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삐오, 스삐오, 스삐오, 스삐삐삐삐...
매미 소리가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D.U.의 어느 거리. 선생과 하나코의 딸인 소녀는 그녀의 로봇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따지면 즐기고 있지는 않았다.
"더워어어... 셋쨩, 그냥 집에 가자니까..."
[피유! 퓨퓨!]
더위에 지쳐 셋쨩 위에 올라앉아 우는 소리를 내는 소녀와, 아직 산책에 만족 못한 셋쨩. 둘은 마음이 잘 맞는 단짝이었지만, 이럴 때는 서로가 원수같았다.
"으우, 어쩌면 좋지... 아이리 이모가 하는 카페는 여기서 멀 텐데... 어?"
쓰러지기 직전이던 소녀가 발견한 구세주, 그것은 막과자 가게였다. 조금 허름해보이는 목조 건물이지만,
"분명히 에어컨, 있겠지?"
[퓨우?]
로봇 강아지 셋쨩에게 물어본 소녀였지만, 당연히 셋쨩 역시 모르는 눈치였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아무튼 들어가면 바깥보단 시원하겠지? 가보자!"
[퓨퓨이!]
둘은 서둘러,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 짜라랑...
"계세요...?"
풍경 소리와 함께 가게 문이 열리고, 소녀는 문틈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가게 안에는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만이 울릴 뿐, 누구도 없었다.
"사장님, 안 계신가... 잠깐만 있다가 나갈까?"
[퓨!]
더위를 식힐 겸 가게 안을 둘러보던 둘은, 곧 계산대 옆에 적힌 쪽지를 확인했다.
[거리 순찰중!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헤에... 사장님이 재밌는 분인가 봐."
다 읽은 쪽지를 원래 자리에 내려놓은 후, 소녀는 가게 안에 비치된 자그마한 나무 의자에 앉았다.
"금방 온다고 했으니까, 여기서 기다리면 되겠지? 셋쨩도 조금 편하게 있지 그래?"
[퓨우! 퓨이...]
소녀의 말에 따라, 셋쨩은 의자 옆에 웅크려 절전 모드로 들어갔다. 소녀도 역시 의자에 가만히 앉아, 언제 올지 모를 가게의 사장을 기다렸다.
"코오오..."
얼마나 앉아 있었을까. 깜빡 잠이 든 소녀는, 등받이에 기대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그녀의 애완 로봇과 함께.
- 끼익...
당연하게도, 가게 문이 열리는 소리를 그녀는 듣지 못했다.
"후우, 오늘도 보람찼... 어라? 손님이 있었군요?"
막과자 가게의 사장은 잠든 소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분명 어디서 본 얼굴인데...
"아! 설마!"
"으, 으음... 어라? 누구..."
[피유...?]
뭔가를 깨달은듯 큰 소리를 낸 탓에, 소녀와 셋쨩은 잠에서 깨어났다.
"아, 일어났군요?"
"으음... 아! 순찰 갔다던 사장님!"
[피유!]
정신이 완전히 깨어난 소녀는, 곧 사장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파스텔톤의 솜사탕같은 머리칼, 그리고 별 모양 액세서리에서 그녀가 범인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미안해, 기다리다가 졸려서 그만..."
"괜찮아요! 오히려 자리를 비운 제 잘못이니까요. 순찰이 평소보다 조금 더 걸렸네요?"
계산대 앞에 앉은 사장은,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꼬마 손님을 응대했다. 그 긍정적인 에너지에, 소녀도 자연스레 힘이 넘치는듯했다.
"그래서, 찾는 거라도 있나요? 지인 분한테 추천받은 물건들이라, 맛은 장담한답니다!"
"아, 그럼 나 운메에봉 먹고 싶어! 더우니까 모리모리군도!"
"좋습니다! 바로 꺼내드리도록 하죠~!"
막과자가 진열된 매대에서, 사장은 운메에봉 콘포타지 맛 2개를 꺼냈다. 하나를 까서 소녀에게 건네준 후, 사장은 자기 몫의 운메에봉을 물며 아이스크림 냉장고로 향했다.
"엄~청 차가우니까 천천히 먹어요! 잘못하면 배탈난다구요?"
"응! 고마워! 계산은..."
"아! 돈은 됐어요! 기다려준 것에 대한 보답이랍니다?"
사장은 운메에봉을 입에 우물거리며, 소녀에게 엄지를 척 올렸다. 이에 소녀도 미소지으며 그 제스처를 따라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즐거운 하루가 될 것 같다, 소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군요... 이 강아지, 밀레니엄에서 만들었다라..."
[퓨퓨!]
간식 시간을 즐긴 후, 사장은 셋쨩에 눈독을 들였다. 단순해 보이지만 고도의 기술력이 들어갔음을,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까 사장님은 밀레니엄 가본 적 있어? 엄마한테 들었는데, 거기 다니는 언니들은 전부 과학자래!"
"물론! 저도 밀레니엄 엑스포 때문에 가본 적은 있답니다. 확실히 그때도 비슷한 게 있었던 거 같기도..."
셋쨩을 쓰다듬으며, 사장은 소녀에게 대답했다. 어지간히도 그것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그쪽, 혹시 저랑 만난 적 있나요? 그 눈매는 분명..."
"아, 팽이다!"
사장이 뭔가 물어보려 했지만, 소녀는 다른 데 관심이 팔려있었다. 아이들이 샘플로 가지고 놀 수 있게끔 꺼내둔 팽이였다.
"아, 팽이 좋아하나요?"
"응! 아빠랑 해봤어!"
소녀는 팽이를 들며 무척 신기해했다. 순수한 동경의 눈빛, 사장은 그 눈빛에서 확신했다.
"아! 역시 선생님의...!"
"있지, 이거 조금만 가지고 놀아도 돼?"
"네? 아, 네 뭐. 그러라고 놓은 팽이니까요. 근데... 뭐, 괜찮으려나."
사장은 뭔가 말하려 했지만, 중간에 말이 끊기고 말았다. 하지만 상관 없었다.
"그러니까, 이걸 여기 끼워서..."
"아, 어려우면 제가 좀 도와줄까요?"
팽이 전용 슈터에 팽이를 끼우는 걸 도와주는 사장과, 그걸 흥미롭게 바라보는 소녀. 내색은 안 했지만, 두 사람은 서로 마음이 잘 맞는 상대임을 직감했다.
"자, 이렇게 한 다음 줄을 당기면 된답니다."
"오오, 굉장해! 있지, 사장님도 같이 하자! 재밌을 거라고?"
[퓨이!]
"에헤헤, 그럼 잠깐만입니다?"
주변에 놓인 의자들을 치운 후, 두 사람은 마주 앉았다. 그 사이에서, 셋쨩은 디스플레이로 카운트를 시작했다.
[3... 2... 1!]
"고, 슛!"
팽이가 바닥에 떨어져 돌아가고, 서로 부딪칠 때마다 날카로운 금속음이 울렸다.
"우오, 가라가라!"
"지지 않습니다! 저의 슈팅스타!"
팽이가 부딪칠수록, 속도가 점점 느려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먼저 멈추게 된 것은...
"어, 어어... 됐다! 이겼다!"
"아앗! 져버렸습니다! 강하군요, 손님!"
레이사의 슈팅스타는 그대로 바닥에 기울어졌다. 소녀는 그 모습을 보며, 셋쨩을 부둥켜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사실 사장이 팽이를 쏠 때, 일부러 힘조절을 했다는 것은 눈치채지 못한듯했다.
"에잇, 에잇!"
[퓨퓨!]
이후에도 소녀와 막과자 가게 사장은 이런저런 놀이를 하며 놀았으며, 지금은 소녀가 켄다마에 열중하고 있었다.
"오, 됐다! 봐봐, 셋쨩! 꼬챙이에 공을 끼웠어!"
[퓨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사장. 틀림없었다, 이 아이는...
"선생님..."
"응? 뭐라고 했어?"
"아, 아무것도요! 그것보다 슬슬 들어가봐야 되지 않나요? 엄마아빠가 걱정할걸요?"
"응? 셋쨩, 지금 몇 시야?"
[피유~.]
셋쨩의 디스플레이에 시각이 뜨자, 소녀는 경악했다. 4시 50분, 저녁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아! 큰일났다! 너무 놀아버렸어~!"
"하핫, 괜찮아요! 서둘러 들어가면, 늦지 않을걸요?"
"응, 그럴게! 어서 가자, 셋쨩!"
[퓨~!]
둘은 황급히 켄다마를 테이블에 놓고 나갈 준비를 했다. 그리고 뒤돌아서서, 사장에게 꾸벅 인사했다.
"오늘 즐거웠어, 사장님! 다음에 또 놀자!"
[퓨퓨퓨~!]
"네! 다음에는 절대 지지 않을테니까요! 그야 전 슈퍼스타니까!"
둘이 나갈 때까지 계속 손을 흔들어주던 사장은, 문이 닫히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자리에 털썩 앉았다.
"후아, 오늘도 피곤하네요... 그래도, 즐거웠으니 다행이에요."
의자에 몸을 기대고 앉아, 사장은 잠시 눈을 감았다. 예전부터 모두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일했던 그녀이기에, 이 막과자 가게는 그녀의 삶의 보람이었다.
특히, 오늘처럼 어린 손님이 즐거워하면 더더욱 그랬다.
"그나저나 저도 저녁 먹어야하는데, 반찬거리가 뭐 있더라..."
뒤쪽의 미닫이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려는 그 순간.
- 모모톡!
"어라? 누구지?"
사장은 핸드폰을 켜 발신자를 확인했다. 거기에 뜬 이름은...
"카스팔루그? 무슨 일일까요?"
[어이, 우자와. 오늘 아이리가 카레 해준다는데, 올래? 양은 넉넉하니까.]
"... 에헤헤."
오랜 친구의 연락에 기뻐하며, 우자와 레이사는 그녀에게 답장했다.
*****
초기 에피소드를 복기하다보니 방디부는 있는데 레이사를 다루지 않아, 짧게 써봤습니다.
얜 왠지 애들 잘 봐줄 것 같은 성격이라, 쓰면서 재밌었네요.
언제나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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