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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3(8): 양막 넘어 보이는 세계(3/5)

ㅇㅇ(112.222) 2018.04.28 15:49:10
조회 140 추천 1 댓글 1
														

그날의 일을 설명하기에 앞서 최소한으로 알아야할 내 신상에 대해 말을 해보자 한다. 


내 이름은 김선영. 나이는 75년생. 지난 5년동안 조산사로 일하고 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새 것이 좋았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이 덮인 길을 처음 밟거나, 아무것도 적혀지지 않은 새 공책. 

새 차를 샀을 때의 비닐과 가죽냄새. 갓 출판된 책을 폈을때 은은하게 퍼지는 인크와 종이의 내음. 

이런 것들이 너무 좋다. 

그래서 그럴까? 나는 애가 태어나면 바로 그 아이의 미래에 대해 점을 친다. 

어려운 점이 아니라 그냥 타로카드를 한장 뽑는 것이다. 

전문성이나 이 위의 방법을 정당화하는 토속 신앙이나 미신따위는 없다.

없지만 새로운 생명체의 미래를 내가 제일 먼저 들여다 본다는 느낌이 너무 묘해서 두근거림이 멈출 수가 없다. 


자, 그러면 다시 그날의 이야기를 해보자. 


그 날은 길사장이 전화를 주었다. 오전 11시에 중국 여자가 한 명 방문할테니 '봐달라고' 했다.

출산과 다르게 낙태엔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다. 

의사인 박 선생님한테 이를 전화로 말하자 자기는 오후에 가봐야할 곳이 있다고 하며 나에게 수술을 부탁했다.

그날은 이상하게 사람들이 많이 없었다. 박 간호사, 이 간호사는 둘 다 교통체증이 심해서 늦게 온다고 연락이 왔다.

그렇게 개원준비를 하는 도중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들어왔다.

"아직 개원 준비가.."

"선생님 선생님!"

키가 130 cm가 안되어보이는 여성이 들어왔다. 

눈이 비정상적으로 컸다. 보이는 것만으로 반지름이 5cm정도는 되어보였다. 

마치 얼굴의 절반 가량이 눈 같았으며 그 막대하게 큰 눈은 충혈되고 튀어나와있어서 우스꽝스러운 마스크처럼 보였다.

배는 보름달만했고 무엇보다 입고 있는 옷이 산부용 옷이 아닌 듯 원피스가 들려서 원피스가 들려서 무릎 위가 들어났다. 

하지만 무엇보다 양수가 터진듯 다리 가랑이 사이에서 물이 질질 흐르고 있었다.

그와 함께 여성의 눈에서도 쉴새 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저좀 살려주세요!"

이상한 모습에 경계도 하지 못한채 다리 사이로 흘러나오는 물을 보고선 반사적으로 분만대에 여성을 던지다시피 했다.

여성은 이상할 정도로 가벼웠다.


분만은 기적적이었다.

아이는 건강한 모습으로 5분 만에 나왔다. 

습관이었을까? 나는 아이를 껴 안은 채, 으례 그랬듯 구석의 타로카드의 덱에서 카드를 한장 뽑았다.

뽑은 카드는 '은둔자'였다.

"안돼!"

여성은 소리를 질렀다. 마치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분만대에서 일어나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 눈에는 강력한 증오가 담겨있었다.

커다랗고 충혈된 눈이 나를 노려보자 '아 여기서 죽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가 노려보자 내 목에 상처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피가 서서히 쏟아졌다. 나는 공포와 고통에 질려서 움직이지를 못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그러자 여자는 갑자기 숨을 못쉬는 듯 기침을 하더니 눈을 감았다.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가랑이 사이로 태반이 떨어졌다. 

여자는 나를 알 수 없는 괴력으로 아기를 낚아채면서 나를 밀쳤고 나는 옆의 철제 선반의 모서리로 힘없이 쓰러졌다.

넘어지는 중 모서리에 목의 살갗이 걸렸다. 

방금 여자가 일으킨 상처를 덧씌우는 상처가 새로 생겼다. 

내가 고통을 느끼거나 떨어지는 피를 인지하기도 전 여자는 떨어진 태반을 한 손에, 다른 손에는 아기를 안고선 나를 한 번 노려보고는 문밖으로 뛰어 나갔다. 

그리고 10분 후 박 간호사가 출근을 했다.


물론, 이 경험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곧 간호사들은 출근을 했고 약간의 소동이 있었지만 그날 오후의 중국인 여성의 수술도 무사히 할 수 있었다. 

상처는 동맥을 건드린 것은 아닌지 금방 멎었다. 흉터는 남았지만.

그날 이후로도 난 여전히 타로카드로 점을 친다.


내가 신생아를 상대로 보는 점은 새하얀 눈이 덮인 들판을 먼저 가로지르는 발자국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요즘들어 부쩍 하게 됐다. 

안 그러면 그 여자가 그렇게 화를 냈을리가 없지. 

저건 분명 자식에게 위협을 가한 상대를 노려보는 어미의 눈이었다.

그리고 난 그럴때마다 황홀감에 빠진다. 

그리고 고작 이런 싸구려 점 따위에 황홀감이 느껴지다니. 


분명 더 멋지고 훌륭한 '처음'을 주는 것은 더 있을거야. 


------------------------------------------------------


집착: 

새 것 : 무언가 새 것에 대한 처음 사용자, 혹은 처음 흔적을 남기는 사람이 저일때 기분이 좋아져요. 그리고 그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심지어는 황홀감마저 느껴요. 


아이덴티티 : 

전 슬럼가의 조산사라서 간단한 중국어를 할 수 있고, 낙태 수술을 할 수 있고, 화류계 혹은 매춘부들 사이에서 떠도는 루머에 대해 잘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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