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소녀는 불안한 표정으로 주위를 돌아보고 있었다.

'어두워.'

어둡고, 불길하다.


자신의 영에 성녀의 자질이 깃들어 있다는, 그런 허접스러운 이유만으로 유괴된 소녀는 영문도 모른 채 암실에 감금되었다.

그리고, 밥이 나왔다.

"먹어라."

양철 밥그릇에 이것저것들 대충 비벼 만든 듯한 음식이 나왔다.

그 위에는 비릿한 흰색 소스가 뿌려져 있었다.


"저, 저기요? 저기요!"

소녀는 외쳤다.

"손, 손을 풀어주세요!"

식기는 바라지도 않지만 손은...

"네 주제에 맞게 혀로 핥아먹으면 되지, 익숙해지는 게 좋을 거야."

특별히 좋은 거 뿌려줬으니까 남기면 죽을 줄 알아.


그런 말과 함께 여성은 떠나갔다.


소녀는 체념이 빨랐다. 얼굴을 바닥에 박고, 핥았다. 개처럼


그리고 얼마 뒤, 슬슬 아랫배에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봐도 요강 비슷한 게 없자, 소녀는 외쳐댔다.

"요강! 제발요! 요강 좀 주세요!"

"그 누더기 벗고 그 위에다가 싸서 바깥에 내보내."

"예?"

"두 번 말하지 않는다."


미친 듯이, 뱃속이 부글거렸다. 아까 먹은 음식에 뭐가 들어있었다는 생각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성녀를 아주 어릴 때 납치해 성경험 없는 창녀로 키워내는 일은 발키리들에게 아주 쉬운 일이었다.

고참 발키리들은 아버지에게 바치기 전의 소녀들을 잡아다가 처녀의 합주회를 열기도 했다. 처녀들이 발키리들의 능욕에 절정하면서 내는 소리로 음악을 연주할 만큼 이들의 실력은 원숙의 경지에 달해 있었다.

원본들은 전쟁터 한가운데에 달려가서 창자를 실로, 잘린 머리통을 추로 삼아 거대한 내장 태피스트리를 짠 것에 비하면 어린 소녀들을 악기로 쓰는 건 차라리 건전했다.

조교 발키리들은 처녀성을 건드리지 않고 강한 정신력을 가진 여인들의 인격을 파괴하는 데 이골이 났다. 공주든 황녀든 성녀든, 이들의 손에 반나절만 들어가면 정신이 붕괴되어 나체로 개목줄만 차고 네 발로 도시를 돌아다니는 걸 거부하지 않을 터였다.

동로마의 황녀도, 프랑스와 영국의 공주들도, 이탈리아의 성녀도, 폴란드의 여왕도, 헝가리의 여왕도 침실에 들여보내지기 전에 이곳에서 흐느끼다가 인격을 잃었다.

명령하면 가족도 죽일 정도로. 자기의 목숨을 원한다면 자신을 살해할 정도로. 철저히.

그리하여 첫 경험 직전까지 안팎으로 철저히, 처녀막 있는 최고급 창녀로 길들인다.

이전의 신분과 성격이 어땠든, 사소한 말대답이나 반항이라도 있다면, 아버님이 처녀를 가져가주시는데 허리에 다리를 감으며 반기지는 못할망정 말대답 같은 게 나온다면 조교사들은 수치심에 목을 맬지도 몰랐다.

그리고 많이, 정말 많이 지루했던 조교들이 재미 좀 보자고 강력히 요구해, 발키리들은 이번 성녀님은 종전 3개월짜리 약식조교를 12개월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거기에 발키리들의 독자연구가 들어가니, 그야말로 지옥 한가운데에 떨어진 성녀였다.


그 결과.


"자지... 자아지.. 보지, 헤픈 처녀보지! 하찮은 처녀! 으헤헤..."

"뭔 짓 했길래 얘가 이렇게 백치가 돼 버렸냐."

"죄송합니다."

"뭐 이것도 이거 나름대로 새로운 취향에 도전해보는 거 같아 좋다만."


성녀는 지능까지 퇴화해 진짜로 대소변도 못 가리는, 기저귀를 차는 신세로 전락했다. 물론 아버님은 나름 새 취향에 도전해보겠다면서 박아서 수태시키셨지만, 한 개 사단 전원에게 성녀의 가위치기 돌림빵을 주도했던 조교사들은 호된 질책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