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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네집 이야기 시즌 2] 서울구치소 120 "교화지원금"

김유식 2010-09-03 20:04:45
조회 9425 추천 4 댓글 67


  새로 구매한 콘푸라이트를 목 캔디통 세 개에 나누어 담고 점심을 먹었다. 김치를 말아 콩나물국 건더기와 먹고 뜨거운 물에 담가둔 떡갈비는 나를 제외한 방 사람들이 맛있게 먹어댔다. 오늘 구매품들 중에는 네슬레 커피도 있었는데 수프리모라는 원두커피가 있어서 좋아했더니 설탕에 프림까지 바글바글 들어 있는 일종의 다방커피였다. 마시고는 싶었지만 칼로리 때문에 꾹 참았다.


  오후에는 편지를 쓰고 있던 중에 접견 신청이 들어왔다. 접견장으로 가는 동안 14방의 최용권이라는 죄수와 같이 갔는데 작년 7월에 있었던 DDOS 대란 때 정부기관을 공격한 혐의로 구속됐다고 했다. 예전에 조 선생이 있었을 때 둘이 친했는데, 조 선생은 최용권을 강성노동운동가라고 말해서 공무집행방해나 집시법 위반자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정보통신법위반이었다. 작년 3월에 디시인사이드도 대규모 DDOS 공격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것에 대해서도 뭔가 아는 눈치여서 좀 더 물어보려고 했으나 접견을 마치고 대기실에 갔더니 이미 방으로 돌아가고 없어서 더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접견은 아내 외에 변모, 박모, 김모 사장이 왔다. 김모 사장은 내가 출소하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목요일에 뭘 할 거냐고, 스케줄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 1심 선고날에도 점심, 저녁 약속 다 잡아놓았다가 구속됐었는데 이번에도 섣불리 약속을 잡았다가 기각 당하면 멍멍이 망신이다. 설레발 떨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김모 사장에게는 만약 출소하게 되면 같이 술을 마시겠다고 말했다.


  접견 대기실로 오니 교도관과 싸워 조사방으로 끌려갔던 장 이사가 들어온다. 아직까지 조사방에 있는지 6하 22라는 사방 표식을 붙이고 있다. 의외로 얼굴 표정이 좋아보여서 대화를 해보니, 보석 신청을 했다면서 7~80%는 보석이 받아들여 질 것이라면서 기대하는 눈치다. 그리고 자신의 연락처를 알려주며 나의 선고 결과가 어떻게 되든 꼭 알려달라고 했다.


  방으로 돌아와서 쓰다만 편지를 쓰고 있는데 의무실에서 혈당을 체크하고 온 이재헌 사장은 170이 나왔다고 좋아하고, 목포 김 회장은 360이 나왔다고 울상이다. 매일 당뇨 걱정 하면서 먹는 것 타령을 하니 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안 됐다는 생각도 든다.


  오후 3시 30분쯤에는 4통의 인터넷서신을 받았고, 편지 답장을 쓰다가 사과 한 개를 우걱우걱 먹었다. 오후 점검 전에 뚱뚱 소지가 와서 접견 예약자와 영치금의 변동 상황에 대해서 알려주는데 허걱! 장오에게 교화지원금 2만 원이 또 들어왔다. 벌써 두 번째다. 이로써 장오의 총 영치금은 4만 원이 됐다.


  돈 한 푼 없이 PC방에서 도망치다가 구속되어 운동화, 시계, 시계약과 장갑, 귀마개, 각종 옷과 양말, 그리고 4만 원과 살 20kg 까지 다 생겼다. 무엇보다 출소하면 4방 추 사장의 와이프가 운영한다는 목포의 신도지역에서 PC방 알바를 하면서 숙식까지 제공 받기로 했으니,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구속이었던 셈이다. 보통 징역을 살면서 영치금이 없으면 “꼽” 살게 마련인데 장오는 방도 좋은 곳에 들어와서 먹고 싶은 것 배불리 다 먹고 푹 쉬면서 매섭게 추운 겨울을 보내고, 봄기운이 태동하는 시기에 출소하는 것이다.


  교화지원금은 이번에도 창헌이가 부탁해서 넣어줬다. 말로는 장오에게 징역 꼽살린다고 하지만 마음씨는 따뜻한 녀석이다. 창헌이는 뚱뚱 소지에게 부탁했고, 뚱뚱 소지가 이름을 적어 내기는 했는데 사실 기대는 하지 않았다. 연속해서 두 달을 교화지원금을 받은 재소자가 드물고, 특히 장오는 지난달에 받았던 교화지원금 2만 원을 쓰지도 않은 상태였다. 보통 교화지원금은 찾아오는 접견자도 없고, 영치금도 없는 죄수들에게 주는데 장오는 그야 말로 복이 터진 셈이다.


  저녁은 돼지뼈 사골국인데 방에서는 이걸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국 안의 뼈다귀는 나 혼자 뜯었고, 장오의 마지막 저녁이라며 훈제닭도 몇 봉지 뜯어서 다들 배부르게 먹었다. 장오에게는 아예 닭 한 봉지를 통째로 줬다. 장오는 신난다고 먹어댔다. 꼭 생일상 맞은 심정일 듯 하다.


  닭을 뜨거운 물에 데워서 먹느라 페트병에 담긴 물을 두 통이나 썼더니 나와 창헌이까지는 뜨거운 물로 양치하고 세수했지만 나머지 사람들까지 모두 차례가 돌아가지는 않았다. 목포 김 회장은 밑에서 두 번째인데도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냈으나 이곳의 룰이 있어서 어쩔 수 없다. 노골적인 불쾌함이라기보다는 노골적인 하소연이다.


  “우짜쓰까? 나는 이가 시린디?”


  “요로코롬 물을 다 써불면 나는 워쪄? 이가 시릴거인디?”


  “아따. 이가 요로케 시링께 참말로 징역이랑께.”


  “내일부터는 나가 제일 첫짝으로 이를 닦아야 쓰겄구만?”


  식사 후에는 녹차 한 잔 타서 책상에 올려두고 편지를 쓰면서 TV 드라마 “공부의 신” 1, 2회를 봤다.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라고는 하는데 잘 모르겠다. 오늘 오지 않은 변호사는 내일 오려는지~ 변호사가 와서 속 시원하게 말해주면 좋으련만 답답하기 그지없다.


  내일은 또 구매품을 적어내는 날이다. 창헌이가 내 이름으로 가득 적었다가 웃으면서 지운다. 내 이름으로 적어내더라도 들어오는 날은 목요일이므로 출소가 확정되면 구매품이 자동 취소된다. 그리고 기각 가능성이 많다고 하더라도 선고 공판을 앞둔 죄수의 이름으로는 구매품 신청서를 내지 않는다. 재수가 없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것이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다.


  창헌이는 자기 전에 마지막으로 장오에 대한 미니 청문회를 열려고 했지만 내일 나갈 놈이 무엇이 아쉬워서 청문회를 하려고 할까? 장오가 생까면서 모른 척을 하니 창헌이도 굳이 더 채근하지는 않는다. 창헌이는 장오를 상당히 괴롭히고 때리기까지 했지만 내일부터 장오를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켠이 아린 모양이다. 한 살 밖에 차이 나지 않는 장오의 손을 붙잡고 앞으로는 추 사장과 사모님 말 잘 듣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면서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이미 장오의 마음은 PC방으로 가 있는지 내가 볼 때는 가물치 귀에 경 읽기였다.


  이재헌 사장은 장오에게 4만 원의 영치금이 생긴 것에 대해서 아주 좋아했다. 꼭 자기가 돈을 준 것처럼 창헌이에게 대견하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항상 먹을 것에 관심이 많은 나는 장오더러 출소하거든 딴 짓하지 말고 꼭 구치소 앞 “은미정”에서 해장국을 먹고, 혹시 PC방에 가게 되거나 목포에 도착하거든 인터넷서신을 보내라고 했다. 장오는 “김 대표님도 출소하실 거면서 편지는 뭐하시게요?” 라고 말했다가  “편지 보내면 우리는 안 읽나?” 라며 도끼눈을 뜨는 이재헌 사장과 창헌이에게 한 대 맞을 뻔 했다.


  취침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장오도 계속 뒤척인다. 밤은 깊어가고 내 상념도 깊어간다.


  - 계속 -

  세 줄 요약.

1. 2009년 디시인사이드로 DDOS 공격을 했던 조직에 대해서 뭔가 아는 듯한 사람을 만났다.
2. 장오에게 또 교화지원금 2만 원이 들어왔다.
3. 장오는 내일 출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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