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영국이 포기하지 않고 발버둥을 치던 시기.

아일랜드에서는 한국에서조차 열리지 않는 미인대회가 열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소녀 대회였다. 게다가 비공식.

서양인들의 관점에서는 나이 제한이 너무 어렸고 그 최종 목표 또한 참혹한 것이었지만, 애국심으로 무장한 아일랜드의 소녀들은 마음을 굳게 먹고 몸에 걸친 옷을 모두 벗어 알몸이 되었다. 아일랜드인 특유의 새하얀 피부는 하얗게 빛이 나는 것 같을 정도로 희었다. 아시아 어느 나라에서 초빙한 평가자들이 감탄할 정도였다.

"네, 넷! 발레를 배웠습니다. 보여드려도 될까요...?"

소녀들의 예술적인 재능과 신체적 능력도 평가 대상이었으므로, 어떤 소녀는 알몸인 채 평가자들 앞에서 긴 팔다리를 우아하게 움직여 몸을 놀렸다. 알몸으로 춤을 추어본 일이 없어서 부끄러웠다. 얼굴이 화끈화끈하다.

나이가 어린지라 몸매는 대부분 빈약했지만 그 중에서도 크고 풍만한 젖을 지닌 소녀들도 있었다. 평가자들은 그러한 특징들을 주의깊게 기록했고, 미모와 함께 지성과 교육수준까지도 평가하여 선별했다.

그렇게 미모와 지성을 평가받아 선별된 소녀들은 검사대 위에서 가축처럼 다리를 벌려야만 했다.

"아앗..."

부끄러움에 소녀들의 얼굴이 발갛게 물든다.

어떤 남자에게도 보인 적 없는 은밀한 부분을 점검당해 처녀성이 확인된 소녀들은 마침내 아일랜드에서 가장 아름답고 재능있으며 데몬 술탄의 하렘에 어울린다는 사실을 보장받았다. 아시안의 평가자들은 아직 일본 총독으로 가지 않고 그 나이에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요괴... 아니 모 파시스트 독립유공자가 보내준 황실의 메이드들. 황제의 취향을 가장 잘 아는 여인들이다.

그리하여 슬슬 수식어 없이 황제라고 부르면 다들 알아듣는 한국의 황제는 아일랜드의 대사를 접견하며 진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딱히 직접 요구하는 것도 없이 '조공' 이라며 여자아이들을 두고 갔기 때문이다. 조공-책봉 체제를 '자주국 간의 외교관계 수립이자 상호 정권 인정' 이며 '당시의 기술수준에 맞추어 구성된 공무역' 이라고 우기고 있는 한국의 주장이 원흉일 것이다.

*

황제는 그리하여 불려온 시종장에게 입을 열었다. 미친 민족주의 파시스트긴 하지만 어쨌거나 원로인데다, 충성심만은 부정할 수가 없어서 더욱 곤란하다.

"그... 이 원로, 지금 나이가..."

"아직 일흔도 되지 않았습니다! 팔다리가 움직여 황제 폐하를 위해 견마지로를 다할 수 있으니 기쁘기 그지없나이다!"

철기 이범석. 1900년 생. 이승만, 김구보다 사분의 1 세기 젊고, 굳이 비교하면 1902년생 류관순과 동년배인 젊은 원로다.

"어, 기쁘다니 나도 기쁘오. 그런데 이제 나도 나이가 나이랄까, 자식들도 보았으니 후궁은 그만 늘리도록 하시오."

"그러나, 황제 폐하께 적합한 후궁을 바치기 위해 도움을 청하는 이들을 어찌 내칠 수 있겠습니까!"

민족주의 파시스트인 철기 이범석에게는 [사명] 이 있다. 그것은 전차 타고 온 초인인 황제의 씨를 널리 퍼트려 한민족의 일원으로 영구히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다. 황태자 하나 둘로는 부족한데, 황제는 난임이어서 국민들부터가 "토끼는 마구 늘어나지만 호랑이는 수가 적은 것과 같은 일" 이라고 합리화하며 이범석을 지지하고 있다.

"황제 폐하를 모시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부디 황후마마께 하실 수 없는 어떠한 일이라도 사용해 주세요."

"누구야! 누가 그런 헛소문을 낸거냐!"

아일랜드에서 온 새하얀 소녀들. 개중에는 정말로 새하얀, 얘들에 비하면 게르만도 슬라브도 골족도 유색인종이다 싶은 아이들도 있었다. 홀딱 벗겨서 눈밭 위에서 굴리면 보이지도 않을 것 같다.

아일랜드 전국에서 골라낸 가장 아름다운 소녀들이고, 좋은 집안 출신이며, 어떻게 한 건지 짧게나마 예절 교육까지 받았다. 다들 어린 주먹을 꼬옥 쥐고는 자신들의 조국을 위해 황제를 기쁘게 하겠다는 사명감에 불타고 있어서...

그만 교보재에 들어 있던, 황제를 술탄 비슷한 것으로 묘사한 포르노 영화를 진짜라고 믿어 버린 소녀들이었다.

소녀들을 통해 아일랜드가 무엇을 얻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