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홍사에 의해 들어오든, 아니면 외국에서 잡혀왔든 간에 하렘에 들어온 여인들이 경악하는 것이 있다면, 외부와 내부의 철저한 이질성이었다.

사실 당연한 것이었다.

다분히 신비주의적인 이유로 철저하게 그 길이와 공간, 장식물의 조형과 배치 등이 정해진 황궁은, 그 중에서도 후원은 신비학적인 관념으로는 황궁의 자궁에 속하는 위치이며, 가장 비밀스러운 곳이다.

그러나 이들도 얼마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적응을 넘어 동화되어 버린다. 몇몇 감이 좋은 이들은 자신이 뭔가 비정상적으로 이들에게 흡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만,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거나 도망치는 일 따위 가능할 리가 없다.

애초에 들어오게 되면 나갈 수 없는 곳이 하렘이다. 황제의 근위대가 되면 나갈 수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하렘에서 태어난 이들만 해당되는 것.

황제의 피가 섞이지 않은 이는 하렘에 한 번 들어오면 결코 도망칠 수 없다. 아니, 도망칠 의욕도 몇 주 내에 상실해버리고, 임신을 할 때쯤 되면 아예 바깥 세계의 일을 거의 잊는다는 데에 이른다.

수치심이라는 것도 거의 사라진다. 젊은 처녀를 방 안에 가둬놓고 삼시세끼 먹을 것만 줘도 한 달쯤 뒤에는 독학으로 방중술을 익힌 성노예가 되어 나타난다는 말은 마냥 농담으로만 듣기에도 어려운 구석이 있었다.

마치 저주라도 걸린 것처럼.

사실 저주보다는 최면이라는 쪽이 더 맞다.

신이 직접 신경 쓴, 시력과 후각과 촉각과 청각 등을 모두 활용해 만든, 몇 시간에서 며칠, 몇 주, 몇 달, 몇 년에 걸려 뇌를 장악하는 최면.

그 최면에 걸려든 이들이 또 있었으니.

그리스의 황녀들이 아랍 무희의 복장을 입고 춤을 추고 있었다.

나체에 입가를 망사와 같은 천으로 가리고, 머리에 장식을 하고, 가슴은 금속성 브래지어에 하반신은 그냥 허리띠를 두르고, 허리띠에서 펄럭이는 두 장의 천이 가랑이를 가릴 뿐이었다.

살짝만 움직여도 보짓구멍이건 항문이건 훤하게 드러나는 자세로, 춤을 춘다.

오직 한 남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춤을 추는 고귀한 황녀들의 몸에는 기품이라고는 없었다.

이곳에 들어온 지 몇 년, 소녀들의 기억에서는 과거라는 것은 의식해서 기억해 내려 애써도 쉽지 않은, 그리고 딱히 관심도 없는 흘러간 기억이었다.

이곳에서 그녀들의 존재목적은 시중과 임신과 출산이었다.

나머지 모든 것은 부차적인 것.

몸을 아리땁게 유지하여 시중을 들 자격을 얻고, 씨를 받아내어 수태한 후 출산하여 최대한 많은 계집을 생산하여 그 분께 바친다.

이러한 자신의 인생 목표에 아무런 의문도 가지지 않는다.

춤을 추고, 가슴을 들이대고 앉아 있는 그분의 허리 위에서 몸을 살랑살랑 흔들다가. 몸을 가라앉힌다.

이미 오래 전부터 거미줄에 걸려 있던 먹잇감이 완전히 거미가 짠 거미줄 고치 안에 봉인되는 순간이다. 여기까지 온 먹잇감은 두고두고 양식이 되거나, 죽거나가 될 뿐이다.

오롯이 자신의 의지로.

핏방울이 흘러나와도, 정수리가 짜릿한 고통으로 얼얼해도.

결코 지워지지 않을 낙인이 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