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Depositphotos’ 자동차 문을 닫을 때 나는 소리는 곧 그 차에 대한 첫인상이 된다. 한 번쯤 자신의 차나 다른 사람의 차, 택시 등 자동차의 문소리에 집중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 사람들이 새 차를 살 때, 특히 고급 차에 처음 탑승할 때 먼저 하는 행동 중 하나 역시 문을 여닫아 보는 것이며, 대부분 무의식중에 묵직하고 견고한 소리를 기대하곤 한다. 반대로, 문을 닫았을 때 경박하고 속이 빈 듯이 가벼운 소리가 나면 왠지 모르게 내구가 부실해 보이고 불안함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무심코 대수롭지 않게 지나칠 수도 있지만, 한번 신경 쓰인 소리는 그 차의 이미지로 굳어진다.
이 소리 속에는 가격표엔 나오지 않는 제조사가 숨긴 비밀이 있다. 단순히 차체와 문짝이 부딪히며 나는 ‘우연’의 결과도 아니다. 이는 각 제조사가 의도적으로 설계한 하나의 ‘작품’에 가깝다. 수많은 기술자와 엔지니어가 수십 년에 걸쳐 탄생시킨 단 1초의 소리 속에 담긴 과학과 철학을 들여다본다.
소리의 정체, 어디에서 오는가?
사진 출처 = 유튜브
사진 출처 = 유튜브 ‘BenzWerks’ 자동차 문에서 나는 소리는 기본적으로 차의 무게와 균형추 구실을 하는 문의 질량, 문과 차체를 견고하게 연결하는 힌지(Hinge·경첩)의 강성, 그리고 틈새를 완벽히 밀봉하는 고무 실링(Weatherstrip) 등 수많은 물리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완성하는 결과물이다. 특히 럭셔리 모델에 집중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이와 더불어서 문이 닫힐 때 진동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문 내부 패널에 흡음재를 넣기도 하고, 힌지를 일반 차량보다 더 견고하게 설계하는 등 많은 공을 들인다.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질 때, 잡음 하나 없는 묵직하고 세련된 소리가 완성된다.
하지만 소리의 핵심은 이 물리적 부품의 조합에 있지 않다. 소리에는 진동과 공명이라는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제조사의 엔지니어들은 자동차 문이 닫힐 때 나는 소리 속 불쾌한 높은 음역의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활용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불필요한 진동과 공명을 정밀하게 잡아낸다. 낮은 음역의 ‘쿵’ 하는 무거운 소리를 극대화하고 이에 ‘잔향’을 남겨, 듣는 사람이 견고함과 고급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브랜드의 철학으로 굳어지는 소리
사진 출처 =
사진 출처 = ‘BMW’ 위와 같은 원리로 완성되는 문 닫는 소리는 자동차 자체의 상품성을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브랜드의 철학과 이미지로 굳어지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프리미엄 브랜드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의 경우, 과거부터 ‘견고함(Solidness)’과 ‘안전’을 핵심 가치로 내세워 왔는데, 문 닫는 소리는 이러한 브랜드 철학을 청각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수단 중 하나였다. 이들은 힌지의 공차를 최소화하여 문을 닫을 때 유격이 거의 없도록 설계했으며, 두꺼운 내부 패널과 더불어 다중 고무 실링을 적용해 불쾌한 잡음 없이 묵직한 저음의 ‘쿵’ 소리를 완성했다. 이 소리는 운전자에게 차체가 튼튼하며 안전하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며, ‘고급차는 소리부터 다르다’는 인식을 심었다.
한편 국산차의 문은 과거 상대적으로 가볍고 찰랑거리는 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경량화와 원가 절감의 결과다. 실질적으로 내구성이 부족한 건 아니었지만 감성 설계의 부재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자연스레 소비자들에게 ‘내구성이 약하다’는 인식이 굳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문 닫는 소리 설계에 막대한 투자를 통해 연구를 진행했으며, 국산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등장으로 이는 더욱 필수가 됐다. 그 결과 제네시스는 전담 연구팀을 운영하며 독일 브랜드를 벤치마킹, 불쾌한 소음은 잡고 묵직한 소리의 잔향을 남기는 독자적인 ‘제네시스 사운드’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모든 현대차 모델의 ‘개폐 감성’이 개선된 건 아니다. 특히 일부 누리꾼들은 한때 현대차의 대중적인 모델 중 하나인 ‘투싼’의 문 닫는 소리에 대해 싼 티가 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현대차가 의도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그랜저나 펠리세이드, 혹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고급 모델들의 ‘개폐 감성’에 더 신경을 써서, 소비자들을 자연스레 상위 모델로 이끌려는 ‘전략적 차별화’가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단순한 소리, 그 이상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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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Depositphotos’ 자동차의 문 닫는 소리는 단순히 물리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안전성▲기술력▲감성▲브랜드의 전략적 의도까지 담겨 있는 종합적인 결과물이다. 더군다나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엔진 소음이 사라진 전기차 시대가 온 지금, 문이 가져다주는 ‘개폐 감성’은 더욱 차량의 상품성을 결과짓는 핵심 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차 문을 닫는 순간, 그 찰나의 소리는 단순한 소음 이상의 의미를 전달한다. 그 소리 속에 담긴 브랜드의 철학과 역사를 발견하는 것은, 그 차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와 그 차를 타는 자신이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원초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이는 곧 자동차를 이해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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