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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갬블링x군단] 그 날모바일에서 작성

대붕이 2024.01.20 13:15:24
조회 204 추천 0 댓글 0
														
다카하시 가문의 당주나 다름없는 메구미는 젊은 미혼 여성이었다. 하지만 출산을 했고, 후계자는 있다. 탐욕스러운 친척들 그 누구도 메구미와 그녀의 등 뒤에서 눈을 번뜩이는 거대한 그림자에게는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이런 일을 네가 직접 해야겠니? 사이온지 님도 참... 그 사람들은 냄새가 난단 말이지."

"오늘 봉사 끝나고 나면 백화점 전시회 준비해 드릴게요."

"아니 내가 굳이 그것 때문에 가겠다는 건 아니고..."

메구미의 모친인 다카하시 대부인은 그야말로 부잣집 사모님이라, 딸을 안아 아이를 잉태시켜 주었으면서 혼인은 하지 않은 사이온지 님에게 약간의 불만이 있었고, 그의 명령대로 메구미와 대부인 본인이 종종 요양소에 봉사활동을 나가는 것을 불편해했다. 하지만 수십 개의 병원과 요양소, 수백 개의 배식소, 거대한 양조장과 백화점에 경마장 등등을 관리하는 다카하시 메구미 여사께서는 이런 봉사활동의 이미를 깨달았는데다 가볍게 보람까지 느끼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건더기는 별로 없지만 진하게 푹 끓인 고깃국물을 받아들며 조선인 노인은 눈물까지 흘렸다. 일본의 만주국 투자가 원 역사보다 양호하게 진행된 만큼 경제도 발전했지만 그 이익은 높으신 분들이 나눠먹기 마련이다. 그랬으므로 아낌없이 베푸는 가장 밑바닥의 약자들에게 다카하시 부인의 이름은 자선가로 드높았다. 한국의 독립운동가들 사이에 이것을 분열 공작으로 보고 처단해야 하는지, 그랬다가는 조선 인민들의 적개심을 살 것이니 안되는 것인지, 자신의 부모형제가 자선 병원과 요양원에 들어가 있는 독립운동가까지 있어 큰 논란거리였다. 한두 푼 하면 모르겠는데 스케일이 국가적이다.

그리고 그 날, 어떻게 한 것인지 어별교의 자금지원을 받아 국외 독립운동을 조직화하고 있던 대한임시정부가 전혀 모르던 한 남자가, 조선 반도에 수백 대의 전차와 전투기를 잠입시켜 일거에 조선총독부와 조선주차군을 몰살시켜 버렸다.

*

"다 끌어내! 죽여!"

"대한 독립 만세다 쪽발이들아!"

대한 광복군 1군단이 일거에 조선 반도를 휩쓸어 해방시키고 난 뒤 이어진 것은 식민지 일본인과 그 앞잡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학살이었다. 군단은 그것을 저지할 능력도, 의도도 없었고, 조선인들은 일부는 복수심에 일부는 군중의식에 일부는 욕망으로 식민지 일본인들을 죽이고 범하고 약탈했다. 정작 힘없이 착취당하던 이들보다 폭력에 익숙한 자들이 더 많은 것을 주워가고 있지만, 그것이 현실이었다.

"여기는 병원입니다! 입원 환자도 다들 조선인이에요!"

"저 놈 저거 떡철이 아녀!? 야 이놈아 네 큰아버지가 여기 계신다!"

"마님은 안돼! 우리 조선인들에게 은혜를 베푸신 분이다!"

다행히 다카하시 가문의 사람들은 저택 부근의 요양소로 피신해 환자들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거대한 저택은 약탈을 피할 수 없었지만 아수라장이 된 인천 시내를 지나치면서 크게 다친 사람이 없다는 것 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어휴, 저놈들이 물러갑니다요. 배은망덕한 놈들 같으니! 마님, 지금 문을 닫아걸고 가구를 끌어내서 길을 막아야 합니다. 아님 미국이나 영국 대사관으로라도..."

한때 야쿠자 야마다의 부하였었지만 이제는 은근슬쩍 통째로 다카하시 가문의 사용인으로 발을 씻은 하인이 비분강개하며 말한다. 하지만 이제 메구미는 8년 전, 아버지가 돌아셨다는 소식을 듣고 그저 울기만 하던 소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수십 개의 병원과 요양소를 운영하는, 사이온지 님의 여자인 것이다.

'사이온지 님... 제게 힘을 주세요...!'

작은 사진이 들어있는 목걸이를 손에 꼭 쥐고 기도하듯 작게 읊조린 이십대의 여주인이 당당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아니, 여기는 병원입니다. 문을 열고 부상자들을 들어오라고 하세요. 큰 솥을 꺼내 불을 피우고 배식을 준비해요. 환자와 피난민들이 우리를 지켜줄 겁니다."

"예, 예으이!"

그간 봉사활동에 익숙해져 있던 전직 야쿠자들이 마님의 명령대로 허둥지둥 불을 피우고 큰 솥을 꺼내 걸었다. 식량을 늘 비축해두기에 식재료는 충분했다. 요양소의 정문 너머로 보이는 인천 시내에서는 짙은 연기가 곳곳에서 피어오르고 비명인지 환성일지 모를 포효가 흘러넘쳤지만, 그 와중에 다치고 배고픈 이들이 퍼져나오는 고소한 냄새를 따라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봐, 줄을 서! 음식은 많이 있으니까!"

"이 쪽발이 새끼가 아직도 지들 세상인 줄 아나!"

"으..."

버릇대로 을러대는 전직 야쿠자를 향해 거칠어보이는 조선인이 이를 들이대자, 그러나 그 앞뒤에 있던 조선인들이 그를 뜯어말렸다.

"뭐하는 짓이야! 누군 몰라서 줄 서고 있는 줄 알아!?"

"이 건물도 음식도 모두 조선인들에게서 약탈한 거요! 저 계집년을 목매달아 버립시..."

"어디서 손가락질이냐 이 호로자식아! 너는 애비에미도 없냐!"

일본인도 조선인도 관계없이 요양소의 정원으로 불러들여 먹이고 치료하고, 특히 늙은 환자들이 앞에 나서자 이것을 기회로 분을 풀고 싶은 놈들도 날뛸 수가 없어서 눈총을 받으며 침을 뱉고 다른 곳으로 가 버린다. 그런 조선인들의 등 뒤에 숨어서 겨우 목숨을 건진 일본인들이 한탄을 하려다가도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문다.

'며칠만 견디면 돼. 그럼 사이온지 님께서 어떻게든 해 주실 거야...'

사진이 들어 있는 목걸이를 꼭 쥐고서 메구미는 기다린다. 마침 구름 사이로 새어나온 햇빛이 정확하게 그녀의 머리 위에서부터 스포트라이트처럼 내리쬐였다.

"오오...!"

아주 짧은 한순간 그녀의 몸 주변에 헤일로가 떠오르는 듯한 착각에 주변인들이 탄성을 질렀다. 신자였는지 성호를 긋는 이들도 있었다.

*

"부탁하겠네. 그쪽 대표에게도 인사를 전해 주시게."

선우진이 통화를 마치고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며칠에 걸쳐 쌓인 전보와 신문, 호외로 넓은 방이 난장판이다. 하지만 그동안 정신없이 전화를 하고 사람을 전령으로 달리게 한 끝에, 선우진은 안도할 수 있었다.

"괜찮습니다. 아버님은 마침 항구에 있으셔서 배로 피난하셨고, 메구미 양들도 무사히 대피하였다는군요."

"아아, 다행입니다...!"

안도하는 유키를 곁에서 내내 보듬어 준 츠바키가 말없이 꼬옥 안아준다. 간호사 겸 몸이 약한 유키를 대신하여 가주의 아이를 낳아드리는 역할이며 유키의 친구이기도 한 츠바키로서는 조선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건 그다지 관심이 없었지만 이 연약한 사모님은 그늘의 여자인 츠바키로서도 싫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믿음직한 가장이 다가와 두 미녀를 한꺼번에 폭신 안아주었다. 며칠 동안 제대로 씻지도 못해 수컷의 냄새가 독하게 나서, 츠바키는 물론이고 유키마저도 연약한 자궁이 꾸욱 조였다. 이미 남편의 쾌락을 위한 부끄러운 행위에도 익숙해 있는 유키였건만 그런 자신이 부끄러워서, 처녀 같은 유부녀는 남편의 품에 얼굴을 폭 파묻고 깊게 숨을 들이켰다. 몸 안이 사랑하는 사람의 향기로 채워지는 것만 같았다.

'그나저나... 임정에서도 들은 바가 없는 독립운동가라니, 대체 누구지? 미국도 영국도 당황하고 있다. 어떻게 만나볼까...'

두 미녀를 품에 안아 보듬어주면서, 선우진은 냉철하게 눈을 빛냈다. 어별교와 임정의 인맥을 사용하고, 황태자의 친서도 이용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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