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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소개-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pokemon&no=1801800
노랑시티로 다가가자, 불이 꺼진 도시 아래로 노랑시티 게이트를 둘러싸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각자의 포켓몬과 함께 주위를 경계하는 그들의 모습은 얼핏 보아도 베테랑 트레이너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노랑시티로 다가오는 나를 발견한 그들은 나를 향해 손짓하였다.
"빨리 오십시오!"
그들의 목소리에 나는 부스터를 몬스터볼에 집어넣곤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 다가오는 나를 바라보던 그들은 나에게 물었다.
"어딜 다녀오시는겁니까?"
"무지개시티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나의 이야기에 그들은 서로를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다시 나에게 말하였다.
"지금 이렇게 돌아다니시면 정말로 위험합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곧 또다시 파라섹트가 밀려올겁니다."
주위의 사람들이 맞장구쳤다. 심각한 그들의 표정에 나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뭐 설마 죽기야 하겠습니까?"
나의 알 수 없는 이야기에 그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여유부릴때가.."
"아무튼 수고가 많으십니다."
나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그들의 리더로 보이는 사람에게 악수를 청했다. 얼떨결에 악수를 받는 그는 아직까지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길을 비켜주는 그들 사이로 나는 시내를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정말 태평한 사람이군.."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이야기에 나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렴 태평할 수밖에..'
주머니속의 쪽지를 만지작거리던 나는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눈앞을 바라보았다. 폐허로 변한 관동 지방의 수도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다시 비가 오려는군."
먹구름 가득한 밤하늘을 바라보던 나는 어둠 너머의 도시를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노랑시티는 더 이상 그 이름에 걸맞는 모습을 뽐내지 못하였다. 사방을 수놓아야 할 거리의 불빛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어두운 정전 너머로, 주위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바라보던 나의 눈앞에, 도시의 어디에서나 보이던 거대한 건물이 눈앞에 다가왔다. 고개를 올려도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그 거대한 빌딩은 마치 노랑시티의 심볼과도 같았다.
"실프 주식회사의 전광판이 꺼지는 날이 오네요."
갑작스런 목소리에 옆을 바라보자, 어느새 이슬이 나의 곁에 다가와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다시 눈앞을 가득 채우는 그 거대한 건물을 바라보았다.
"저 거대한 전광판 말이에요, 저는 지금까지 꺼진 것을 본 적이 없어요."
그녀의 손가락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자, 어둠 너머로 건물 중앙에 달린 거대한 전광판이 눈에 다가왔다. 전광판은 검은 화면으로 지직거리고 있었다.
"저 전광판에 무슨 의미라도 있습니까?"
나의 물음에 그녀가 웃으며 이야기했다.
"의미라면 많아요. 수차례 일어났던 작은 정전에도 저 전광판 만큼은 꺼지질 않았던걸요. 그만큼 실프는 저 전광판을 거대 자본의 상징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녀의 이야기에 나는 슬쩍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계속하여 이야기했다.
"사실 광고라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니까요. 주위 어디에서나 볼 수 있게 만드는 이미지 메이킹, 정전 속에서도 자신의 기업을 알리던 실프의 모습, 관동 지방에서 실프라는 아이덴티티는 그야말로 엄청나요."
"실프는 어떤 회사입니까?"
나의 물음에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박사님도 알다시피 유명한 기업이니까요. 사실 관동 지방이 곧 실프주식회사라고 볼 수 있어요."
"그정도입니까?"
나의 물음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실프는 관동 지방의 경제 그 자체를 구성하고 있어요. 생각해보세요. 관동 지방에 상징적인 산업이 무엇이 있나요."
그녀의 물음에 나는 섣불리 답을 할 수 없었다. 확실히 나의 기억 너머로 떠오르는 기업에 실프 그 이외의 것은 없었다.
"확실히 그렇군요. 하긴 실프라는 회사가 그만큼 대단하긴 합니다."
나의 이야기에 그녀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계속하여 나에게 이야기했다.
"지금 우리의 손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도구가 실프의 손에서 탄생했어요. 방진 고글, 동굴탈출로프, 상처약.."
그녀는 손가락을 꼽으며 이야기했다. 그러던 그녀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아, 그리고 특히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몬스터볼의 특허권이 실프에 있으니까요."
그녀의 이야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사용되는 모든 몬스터볼의 특허는 실프에 있었다.
"박사님이 계신 칼로스지방에도 거대한 볼 공장이 있다고 들었어요."
"네 그렇습니다. 아마 후늬시티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나의 대답에 그녀는 다시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 볼 공장 또한, 아니 전 세계의 모든 볼 공장은 모두 실프의 것이에요. 생각해보세요. 하루에 판매되는 몬스터볼의 수가 얼마나 되겠어요?"
순간, 아무 생각없이 지나쳤던 거대한 세계가 가슴 속에 와닿았다. 지금까지 아무런 생각없이 구입하였던 그 수많았던 몬스터볼, 지금까지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논제였다. 몬스터볼의 특허권을 쥐고 있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엄청난 것이었다. 지금 눈앞을 가득 채우는 거대한 건물이, 비단 그 겉모습 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더욱 거대한, 전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묵직한 자본의 모습으로 눈앞에 다가왔다.
"아무튼 실프는 그런 회사에요. 흔히 실프가 이동하면 관동 지방이 사라진다고 표현하곤 하니까요."
"그렇군요.."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 거대한 건물을 바라보았다. 그때, 전광판에 불이 들어왔다.
"어, 들어왔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뒤로 몇걸음 물러서 전광판을 주시했다. 나도 슬쩍 뒤를 돌아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그녀의 곁으로 몇걸음 물러났다.
"역시, 실프답네요."
그녀는 웃으며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깜빡이는 전광판 너머로 몬스터볼의 모습이 깔끔하게 비쳐나왔다.
'포켓몬과 당신을 이어주는 매개체'
군더더기 없는 광고는 그러한 카피문구를 내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볼이 화면에 비추어졌다.
"사실, 몬스터볼의 포획률이 형편없는거 알아요?"
그녀의 이야기에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수학적으로 계산해보면 몬스터볼은 포켓몬을 가두어두기엔 성능이 턱없이 모자르대요."
"하긴, 상식적으로도..."
나는 그렇게 말하며 가방속의 몬스터볼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의지대로 튀어나올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수없이 던져야 포획할 수 있었던 지금까지의 기억들, 또한 머릿속의 암산결과가 그 사실을 입증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포켓몬이 몬스터볼에 잡히는줄 아세요?"
"글쎄요, 모르겠습니다."
내가 웃으며 고개를 젓자, 그녀는 웃으며 몬스터볼을 꺼내들었다.
"정확히 표현하면, 포켓몬이 트레이너를 받아들이는거에요. 잡히는 것이 아닌, 자신을 필요로 하는 그 트레이너를 인정하는 것이에요."
그녀의 이야기에 나는 기분좋게 웃었다.
"이건, 그야말로 생각치도 못한 부분이군요."
나의 웃음에 그녀또한 웃었다.
"생각해봐요. 기절한 포켓몬은 잡지 못하잖아요?"
"그렇습니다. 하긴 잡힌 포켓몬이 멋대로 도망가지 않는 것을 보면 맞는 것 같습니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돌려 전광판을 다시 바라보았다. 전광판에선 또다시 몬스터볼의 광고가 흘러나왔다.
'포켓몬과 나를 이어주는 매개체라...'
눈앞에 스치는 광고 너머로 나의 뇌리에 수많은 생각들이 스치었다. 짧은 시간동안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포켓몬과 인간과의 관계는 모두가 달랐다.
'포켓몬은 인간에게 굴복하는거야. 인간은 강력하니까.'
선글라스를 들어올리던 마티즈의 모습이 떠올랐다.
'진화에서 도태되면 먹히는거에요. 사료를 동정하며 키우진 않잖아요?"
파라섹트를 쓰다듬던 민화의 미소또한 나에게 다가왔다.
'포켓몬과 인간의 유대는 확실히 있어요.'
붉은 머리 소년에 대해 이야기하던 공박사의 모습,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불타오르는 망나뇽을 바라보던 목호의 뒷모습, 초련을 지키기 위해 달려오는 마임맨, 포켓몬을 끌고가던 보안대의 모습, 발챙이를 부둥켜안는 꼬마, 그리고 미르시티에 버려져있던 나의 부스터,
"발전소로 가시려는 건가요?"
잠시 전광판을 바라보던 나에게 그녀가 물어왔다. 그녀의 물음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그것까지 알고계셨던 것입니까."
"내게도 쪽지를 줬는걸요."
그녀는 웃으며 작게 접힌 종이를 들어보았다. 나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아무튼, 그럴 계획입니다. 제 운명이라니 뭐 어쩔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나는 다시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전기를 함부로 낭비하는 녀석들이 있어서요. 서둘러야겠습니다."
나의 이야기에 그녀는 웃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쉽게도 날씨가 좋지 못해서 날아서 가지는 못할 것 같아요."
"괜찮습니다. 저는 걷는 것도 좋아해서요."
그렇게 이야기하는 나의 기억 너머로 목호의 프테라가 스치었다.
'공중날기라니, 트레이너란 참 대단하다니까.'
나는 질색한 표정을 애써 숨기며 그녀에게 다시 물었다.
"그런데 발전소는 어디에 있습니까?"
나의 물음에 그녀는 지도를 꺼내들며 나에게 다가왔다.
"보세요. 관동지방 북동쪽의 변방이 보이시나요?"
"네. 보입니다. 도대체 어떤 놈이 이런곳에 발전소를..."
그녀는 계속하여 보라타운과 블루시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발전소로 가는 길은 두가지가 있어요. 블루시티의 수로를 따라서 가는 방법과..."
나는 순간 그녀의 표정을 주시하였다. 폐허가 되어버린 블루시티의 모습, 그녀가 살아왔던 고향, 차마 그녀와 함께 폐허가 되어버린 블루시티에 갈 자신이 없었다.
"다른 길은 보라타운을 거쳐 돌산터널의 동굴을 지나 가는 방법이 있어요."
"아무래도 블루시티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나의 대답에 그녀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웃으며 이야기했다.
"하긴 저도 동굴보다는 수로가 더 좋아요. 돌산 터널의 악명은 유명하니까요."
"저랑 생각이 같아서 다행입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동굴은 아니지.'
나는 고개를 저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블루시티의 게이트로 향하는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박사님, 길은 제가 안내할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그쪽을 향하여 나아갔다. 나 또한 그녀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거대한 실프의 빌딩은 도시 어디에서나 우뚝 선 그 자태를 보여주었다. 아수라장이 된 노랑시티를 넘어 블루시티의 게이트를 향하여 발걸음을 옮기던 그 순간에도 나의 눈에는 항상 그 거대한 건축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내뿜는 그들의 광고 또한 눈에 들어왔다.
'저것이 그녀가 말해주던 실프의 이념이군.'
저 멀리 전광판을 바라보던 나의 시선 아래로 무언가 색다른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단순한 아수라장이 아닌, 순수한 혼돈 그 자체였다. 그러나 마치 정리가 되어 그 자체로 새로운 무언가를 이루어내고 있었다.
"이것이 우리 포켓몬에게도 전염이 되어간다는거야?"
"아니야! 이미 시작되었다고! 훨씬 이전에 시작된거야!"
가까이 다가갈수록, 우리는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비명이 난무하는 난잡한 상황속에서도 그곳만큼은 모든 혼란이 하나의 이념으로 정리되어가고 있었다.
"내 귀여운 포켓몬이 사실 파라섹트라고?"
이야기가 오갈수록 언성은 높아져갔다. 사람들의 눈빛이 변해져갔다. 모두가 혼란속에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아니, 사실 그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몰랐을 것이다. 무언가 특별한 것이 아닌, 절대로 악한 것이 아닌, 그것이 인간과 포켓몬의 유대의 한계였고 인간의 본 모습 그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곳에 도착하여 수많은 것들을 보아왔고, 수많은 충격이 나에게 다가왔다. 파라섹트와 융합이 되었던 이수재의 모습, 버섯에 감염된 채 연기를 하던 후지 노인의 뒷모습, 그리고 병원 속에서 밀어닥치던 괴물들, 하지만 그 중에서 나에게 가장 거대한 충격을 주었던 한가지 장면을 고르자면, 그것은 바로 이 순간이 아니었을까?
"여러분의 포켓몬은 위험 요소입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고요!"
그 한마디였을까, 사실 그 한마디에 모든 것의 책임을 전가하고 싶지는 않았다. 수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그 언성 속에서 이미 도화선의 불은 붙었을지도 모른다. 어디선가 다가오는 보안대, 소리지르는 사람들, 자신의 몬스터볼을 바라보며 덜덜 떠는 인간들의 모습, 그리고 또다시 그들의 목소리가 나의 귀에 다가온다.
"당신의 포켓몬들은 괴물입니다! 언제 당신의 목숨을 노릴지 모른다고요! 곰팡이가 피어있으면 이미 그것은 당신의 귀여운 포켓몬이 아닙니다!"
한 순간의 정적, 그리고 머지않아 산산조각나는 정적 너머로 사람들이 달려간다. 주체할 수 없는 아수라장, 그러나 그 혼란은 이내 한가지 행동으로 정리되어가고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선동인가, 아니면 군중의식인가, 나는 그 어느것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지는 이 모습, 보안대가 꺼내드는 거대한 보따리에 사람들은 너나할것없이 자신의 몬스터볼을 집어던지고 있었다.
"말도 안돼..."
이슬은 마치 쓰러지듯이 발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았다. 덜덜 떨리는 손가락, 나는 주저앉는 그녀를 지탱하고 눈앞의 참상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밀고 밀리는 인파 속에서, 모두가 자신의 포켓몬을 가차없이 버리고 있었다. 보안대가 내지르는 고함소리에, 자신의 친구이자 동료였던 포켓몬이 무더기로 버려지고 있었다.
"모두 소각해버려야 합니다! 감염된 포켓몬을 버리세요!"
"내 포켓몬도 사실 감염된 것은 아닐까?"
주위에서 연이어 사람들이 동요하였다. 이슬은 더 이상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나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사방에 울려퍼지는 정신 없는 비명 너머로 그녀의 울음소리가 들리었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저 수많은 포켓몬을 구할 방도가 없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모두 줄을 서세요! 그래야 감염된 포켓몬 수거도 빨리 끝납니다!"
눈앞에 버려지는 몬스터볼의 모습을 바라보며, 과연 인간과 포켓몬의 유대란 무엇인가. 애초에 그러한 관계였는가. 사실 마티즈가 해주었던 이야기가 진실이었을지도 모른다. 민화가 말하고자 하였던 본 모습이 이러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울음을 터뜨리는 이슬을 위로할 뿐이었다.
"이만 출발합시다."
그러나 나의 목소리에도 그녀는 눈물을 멈추지 못할 것이다. 이 끔찍한 참상 옆에서, 그 너머로 어디에서나 보이는 실프주식회사의 전광판이 눈에 다가온다.
'포켓몬과 당신을 이어주는 매개체'
무수히 버려지는 몬스터볼 너머로, 나는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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