 당시 만평들 중에는 이래도 되는건가 싶을 정도인 것이 많아서, 


갑옷을 입었지만 특유의 거유는 고스란히 노출되고 하반신은 발가벗겨져 팬티가 발목에 걸린 잔 다르크가 가랑이 사이에서 대포를 내밀고 있는 동양의 황제에게 겁탈당하는 만평,


프랑스 해군 제독 예복을 입은 검은 머리카락에 거유 미녀가 사방에서 작은 비행기들에게 폭격을 당해 옷이 여기저기 찢어져 속살을 드러낸 채 뒹굴고 있는 펜화,


금발 미녀가 삼색기를 두른 음탕한 속옷 차림으로 일광욕이라도 하듯 하늘을 향해 엉덩이를 내밀고 있다가 아프게 맴매를 맞는 자그마치 다색 인쇄 일러스트...


잔다르크의 시대인 15세기 유럽에는 팬티가 아니라 팬티의 원조인 드로워즈조차 없었고 브래지어도 20세기는 되어야 나오는 관계로 고증에 따르자면 성녀는 노브라 노팬티여야 하지만, 영국의 신사들은 그것을 지적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프랑스를 욕하는 것이다. 잔 다르크가 대함미사일에 격침된 것은 맞으니 거짓말은 안 한 셈인데, 만평에 다른 이들은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어딘가 잔 다르크가 얼굴을 붉힌다거나, 황제에게 애교를 부리는 것 같은 뉘앙스까지 있었다.


당연히 프랑스인들은 발끈했고, 곧장 보복 공세로 브리타니아가 겁탈당하는 만평만이 아니라 별별 바리에이션이 쏟아져 나왔다. 


투구를 쓴 브리타니아가 거대한 동양의 황제에게 개미처럼 짓밟히는가 하면 너덜너덜한 유니언 잭만을 두르고 젖가슴과 엉덩이를 내어놓은 여러 명의 여자들이 악마처럼 웃으며 쫓아오는 황제의 채찍에 맞으며 꼴사납게 도망치는 만평도 있었다.


전투가 벌어진 곳은 아이슬란드 해역이었지만 마치 런던 상륙전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브리튼 섬에 손을 대고 엎드린 여왕이 황제에게 뒤치기를 당하고 있는 컷이라거나 영국의 역대 여왕들이 옷은 다 찢겨지고 왕관만 쓴 채로 황제의 발아래 무릎꿇고서 그 발을 핥으며 자비를 애걸한다거나 심지어 악마 황제를 등판시키기도 아깝다는 듯 영국 여왕이 바다 위에서 한국군 수병들에게 윤간당하는 만화는 이거 진짜 괜찮은 건가 싶은 수위였고, 


최종적으로 삼색기를 든 잔다르크가 날아드는 포탄들에게 맞서서 필사적으로 싸우는 와중에 브리타니아가 등을 찌르는 만평은 대놓고 정치적 문제를 일으킬 작정으로 보였다.


그 후 황제를 비롯한 아시아 군주들의 하렘이 서양인들의 오리엔탈 판타지를 뒤흔들어 '서양 여성을 좋아하는 동양의 권력자' 라는 스테레오타입이 형성되었다. 이야기 속에서 국적이 알려지지 않은 젊은 술탄은 금발 벽안의 백인 귀부인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그녀들을 능욕하기도 했다.


뒤이어 서구 문명의 몰락이 가시화되자 유럽 학계에서는 '바다 민족과 후기 청동기 문명의 붕괴'가 언급되고, 이에 바다 민족, 훈족의 침입, 바이킹, 몽골 제국의 침입 등이 재조명되었다. 


그러니까 한국-발틱 연방의 확장은 곧 야만이 문명을 집어삼키는 바다 민족, 훈족, 바이킹, 몽골에 이은 5번째 침공이라는 관점인데, 명백히 한국의 급성장을 경계하는 태도였지만, 대한 연방 국민들은 이들에 대해 전혀 다른 관점을 가졌다.


'개소리하고 자빠졌네. 도랐나?'


'지금 상황 보면 야만은 니들인데? 훠이, 문명 쪽으로 오지 마.'


'제국주의나 하던 놈들이 별수없지. 서로를 인정하고 자주국간에 협력하는 조공-책봉 체제에 비하면 영 야만적이라...'


'아주 잠깐 서구 전쟁문명이 우월한 것처럼 보였던 것도 천 년 이상 전쟁질만 계속해 온 유럽과 그동안 평화를 누려 온 아시아의 차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나... 남을 파괴할 줄밖에 모르는 백인은 아무리 봐도 열등하다고 생각해요...'


과거에는 왜 백인들이 문명화시킨 민족이 없느냐고 항의해도 맥심 기관총을 들이밀고 유색인종의 본질적인 한계 때문이라고 일축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젠 거꾸로 머리 위에 핵폭탄이 들이밀어졌으니, 이럴 때 백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정신승리밖에 없었다.


게다가 마침 황제는 자신의 뿌리를 모르는, 그리고 황인종답지 않게 훤칠한 미남이다. 이 사실이 무수히 많은 서구의 기레기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ㅡ 사실 황제는 백인이다! 외모와 신체조건 무엇으로 보나 백인의 피를 받아 유색인종의 한계에서 벗어난 것이다! 현재 아시아의 발전은 준-백인 지도자의 명령에 노예와 같이 복종하는 유색인종 노동력에 의한 것이며, 지금까지 아시아 식민지의 발전이 늦은 것은 어리석은 유색인종들이 백인들의 지도에 무지성적으로 반항하였기 때문이다!


ㅡ 황제가 백인 여성만을 총애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아름다움에 있어서도 백인은 유색인종을 능가한다! 황가의 혈통에서 더러운 피는 곧 정화되고 백인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ㅡ 영국 플리머스 지방의 귀족이 아시아계 하녀에게서 사생아를 보았다는 기록이 있는데, 자비로운 성품이었던 그는 사생아에게도 교육을 베풀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의 사생아는 저택의 재물을 훔쳐 미국으로 달아났고, 십여년 후 미국의 아시아 전략의 도구로서 일본의 식민지였던 코리아 반도에 잠입했다 (중략) 황제는 스승이자 부모의 조국인 대영제국에 대한 무도한 행위를 중지하고 은혜를 갚아야 한다!


ㅡ 한국인은 아리아 인종의 말예로서, 비록 아시아의 열화된 피가 섞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중에는 황제와 같은 위버멘쉬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황제는 같은 아리아인으로서 함께 세계 신질서를 구축하자는 히틀러 총통의 권고에 응하는 척 하면서 비열하게도 배신하고 세계를 탈취했다...


"어이 잠깐, 마지막 건 완전히 시간선이 다르잖아. 그때 우린 만주 무제한 디펜스 증이었다고."


물론 이따위 소리가 나돌 때마다 한국 해군 발틱 함대가 잠시 마실을 나와 브리튼 섬 근처에서 물장구를 치거나, 한국 공군이 독일 상공에서 에어쇼를 벌이거나, 한국 육군이 국경 드리프트를 했다. 특히 00년에는 수십 대의 거대 폭격기가 대도시 상공을 저고도로 가로질러 도시 전역이 낮은 엔진음으로 덜덜 떨리는 진동을 맛보게 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단위로 헛소리를 하거나 여론이 흔들리는 게 아니라면 헛소리 하나하나에 반응하기도 어려운 법이다. 그러니 각국에 항의하면 각국 정부도 적당히 검열하는 척 하면서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한편 북유럽 영토를 놔 줄 생각이 전혀 없는 황제는 민족간, 인종간 대립을 일으킬만한 선동을 용납하지 않았고, 우생학 느낌이 난다 싶으면 자근자근 짓밟았다.


"한민족이 우월한 게 아니라 내가 잘난거야. 뭘봐."


물론 포르노를 때려잡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프랑스 대혁명 시절부터 익히 증명된 바 있으니만큼 황제가 선택한 방법은 적당한 탄압과 함께 분모를 늘려 숫자로 압도하는 방식이었다. 그리하여 한국 정보기관들은 비밀리에 야설 작가들을 지원해 인종간 평등과 반우생학, 그리고 황제의 우월함을 강조하는 황제 포르노를 양산했다. 처음엔 내가 뭐하나 싶었다지만 갈수록 익숙해졌다나. 한편 민간에는 '황제 폐하도 보고 즐기시니 ok' 라는 이상한 소문으로 번졌다.


이런 '작전'이 얼마 지속되지도 않았는데 황제 포르노의 방향성은 '황제 폐하 앞에서는 모두 똑같이 하등한 백성' 이라는 설정이 흔해졌고, 황제는 이번에도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늦었다. 특히 한없이 처맞은 일본에서는 매저키스틱한 본성을 제대로 발현시킨 작가도 있었다. 일본 여성들이 한국 남성들에게 교배되어 인종이 개선된다는 내용이라 다들 '이거 검열해야 하나?' 를 고민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국립무용단의 무용수들을 모두 불러다가 알몸으로 춤을 추게 하고 그중 골라서 맛본다는 내용의 작품이 발견되자 황제가 진지하게 예술을 추구하는 예술인들을 모욕하는 것 같아 내키지 않는다고 언급했는데, 정작 국립무용단의 무용수들이 불러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대답했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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