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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갤 문학] 버섯 포자 -32

거북손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12.15 22: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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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067965

 

 

2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068290

 

 

3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072906

 

 

4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073790

 

 

5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076572

 

 

6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077497

 

 

7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088299

 

 

8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094977

 

 

9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102164

 

 

10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113086

 

 

11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131479

 

 

12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160461

 

 

13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181964

 


14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229210


 

15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253419

 

 

16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281110

 

 

17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290999

 

 

18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306437

 

 

19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332604

 

 

20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369443

 

 

21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386253

 

 

22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399974



23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434642



24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450138



25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472268



26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476034



27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486618



28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503344



29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699195



30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761695



31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766383]



인물 소개-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801800







viewimage.php?id=3db2db23e8dd36&no=29bcc427b08277a16fb3dab004c86b6fbdfe40db5e1cba5dfa8558fda35c22ae6f3023ee53f4188a8e267c1341bf45ab01c96cc683a651





 공박사의 연구실로 돌아온 우리들은 참담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저 마티즈만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지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그렇게 지도를 살펴보던 그는 이내 그것들을 집어넣고 우리들에게 이야기했다.

 "너무 방심했군."

 그의 목소리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무언가를 메모하던 공박사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안되겠습니다. 백신이 완료될것 같지 않아요."

 그가 적어내려간 공식이 눈에 들어왔다. 백신은 막바지에 이르러 완성을 눈앞에 두고있었다. 찰나의 순간, 파라섹트는 전력실에 모아두었던 발전기를 모조리 부수어버렸다. 마티즈가 총구를 겨누기 직전이었다.

 "설마 쓰러진 연구원들 사이에 섞여있었을 줄이야."

 마티즈는 그렇게 말하며 인상을 굳혔다. 그때, 무전기에서 다시 잡음이 들리었다. 마티즈는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고는, 이내 꺼내들어 이야기했다.

 "그래. 말해라."

 "관장님, 중환자실로 진입하겠습니다."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순간 움찔하였다. 나는 가만히 무전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를 응시하였다.

 "그래. 알겠다."

 무전기를 내려놓는 마티즈에게 나는 곧바로 다가갔다. 마티즈는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왜그러지?"

 "관장님, 이제 곧바로 중환자실로 가는겁니까?"

 나의 물음에 그는 잠시 선글라스를 고쳐쓰더니 이내 나에게 이야기했다.

 "뭐 그런 셈이지. 이게 우리가 해야할 일이니 말이야."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갑자기 내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다시 말을 이었다.

 "혹시나 따라오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이건 너의 소관이 아니야."

 그는 그렇게 말하며 지도를 펼쳐보았다.

 "지금 이 병원은 정말로 위험해. 자네가 올라갔을때보다 더욱 많은 파라섹트가 중환자실을 탈출했어. 자네는 자네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보라고."

 "그게 무슨..."

 마티즈는 지도에서 시선을 떼어 나를 바라보았다.

 "이봐 박사, 이런 중요한 시국엔 말이야, 자네 같은 사람이 꼭 필요하다고. 그저 안전하게 살아서 버텨주는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는 일이야."

 그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군장을 챙겼다.

 "적을 소탕하는 일이라면 우리같은 전문적인 트레이너에게 맡기라고."

 "하지만..."

 "이런 일은 우리 전문이야. 다른 일을 찾아봐. 너도 알겠지만 지금 중요한 일은 산더미처럼 많으니까."

 그의 이야기에 나는 슬쩍 공박사를 바라보았다. 공박사는 계속하여 무언가를 계산하고있었다.

 "이래서는 정전이 끝나지 않는 한..."

 그렇게 말하던 그는 슬쩍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곤 참담한 표정으로 다시 메모지를 들여다봤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짐을 싸는 마티즈를 바라보았다.

 "관장님, 혹시 이번 정전의 이유를 알고있습니까?"

 나의 물음에 마티즈는 짐을 챙겨들고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고는 곧바로 나에게 이야기했다.

 "혹시 도시 곳곳에 설치되있던 빛나는 기둥같은거 보지 못했나? 태양광 발전기 말이야."

 "아, 그 기둥이라면..."

 "내 생각엔 그것때문인것 같아. 전기를 그렇게 잡아먹으니 전기가 나갈 수 밖에. 하루종일 전기가 모자르더니 결국 발전소의 기계가 과부하된것 같군. 아무래도 누군가는 발전소에 가봐야 할것같다만,"

 그의 이야기에 순간 나의 머리에 한가지 생각이 스치었다.

 "잠시만요, 지금 그렇다면 노랑시티와 무지개시티는 무사한겁니까?"

 나의 물음에 그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에게 손짓하였다.

 "따라와봐."

 그의 영문을 알 수 없는 행동에 나는 그저 그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의 뒤를 따라 병원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눈앞에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것이 다가왔다.

 "세상에..."

 "보다시피 무지개시티는 무사하더라고. 노랑시티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입을 다물지 못하는 나의 옆에서 그가 이야기했다. 그의 뒤를 따라 도착한 무지개시티의 외각에는 그야말로 셀 수 없이 많은 질뻐기들이 길목을 막고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저 멀리 차마 다가오지 못하는 파라섹트를 향해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

 "아무래도 우리를 지키려고 하는 것 같군."

 그의 이야기에 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선글라스 너머로 그 존재 자체로 끔찍한 생명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를 지키려고 한다고요?"

 "그래. 혹은 무지개시티를 지키려고 하는 것일수도 있지. 한편으론 저 녀석들의 터전이니까."

 그렇게 말하던 그는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아니면 우리를 밥 주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고 고맙게 생각하는지도 모르지. 무지개시티에서 나오는 엄청난 양의 오물을 먹고사니까 말이야."

 무덤덤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은 이전의 이슬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인간이 배척하는데도 인간을 지키려 한다니..."

 "그것이 저녀석들의 유대야. 취향은 존중하자고."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선글라스를 벗어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에게 이야기했다.

 "이봐, 자네는 내가 왜 항상 선글라스를 끼는지 알고있나?"

 그의 물음에 나는 질뻐기를 바라보던 시선을 옮겨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가볍게 선글라스에 묻은 먼지를 닦고는 다시 그것을 눈에 갖다대었다.

 "선글라스를 사용하면 눈앞의 것들이 모두 균등하게 보이거든. 그야말로 흑백이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며 뒤를 돌아 무지개시티의 거리를 바라보았다. 정전으로 엉망이 된 무지개시티는 그야말로 잿빛 도시였다.

 "무지개시티 사람들은 귀엽고 아름다운 포켓몬들을 아주 좋아하지. 다양한 이브이와 더불어 수많은 애완 포켓몬이 유행을 할 지경이니."

 그의 목소리에 죽어가던 미르시티의 이브이들이 눈에 다가왔다. 그리고 차마 죄책감을 감출 수 없는 나의 품안에 담긴 부스터가 머리에 스쳤다.

 "참 웃기지 않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포켓몬은 거리에 장식하고, 질뻐기라는 녀석은 외모가 혐오스럽고 냄새난다는 이유로 마을 밖으로 배척하다니 말이야. 이건 정말로 이중적이지 않을 수 없군."

 그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질뻐기들을 바라보았다. 그것들은 필사적으로 파라섹트에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모든 것은 가감없이 봐야하지. 마치 선글라스 처럼 말이야. 모든 것을 같은 색깔로 본다면 마음 속에 자리잡는 색안경을 없앨 수 있어."

 그의 이야기와 더불어 어둠에 잠긴 무지개시티, 그리고 질뻐기의 모습이 대조되었다. 짙게 깔린 어둠 아래에서 그 모든것은 다름이 없었다. 찬란한 야경이 걷히고 난 뒤에야 난 비로소 진실을 볼 수 있었다.


 "아무튼 자네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를 바라지. 나는 이만 병원을 정리해야되서 말이야. 개인적으론 무지개시티에서 안전하게 몸을 숨기는 것을 추천하고 싶군."

 그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 다시 병원을 향하여 빠르게 묵직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다시 무지개시티를 수호하는 질뻐기들을 바라보았다. 그것들은 필사적으로 다가오는 파라섹트에게 공격을 가하였다. 단 한마리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그러던 와중 나는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정말 신기한 일이군요."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항상 중요한 순간에 저의 앞에 나타나는것 같습니다. 마치 마법같군요."

 나의 이야기에 이슬은 웃었다. 그리곤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마치 운명같나요?"

 그녀의 목소리에 순간 나는 움찔하였다. 그녀는 계속하여 이야기했다.

 "사실 제가 한게 아니에요. 저는 그저 초련 언니의 말을 듣고..."

 "설마, 또 그 운명이라는 것입니까?"

 그녀의 이야기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중요한 순간에 노랑시티에서 저를 도와준것도, 병원 앞에서 우연히 만나 초련씨를 데려간 것도 모두 그 운명을 미리 알고 그런거였군요."

 "아뇨 저는 그저..."

 "이건 너무한 것 아닙니까? 사람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도 정도가 있습니다."

 나의 이야기에 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아무런 말이 없었다. 순간, 가슴속에 후회가 밀려왔다. 그리고 한동안의 침묵이 감돌았다. 잠시 그렇게 가만히 서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초련 언니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죠?"

 그녀의 물음에 나는 움찔하였다.

 "아, 딱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나의 대답에 그녀는 씁쓸한 미소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렇게 신경쓰실 필요는 없어요. 이 근처의 사람들도 그녀를 두려워하고 멀리하니까요."

 그녀의 갑작스런 이야기에 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누가 그런..."

 "미래를 본다는 것은 두렵고 무서운 일이에요. 또한 일반인들은 절대 초능력자를 감당할 수 없어요. 언니가 체육관 관장직을 맡고있는 것도 비단 실력때문만이 아니라 그러한 공포심이 가져온 결과물 중에 하나에요."

 그녀는 다시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계속 이야기했다.

 "행동을 조심할 수 밖에 없는 중요한 자리를 주어 그녀를 속박하려는거죠. 다른 사람에게 모범이 되어야만 하는, 항상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감시당해야만 하는 자리, 초련 언니를 두려워하는 마음에 그런 족쇄를 달아둔거에요."

 "그래서 관동지방의 수도인 노랑시티의.."

 나의 목소리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불어오는 바람에 맞추어 다시 침묵이 다가왔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나에게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초련 언니를 미워하지 마세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나의 대답에 그녀는 잠시 이야기를 멈추더니, 이내 다시 이야기했다.

 "가장 힘든것은 초련 언니에요. 미래를 알고도 바꾸지 못하는 마음이 어떨 것 같아요?"

 순간 그녀의 말이 나의 심장에 명확하게 다가왔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는 나에게 그녀가 계속하여 이야기했다.

 "언니에겐 그 누구도 겪지 못할 끔찍한 기억이 있어요. 언니는 그 모든 것을 알고도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어요.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눈앞에서 모든 것을 잃었어요."

 나는 무의식적으로 이마에 손을 짚었다. 순간 초련의 목소리가 가슴에 맴돌았다.

 '미래는 봐서 좋을 것이 없어.'

 지나왔던 길들이 떠올랐다. 내가 뱉었던 비수가 스치었다. 그제서야 죄책감이 나의 가슴을 푹 찔렀다.

 '나는, 미래를 보고 싶지 않아.' 

 또다시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다가왔다. 그것은 단순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녀가 했었던 그 한마디 말은 그야말로 필사적인, 간절히 도움을 원하는 목소리였다.

 '너는 그저 운명을 믿지 않을 뿐이지만,'

 순간 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끔찍한 두통이 나의 뇌를 집어삼켰다.

 '나는 운명을 믿고 싶지 않아.'

 그 말의 진의를 이제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한번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언제나 필사적으로, 학자의 길을 걷기 위해 최선을 다하였던 나에게, 갑자기 운명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그녀에게 나는 색안경을 끼고 말았다. 그녀를 너무나도 쉽게 판단하였다. 그리고 해서는 안될 말을 몇번이고 내뱉었다. 그녀는 노력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운명을 알기에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언니가 플라타느씨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한지 알아요?"

 순간 그녀의 이야기에 뇌리를 강타하던 두통이 사라졌다. 의아한 표정을 하는 나에게 그녀가 계속하여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아마 3년 전부터, 갑자기 처음보는 머나먼 지방의 박사님 이야기를 하니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몰랐어요. 솔직히 먼 지방의 안면도 없는 사람을 만날 일이 어디있겠어요. 그래서 오늘 블루시티에서 같이 걸어오는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언니가 공부는 또 얼마나 많이 했는지 알아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가 묻자 그녀는 잠시 웃음을 터뜨리더니 계속하여 이야기했다.

 "갑자기 어떤 학회에 나가야겠다고 공부를 시작했어요. 한동안 필사적으로 하더니 아무래도 내 운명에 맞지 않는것 같다면서 그만두더라고요."

 "설마.."

 "그래요. 초련 언니는 계속해서 노력해왔어요. 우연히 잠결에 만난, 미래에 마주칠 어떤 인물의 얼굴 하나만을 기억하고, 그 사람을 조사하여 지금까지 노력해왔어요. 그 사람을 만나려고."



 '고작 나를 만나려고.'

 이슬은 그렇게 노랑시티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질뻐기들은 잠시 길를 비켜준 뒤, 또다시 무지개시티를 틈없이 매꾸었다.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그녀가 해주었던 이야기를 상기하였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무엇을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이봐, 너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개인적으론 어디 숨어있으면 한다만.'

 마티즈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

 무엇이든 할 수 있을줄 알았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무언가 하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 있어서, 나는 그 어느곳으로도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차라리 운명이라도 알고싶군."

 스스로 농담을 던지며 잠시 웃던 나에게 순간 무언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초련이 건네주었던 신비의부적, 이미 그 부적은 산산조각나 사라졌지만, 그것을 감싸고 있던 투명한 상자는 아직도 줄에 걸린 채 온전히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무언가 잘 접혀진 종이가 눈에 다가왔다.

 '이건...'

 순간 나도 모르게 긴장하여 침을 삼켰다. 조심스럽게 그것을 꺼내어 손에 들고 천천히 펼쳐보았다. 잘 접혀져있던 그 종이에는 빼곡하게 무언가가 적혀있었다.

 "이럴 수가.."

 한방 먹은 기분이었다. 모든 것을 알고있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모든 것을 알고있을 것이다. 나는 허탈하게 웃으며 다시 그 종이를 읽어보았다.

 '안녕. 지금쯤 무지개시티에서 이걸 읽고있겠지? 박살났을 신비의 부적은 나중에 물어주길 바래. 아무튼,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면 발전소로 가. 그것이 너의 운명이니까. 그리고 너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마. 혹시 죽을까봐 무서우면 걱정 하지 말고 빨리 뛰어 이 바보야.'

 허탈한 웃음이 계속하여 나왔다. 언제 적었을지도 모를 이 메모지 하나가 나의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다시 그 종이를 펼쳐서 읽어보던 나는 그것을 집어넣고 노랑시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한번쯤은 운명에 맡겨보는 것도 좋겠지.'

 내가 천천히 걸어가자, 질뻐기들은 슬쩍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그 자리를 비켜주었다.

 '적어도 이것이 내 운명이 맞다면 말이야.'

 나는 웃음을 멈추지 못한 채, 부스터를 꺼냈다. 부스터는 곧바로 질뻐기와 함께 길목 너머의 파라섹트를 향해 작열하는 화염을 내뿜었다. 비명을 지르는 파라섹트를 뒤로한 채, 나는 부스터와 함께 계속하여 노랑시티를 향해 나아갔다.

 "발전소로 가자."








다음 편에 계속



아마 이번 편이나 다음 편이 포갤에 올리는 마지막 화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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