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궁에는 교육학원이 있다.

후궁이나 궁녀들은 기본적으로 재능있는 미인들인데다가 개중에 어린 아이들도 많았다. 그리하여 후궁이 지어진 초기부터 여러가지 교육 과정이 있었는데, 각국이 경쟁적으로 후궁을 바치는지라 (이제는 숫자가 너무 많아 기본적으로 궁녀로 받아서 승은을 입으면 승진하는 구조다) 아예 학원법인을 등록한 것이다.

특히 후궁들의 성취감을 배려한 황제의 뜻을 감안하여 기초학문이 충분하다면 비서학이나 행정학, 의학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밟을 수도 있었다.

다만...

"이거 네 생각이지."

"이힛, 좋지?"

후궁의 입구에 자리잡은 황후의 거처 (3층 저택) 에서 내려다보이는 곳에, 정원을 적당히 갈아엎어 소녀들이 뛰노는 운동장과 맑은 물이 찰랑거리는 수영장이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다.

"..."

그리고 그쪽을 향해 있는 대형 쌍안경. 황제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귀여운 여자애들이 노는 모습을 구경하다가 호색한 눈빛으로 입맛을 다시면서 손가락질을 하면 그 아이가 끌려오는 거야♡"

"야..."

물론 후궁들도 알고 있고, 운동장이나 수영장으로 나올 때면 황제가 보아주기를 기대하며 꾸미고 나온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풍만하고 상냥한 미인이지만 더없이 가까운 황제에게는 마치 아줌마처럼 되어버린 황후가 키득키득 웃으며 그렇게 말해주자 황제는 머리를 짚었다. 

"들어오렴~"

뒤이어 황후가 호출하자 대기실에서 이제나저제나하며 기다리던 몇몇 소녀들이 실내로 들어왔다. 나이대가 다양한 ㅡ 까놓고 말해 큰 아이와 작은 아이들을 각각 모델 삼아 몇 종류의 제복을 입히고 있었다.

"기왕 하는 거 제복도 지정하려고 하는데, 자기 취향에 맞추려고."

1. 흰색 블라우스에 붉은색 넥타이, 검은 타이트 미니스커트.

2. 붉은 리본, 체크무늬 스커트.

3. 황궁 하녀들이 착용하는 메이드 제복.

4. 옷을 입은 아이들이 얼굴을 발갛게 붉히고 있는, 흰색 블라우스 아래 마이크로비키니 팬티.

5. ...등등. 

의 옷을, 큰 아이와 작은 아이 두 명씩이 각각 입어서 비교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제엔장, 알고 있구만.'

아무래도 살 맞대고 살아가는 아내에게 성 취향을 감추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특히 체크무늬 스커트의 길이가 작은 아이에게는 무릎 길이여서 빙글 한바퀴 돌자 팔랑거리는 것이 귀여웠는데, 큰 아이가 입고 있자 허리 높이가 높아 훨씬 짧고 요염하게 보였다.

"우후후, 저걸로 할까?"

숭배하는 황제의 옆구리를 존경하고 황후가 콕콕 찌르며 는실거리는 모습에 소녀들이 얼굴을 붉힌다. 크기에 관계없이 귀여웠다.

그리하여 하얀 블라우스에 가느다란 붉은 리본을 목에 감고 체크무늬 스커트를 입은, 크고 작은 두 소녀가 가슴을 콩닥거리며 황제의 곁으로 불려왔다. 쪽♡ 쪽♡ 하나씩 받은 가벼운 키스만으로도 소녀들은 기절해버릴 것 같았지만 온 힘을 다해 참는다. 이윽고 소녀들은 황제의 강철 같은 두 팔에 안겨서, 친구들이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앞에서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첫경험을 맛보았다...

*

그렇게 정해진 후궁학원의 제복이 돌핀 팬츠가 그랬듯이 자연스럽게 외부로 유출되어 슬금슬금 전 세계 여학원의 교복 스타일은 물론, 일반 패션에까지 마수를 뻗치게 되었다는 결말... 인 줄 알았지만 어디선가

"다양한 게 있어야 폐하께서 보시고 아 이런 것도 좋구나 하겠지?"

라는 말이 흘러나왔으므로, 다행히 전세계 여성 패션이 한 가지로 고정되는 참사는 피했다고 한다.

(원작도 완결됐으니 후궁들이 사진집 찍는 내용하고 황제야설 관련해서 한편씩 더 쓰고 마무리할까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