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 유튜버 "즐기는 데 장애가 어딨어요"

정규직 전환 앞두고 사고로 전신마비 와
유튜브로 ‘무장애 여행’ 홍보대사‧광고모델까지
올해 목표는 괌에서 스카이다이빙 도전하는 것
“기적은 멀리 있지 않아요. 다치고 난 후 바라본 세상은 기적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아침에 일어나 숨쉬고 밥 먹고…모든 것들이 기적입니다.”
낙상사고를 당한 후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박위(33)씨는 한때 축구선수를 꿈꿨다. 지금은 하반신 마비가 와 두 다리가 자유롭지 못하다. 대신에 휠체어를 공처럼 굴린다. 제주도를 시작으로 홍콩 마카오, 일본 도쿄까지 곳곳을 자유로이 누비기도 했다. 또 유튜브 입문 4개월 차인 초보 유튜버이기도 하다. 첫 영상으로 올린 ‘내가 휠체어를 타고 있는 이유’는 조회수 1만3000회를 찍었다.

/본인 제공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벌어진 불의의 사고
평소 옷에 관심이 많던 박씨는 스페인 의류브랜드 자라(ZARA)에서 6개월 간 인턴생활을 거쳤다. 마침내 정규직 전환을 확정 받은 날, 박 씨는 전신마비 판정도 함께 받았다. 3~4m 높이의 건물 사이로 떨어져 목이 부러졌다. 전신마비 진단을 받고 2주가 지나서야 겨우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었다. 6개월의 병상생활 동안 그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고 후 6개월간 병상 생활을 한 박위 씨 /본인 제공
-사고 당시 상황은 어땠나?
“눈을 떠보니 중환자실이었어요. 처음엔 가벼운 사고인가 싶어 회사에 전화해야 하니 전화기를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몸에 감각도 없고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척수신경이 완전히 끊겨 평생 누워서 지낼 거라고 하셨어요. 손가락조차 움직일 수 없을 거라고도 하셨죠. 그제서야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어요.”
◇ 드라마 PD인 아버지 영향으로 영상에 관심 가져
-유튜브 채널을 처음 시작하게 된 이유는.
“생전 처음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아픈 사람이 많다는 걸 알았어요. 같은 병실에 펜싱 국가대표 상비군이었던 고등학생 친구가 있었습니다. 사고를 당해 뇌 손상이 와 모든 게 갓난아기 수준이었어요. 그 친구 부모님께서 ‘우리 아들이 딱 너만큼만 됐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하셨어요. 그때 ‘나 보다 더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또 드라마 PD인 아버지를 보며 어깨너머로 영상을 조금씩 배웠어요. 영상을 조금 다룰 줄 아는 상태에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찾았죠. 그때 유튜브가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튜브 채널 이름은 ‘위라클(weracle)’이고요. ‘우리 모두(we) 기적(miracle)을 맛보는 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지었습니다.”

/유튜브 채널 '위라클' 캡쳐
-운동법, 고민상담, 먹방, 여행 등 다양한 주제의 영상을 만들고 있는데.
“개그맨 박명수가 처음엔 비호감이었지만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기 방송인으로 거듭났잖아요. 저도 박명수 씨처럼 다양한 콘텐츠로 자주 소통할 수 있는 친근한 캐릭터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기획도 직접 하고 있고요.
영상 대부분에 ‘휠체어 타고 ~하는 법’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요. 숨은 기획의도일 수 있는데, 제가 살아가는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어요. ‘장애는 특별한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 즐기는 데 장애는 없다, 휠체어 타고 여행 공모전 우승까지
-여행영상이 특히 많이 보인다. 원래 여행을 좋아했나?
“평소 좋아하던 여행과 영상의 교점을 고민했죠. 그러다 떠오른 게 여행영상 공모전이에요. 휠체어를 탄 몸으로 가능할까 싶었지만 무작정 도전했죠. 다행히 좋은 성과가 나기도 했어요.
작년 10월에 제주관광공사에서 휠체어를 타고 자유롭게 제주도를 여행하는 ‘무장애 여행’ 홍보영상 출연제의가 와서 촬영했어요.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문제없이 여행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기획의도였죠. 또 같은 해 12월엔 삼성카드에서 주최한 ‘무비트립 30초 영상’ 공모전에 참가해 ‘마카오 정복기’라는 영상으로 우승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카드 ‘영랩 해외원정대’ 공모전에 참여한 박위 씨 /삼성카드 영랩 홈페이지 캡쳐
-휠체어 타고 여행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사고가 나고 1년 반 정도 지난 뒤,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어요. 항공사에 미리 휠체어를 이용한다고 말했는데도 탑승교 연결이 안된더군요. 그래서 친구가 저를 업고 비행기에 올라야 했어요. 그땐 심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일본여행에 갔을 때, 좁은 일본 화장실 특성상 휠체어가 안 들어가 당일에 숙소를 바꾸기도 했죠.”
◇ 유튜브를 통해 광고모델까지
-최근에 생각지 못한 기회들이 찾아오기도 했다고.
“유튜브가 징검다리가 돼서 여러 기회들이 찾아오기도 했어요. 한 번은 방송사에서 교양 프로그램 출연섭외가 왔어요. 고민을 하다 첫 TV출연은 제 성격과 맞는 예능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 고사했습니다. 또 삼성물산에서 장애인 전문 비즈니스 캐주얼 브랜드 ‘하티스트(Heartist)’를 만들었다며 유튜브 광고제휴가 들어오기도 했죠. 직접 입어본 착용후기를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릴 예정입니다.
최근엔 학생들과 뜻깊은 인연이 닿기도 했어요. 카이스트 학생들이 저와 같은 교통약자 전용 네비게이션을 만들고 있다며 연락이 왔거든요. 반가운 마음에 학교로 한달음에 달려가 제품을 함께 시연해 봤어요. 유튜브 덕분에 짧은 시간 안에 재미난 경험을 많이 했죠.”
-유튜브를 계속 할 생각인가?
“전업 유튜버를 하려면 유튜브를 통한 수익도 고려해야 하는데, 아직 수익을 얻지 못했어요. 누적 시청시간 4000시간이 돼야 광고를 넣을 수 있는데, 현재 1000시간을 더 채워야 하거든요. 그러나 방송섭외나 광고제휴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요. 앞으로 유튜브 활동을 비롯해 유튜브를 발판 삼은 외부활동도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또 정부에서 내년부터 장애인 유튜버를 지원한다고 해요. 예산지원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유튜브 운영을 빠르게 확장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반려견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위 씨 /본인 제공
-앞으로의 계획은.
“여러 콘텐츠들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개선하는데 힘쓰고 싶어요. 자주 접할수록 시각이 바뀐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예를 들어, 지인들이 저와 만날 땐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휠체어가 다니기 힘든 방지턱이 보인다거나 카페에 경사로가 있는지 확인한다거나요.
또 여행 프로그램 MC도 맡고 싶어요. 여행지를 소개하고 코너도 진행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내고 싶습니다. 휠체어 탄 진행자가 아직은 생소하지만요. 마지막으로 올해 목표는 괌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거에요. 제 도전이 이루어지는 걸 보고 다른 사람들도 힘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남들의 시선에 묶여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요.”
글 CCBB 장은비 인턴
시시비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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