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봄인데 왜 이렇게 덥지?” 여름이 가까워 오면서 날이 슬슬 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거리에는 벌써부터 반팔과 반바지를 입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2022년 5월 중순 이미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28도까지 올랐습니다. 한여름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높은 온도입니다.
날이 더워지면서 럭셔리 호텔 업계도 전쟁을 시작했습니다다. 이른바 ‘빙수 전쟁’입니다. 몇해 전부터 이맘때가 되면 신라호텔을 대표해 조선팰리스, 롯데, 그랜드 하얏트 등 특급호텔들은 각 호텔의 명예를 건 시그니처 빙수들을 하나씩 내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신라호텔이 판매하고 있는 애플망고빙수./ 신라호텔 인스타그램
신라호텔은 지난 4월 29일부터 호텔 라운지&바 더 라이브러리에서 제주산 애플망고빙수의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이 빙수는 애플 망고 빙수의 각 앞글자를 따 ‘애망빙’이라는 애칭까지 있을 정도로 SNS상에서는 유명합니다. 이 빙수를 먹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입니다.
빙수는 성인 여자 2~3명이 디저트로 가볍게 즐길 만큼 나옵니다. 맛도 애플망고 시럽으로 대충 흉내만 낸 게 아니라 애플망고를 한 개 반에서 두 개씩 넉넉하게 넣어 진하고 상큼한 애플망고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빙수와 함께 나오는 좋은 팥, 망고 샤베트도 별미라고 합니다. 플레이팅도 멋진 편입니다. 예쁘게 썬 애플망고를 듬뿍 얹은 빙수는 투명한 유리 돔에 씌워져 손님에게 나갑니다.
이쯤 되면 한 번쯤 먹고 싶어지기 마련이지만 가격을 들으면 그 생각이 쏙 들어갈지도 모릅니다.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 한 그릇의 가격은 무려 8만3000원입니다. 두세 명이 나눠 먹는다고 가정하면 1인당 2~3만원 이상은 내야 즐길 수 있는 금액입니다.
워낙 가격이 높게 책정되다 보니 일각에서는 ‘신라호텔 주식 1주를 팔아도 못 먹는 비싼 빙수’라는 유머도 나돌고 있습니다. 신라호텔 주식인 ‘호텔신라’는 5월 13일 주당 7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정말 주식 1주를 팔아도 빙수 한 그릇 먹기도 힘든 건 사실이네요.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는 이전에도 비싼 가격으로 유명했습니다. 2021년도 빙수 가격은 6만4000원이었고, 2020년도에는 5만4000원이었습니다. 다른 특급호텔들이 내놓은 빙수들과 비교해도 비싼 가격대였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유독 이전 해와 달리 가격이 많이 오른 것 같습니다. 무려 30%나 값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신라호텔 빙수 가격만 오른 것도 아닙니다. 호텔 업계에 따르면 2022년 주요 호텔들의 빙수 가격은 2021년과 비교해 약 15~30% 가량 올랐다고 합니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가 내놓은 망고빙수는 지난해 4만8000원에서 올해 5만7000원으로 올랐습니다. 그랜드하얏트는 지난해 4만2000원에 판매하던 빙수의 가격을 올해 5만5000원까지 올렸습니다.
지난해 한 그릇에 9만8000원이라는 높은 가격이 붙어 ‘빙수계의 에르메스’라는 별명이 붙었던 조선팰리스 호텔의 샤인머스캣 빙수는 어떨까요. 2022년엔 아직까지 샤인머스캣 빙수를 내놓을 지 말지 결정이 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하지만 2021년 선보였던 황금향, 레드향 같은 프리미엄 귤 품종인 카라향이라는 과일을 쓴 8만원대 빙수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카라향 빙수의 가격은 6만8000원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다른 호텔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이 올랐다고 볼 수 있겠네요.
웨스틴 조선이 판매하는 수박빙수와 애플망고 빙수./ 조선호텔앤리조트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웨스틴 조선은 수박빙수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달콤한 수박 과즙을 얼린 뒤 다시 갈아 소복하게 올리고 단단하고 시원한 수박 과육을 듬뿍 올렸습니다. 해바라기씨로 수박의 씨앗을 표현한 것도 앙증맞습니다. 웨스틴 조선 수박빙수의 가격은 한 그릇에 4만8000원으로, 그래도 다른 호텔들에 비해 착한 편입니다. 2021년에는 3만8000원에 판매됐습니다.
호텔들이 빙수 가격을 일제히 올린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빙수에 들어가는 재료들의 원가가 상승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건데요, 신라호텔은 “제주산 애플망고 가격뿐 아니라 유류비, 운영비 등이 한꺼번에 올라 판매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반 프리미엄 빙수 가게들과 비교해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인데도 사람들은 왜 굳이 호텔까지 찾아가서 그 비싼 빙수를 먹는 걸까요? 심지어 줄까지 서야 할 때도 있다고 하는데도 말이죠.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는 주말이면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먹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하고, 다른 호텔들도 빙수를 판매하기 시작한 5월 첫주 매출이 직전 해 동일한 기간과 비교해 50~100% 가량 늘었다고 할 정도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스몰 럭셔리’ 소비트렌드로 분석합니다. 빙수를 먹으러 호텔을 찾아가면 빙수뿐 아니라 그 호텔의 공간이나 분위기 등을 함께 경험할 수 있고, 여기에서 만족감을 얻는다는 겁니다.
실제 사례를 들어볼까요. 2022년 5월 주말에 신라호텔의 디럭스 더블룸에서 1박을 하려면 세금을 포함해 총 66만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이마저도 야외 수영장은 이용할 수 없고 조식도 포함되지 않은 가장 저렴한 가격입니다. 하지만 애플망고빙수는 8만3000원입니다. 비록 호텔에서 숙박을 하는 것처럼 다양한 시설들을 누릴 수는 없지만, 애플망고빙수 한 그릇을 주문함으로써 호텔의 고급스럽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어느 정도 즐길 수 있다면 이 정도 사치는 괜찮지 않겠느냐는 게 스몰 럭셔리의 포인트입니다.
해마다 신라호텔을 찾아 애플망고빙수를 즐긴다는 직장인 A씨는 “월급이 아주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친구와 함께 가서 비용을 나눠 부담하면 1인당 2~3만원 정도에 불과하니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며 “기분 전환도 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호텔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으니 만족한다”고 말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 인증샷./ 인스타그램 캡처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어느 정도 비용이 들어도 감수하고 소비를 하는 MZ 세대의 플렉스 문화와 SNS 인증 열풍 또한 호텔빙수를 찾는 이들을 설명하는 문화 키워드 가운데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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