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말 한마디 놓치지 않는 기업 ‘모디슈머’ 겨냥한 마케팅 펼쳐 “트렌드와 재미, 두 마리 토끼 모두 잡는 전략”
이거 어떻게 먹는 거야? 치폴레? 치콜레?
방탄소년단(이하 BTS) 멤버 정국이 한 손에 음식을 들고 한 말입니다. BTS 공식 유튜브 채널 ‘방탄TV’에 올라온 ‘치폴레와 함께 한 점심시간’ 영상에서, 정국은 앞에 있는 또 다른 멤버 제이홉에게 재차 음식 이름을 묻습니다.
BTS 멤버 정국(왼쪽 사진)과 치콜레로 이름을 바꾼 치폴레 매장.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두 멤버가 영상 속에서 먹는 음식은 ‘치폴레(Chipotle)’란 음식입니다. 치폴레는 원래 멕시코식 요리에 주로 사용되는 재료인 훈제·건조한 할라피뇨를 의미합니다. 또 부리또와 타코 등 멕시코 음식을 전문으로 파는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 이름이기도 하죠.
BTS가 글로벌 아이돌인 만큼 치폴레 측도 이 영상을 재빠르게 접했습니다. 그리고 공식 SNS 계정 이름을 치폴레(Chipotle)에서 정국이 잘못 발음한 치콜레(Chicolte)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It's chicotle from now on(우리는 이제부터 치콜레야)”이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비록 SNS 계정이지만 BTS 멤버 한 명이 기업 이름을 바꾼 셈입니다. 기업에 영향을 준 멤버는 또 있습니다. 바로 RM입니다. RM은 과거 팬들과 소통하는 라이브 방송에서 비빔면을 먹었습니다. 평소에도 비빔면 팬임을 밝힌 RM은 비빔면을 먹으면서 “비빔면 1개는 적고, 2개는 많다. 2대를 먹었더니 속이 안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1.5배 사이즈를 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죠.
RM의 발언은 한 네티즌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기업에 눈치 준 방탄소년단’이라는 제목으로 올리면서 화제였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제조사 팔도 측은 재빠르게 반응했습니다. 2021년 12월25일 팔도가 신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밝힌 것이죠. 팔도 측은 “ 공정상 1.5배는 불가능하고 1.2배 용량을 개발 중이다.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하겠다”고 전했습니다.
◇마음대로 씹고 뜯고 즐기는 ‘모디슈머’
최근 RM과 같은 ‘모디슈머(Modisumer)’가 트렌드입니다.
모디슈머란 ‘수정하다’는 영어 단어 ‘모디파이(modify)’와 ‘소비자’라는 뜻의 ‘컨슈머(consumer)’를 합친 말입니다. 음식을 직접 조합해 새롭게 즐기는 소비자를 의미하죠. 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식을 즐기고 소셜 미디어에 공유합니다.
모디슈머와 모디슈머의 활동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소비자가 만든 요리법이 나오게 됐죠.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투움바 컵누들’이 인기였습니다. 기존 컵누들 제품을 우유에 끓여 치즈, 햄, 양파 등을 넣은 음식입니다. 소셜 미디어에 검색하면 사람들이 만든 다양한 투움바 컵누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컵누들 투움바맛을 출시해 달라는 사람도 늘고 있죠.
오뚜기 열라면은 온라인에서 ‘순두부 열라면’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순두부 열라면 레시피는 열라면 반 개, 순두부 반 모, 계란, 다진 마늘, 후추입니다. 이 조리법은 소비자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갔고 2021년 상반기 열라면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7% 증가했습니다.
또 래퍼 이영지는 과거 자신의 SNS에 ‘본죽 김치낙지죽에 치즈를 추가하는 꿀조합 레시피’를 소개했습니다. 이 게시글 하나에 해당 메뉴가 인기 메뉴로 급부상했다고 합니다.
카구리(왼쪽 사진)와 짜파구리. /농심 제공
◇모디슈머 겨냥한 유통기업
유통기업이 소비자들의 흥미로운 문화를 놓칠 리 없습니다. 기업은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메뉴를 공식 메뉴로 채택하고 새 제품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모디슈머를 겨냥한 모디슈머 마케팅입니다.
모디슈머를 노린 대표적인 제품은 바로 농심의 ‘짜파구리’입니다. 짜파구리는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서 만든 것입니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에서 출연자 김성주씨가 선보였죠. 방송 이후 동네 슈퍼에서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영화 ‘기생충’에서도 짜파구리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결국 농심은 짜파구리를 정식 제품으로 출시했죠.
농심은 모디슈머 마케팅에 진심인 기업입니다. 최근 ‘카구리’도 선보였다. 카구리는 카레맛 너구리입니다. 카구리의 기원은 PC방 메뉴입니다. 기존 너구리 라면에 카레 조각을 넣어 만든 PC방 메뉴였죠. 인기를 끌자 농심은 카구리를 출시했습니다. 카구리는 출시 한 달 만에 230만개 이상 팔렸습니다. 모디슈머 레시피가 통한다는 걸 증명한 셈입니다.
오뚜기도 뒤지지 않습니다. 오뚜기는 2020년 ‘크림진짬뽕’을 출시했습니다. 유튜버들이 기존 제품인 ‘진짬뽕’에 우유를 넣고 꾸덕하게 끓여 ‘크림짬뽕’으로 즐겼습니다. 이 조리법이 유튜버는 물론 인발 소비자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자 오뚜기는 ‘크림진짬뽕’을 정식 제품으로 출시했습니다.
◇폭탄주를 새로운 제품으로 출시하기도
편의점도 모디슈머 마케팅에 뛰어들었습니다. GS리테일은 서울장수와 함께 ‘막사’를 출시했습니다. 막사는 막걸리와 사이다를 2대1 비율로 섞어 만든 제품입니다. 사실 막사는 막걸리와 사이다라는 뜻으로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마셔오던 폭탄주입니다. 막걸리를 사이다와 섞으면 막걸리 특유의 쓴맛이 없어지고 더 달게 먹을 수 있어 인기였죠.
GS25 측은 “취하는 술보다 즐기는 술을 선호하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는 레시피로 상품화했다”고 말했습니다.
GS25는 모디슈머라는 단어가 유행으로 자리를 잡기 전에도 소비자 입맛과 취향을 고려한 제품을 출시했었습니다. ‘남자친구 샌드위치’가 대표적입니다. 남자친구 샌드위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떠돌던 레시피입니다. 남자친구 샌드위치는 이미 헤어진 전 남자친구에게 연락해서 얻어낸 샌드위치입니다. 헤어졌지만 샌드위치 맛을 잊지 못해 조리법을 물어본 설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였습니다. GS25는 이를 놓치지 않고 제품에 활용한 것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모디슈머 탄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합니다. 이 관계자는 “집콕 시간이 늘면서 집에서 음식을 즐기는 소비자들의 레시피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며 “이런 영향으로 식품 업계도 모디슈머 마케팅을 더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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