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오스템 임플란트 직원의 횡령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2000억원이라는 큰 돈을, 그것도 한 개인이 빼돌렸다는 내용에 뉴스를 본 사람들은 ‘구멍가게도 아니고 그 큰 회사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라는 반응을 보였죠. 당시 자금관리 팀장으로 일했던 직원 A씨까 빼돌린 회삿돈은 모두 2215억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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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빼돌린 돈을 주식에 투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해당 주식은 폭락에 폭락을 거듭했고 A씨는 분할 매도를 하며 손해를 봤다고 하죠. A씨는 횡령한 돈으로 851kg(약 680억원 상당)의 금괴를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사들인 금괴는 아내 명의의 건물과 여동생 집 등 온가족을 동원해 숨겨뒀지만 이후 모조리 들통나 가족까지 피해를 봤죠. 일확천금을 노렸던 A씨는 결국 경찰에 붙잡혀 경찰의 조사를 받는 신세가 됐습니다.
직원의 횡령을 막지 못한 오스템 임플란트와 횡령을 저지른 A씨로 인해 애꿎은 피해를 본 이들도 생겼습니다. 직원의 횡령 소식이 알려지면서 코스닥 시장 내에서 오스템 임플란트의 주식 거래가 중지된 것이죠. 엎친데 덮친격으로 오스템 임플란트를 그대로 주식 시장에 둘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절차가 시작되기도 했죠. 회사를 믿고, 주식에 투자한 주주들은 그야말로 멘붕이었습니다. 하루 아침에 오스템 임플란트 주식이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했으니까요.
화가난 주주들 가운데 소액주주들은 한데 뭉쳐 회사와 임직원을 상대로 2억3000여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오킴스의 엄태섭 변호사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서)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대규모 횡령 사실이 공시된 이상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커 주주들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배경을 밝혔습니다.

최근 강동구청 공무원이 115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 직원은 횡령 이후 38억원을 구청 계좌에 돌려놔 실제 구청이 입은 피해액은 77억원이 됐다./ KBS
정말 황당하면서도 놀라운 일이지만 더 화가 나는 일도 있습니다. 사기업도 아닌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무원 조직에서 100억원이 넘는 횡령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서울 강동구청 투자유치과 7급 공무원 B씨는 2019년 1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하루 최대 5억씩, 총 115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습니다.
아무리 공무원이라도 구청 통장에서 어떻게 개인이 돈을 뺄 수 있었냐는 의문이 드는데요. B씨가 사용한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서울도시주택공사(SH)가 구청에 보내야 하는 폐기물 처리시설 건립기금을 출금이 불가한 기금관리용 계좌 대신 자신이 관리하는 구청 업무용 계좌로 보내도록 한 것입니다. 이 계좌로 돈이 들어오면 자신의 계좌로 이체만 시키면 됐던 것이죠.
물론 개인 계좌도 아닌 업무용 계좌로 이런 짓을 저질렀는데 1년 넘게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은 황당하기만 합니다. B씨와 함께 누군가가 이 계좌를 크로스체크했다면 나랏돈이 이렇게 허무하게 털리는 일은 없었겠죠. 불행 중 다행으로 김씨는 2021년 10월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겼고, 후임자가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비용 기금에 대한 결산 처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수상하게 여기고 이를 구청에 제보하면서 덜미가 잡혔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횡령한 돈을 주식에 투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횡령한 돈 가운데 38억원을 다시 구청 계좌에 입금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고요. B씨는 돌려놓지 않은 나머지 77억에 대해선 주식투자에 쓰고 없다고 했답니다.
B씨에 대한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강동구청은 자체적으로 사건이 일어난 원인을 분석 중이고,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 피해액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했는데요. 그야말로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제보자의 제보 내용(왼쪽 사진), 삼계탕./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픽사베이
‘통큰’ 횡령에 비하면 미미하긴하지만 황당하기로는 B씨의 사례 못지 않은 일도 터졌습니다. 군수사령부 예하부대에서 근무하던 한 장병의 제보로 최근 세상에 알려진 일인데요, 돈이 아닌 음식을 횡령한 일이었습니다.
제보자에 따르면 내용은 이렇습니다. C 부대장은 2021년 3월쯤부터 다양한 종류의 부식자재를 수시로 빼돌렸습니다. 횡령한 부식 물품 리스트를 보면 꽃게 2.5kg 3봉지, 두부 3kg, 우렁이, 삼겹살 6kg+@, 전복 1kg 2봉지, 바나나 우유 20개, 골뱅이, 치킨, 멸치, 새우, 잡곡류, 단감 1박스, 샤인 머스캣 1박스, 계란, 포도, 사과 등 종류도 수량도 다양합니다. 더불어 삼계탕이 나올 때마다 이 부대장은 큰 냄비째로 취사병에게 닭을 담으라고 한 뒤 사유지로 가져갔다고 합니다.
대부분 군에서 주문한 식자재라는 게 장병들의 인원 수에 맞게 주문한 것일텐데 ‘큰 손’ 부대장이 알음알음 빼돌리면 남은 장병들은 대체 무엇을 먹었을까요. 과연 배불리 먹을 수 있었을까요. 음식을 빼돌리면서 고생하는 부대원들 생각은 정말 안 났던 걸까요.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음식을 횡령한 부대장이 소속된 군수사령부는 문제가 터지자 해당 부대에 대한 감찰에 나섰고, 해당 부대장의 혐의가 일부 사실로 드러나 보직해임 후 직무에서 배제했다고 합니다. 군은 차후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부대 관리에 세심한 관리를 기울이겠다고 했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합니다.
네티즌들은 해당 기사에 “부식을 빼돌리는 정도의 일은 부대에 이미 만연한데 저 부대장이 재수없게 걸렸다”, “군용차에 넣은 기름을 빼 가져가길래 위에 보고했는데 그냥 넘어가더라”, “내가 있던 부대에서도 닭튀기면 집에 가져간다고 중대장과 중사가 다리랑 날개만 몇 십개씩 골라 가져갔다” 등 이러한 폐해는 예전부터 계속됐으며 앞으로도 비슷할 것이라는 뉘앙스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최근 사례 이외에도 공직사회에서 일어난 횡령 사례는 검색 몇 번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2012년에는 여수의 한 공무원이 80억원을 횡령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이 공무원은 9년이라는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지만 시는 아직도 65억원에 달하는 돈을 여전히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물론 청렴하게 공직생활을 하시는 분들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쓰는 A4용지 한 장도 국민 세금으로 사는 거라며 함부로 쓰지 않는 분도 계시고요. 공직 사회에 대한 불신을 없애려면 이런 분들이 더 많아져야 겠지만 시스템상으로도 애초에 횡령이 불가하도록 정비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돈이 들고나는 길에는 두 명 이상의 직원을 배치해 크로스체크가 가능하도록 해야 이런 일들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 세금이 공무원의 탈을 쓴 도둑들 배를 계속 불릴 수밖에 없을테니 말이죠.
글 시시비비 포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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