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 빨리 와!"
[퓨퓨잇!]
로봇 강아지와 함께 골목을 달리던 소녀는, 뒤돌아 자신의 부모를 불렀다. 연분홍빛 유카타를 차려입은 소녀는, 들뜨는 기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정말~, 그렇게 뛰면 넘어진다고요?"
"냅둬, 오랜만에 여름 축제잖아. 금방 갈 테니까 기다리렴!"
소녀를 뒤따라가던 선생과 하나코는, 딸에게 손을 한 번 흔들어주었다. 더위가 한풀 꺾인 늦여름밤의 공기가, 그곳에 흐르고 있었다.
"그나저나 기대되네... 올해는 꽤 성대하게 준비한다고 들어서 말야. 당신도 그렇지?"
"네... 마음 같아선, 이런 불편한 옷도 벗어던지고 달리고 싶을 정도로요. 후훗?♡"
선생은 하나코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런 스킨십이 싫지 않은듯, 하나코 역시 그에게 살짝 어깨를 기댔다.
"..."
"어라? 당신, 표정이 왜 그래요?"
"어? 아냐, 아무것도."
틀어올린 머리와 쪽빛 유카타 사이 가느다란 목덜미가 시야에 들어와, 선생이 넋을 잃을뻔한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다.
"우와아...! 엄청 밝다!"
언덕을 올라 신사에 도착하니, 그곳은 이미 축제가 한창이었다. 화려한 조명과 요란한 노랫소리는, 키보토스의 모든 즐거움을 모아놓은 듯했다.
"어머나~! 이렇게까지 사람이 많다니, 올해도 대성황이네요?"
"그러게, 다 돌아보려면 좀 걸리겠는걸? 그래서 우리 딸, 이번엔 어디부터 가볼까?"
"음... 나는 말이지."
선생은 소녀를 안아올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검지를 볼에 갖다대며 잠시 고민한 소녀는, 이윽고 선생에게 대답했다.
"아, 저기! 금붕어가 잔뜩 있어! 저기 가자!"
"어머, 요즘도 금붕어 낚시가 있나보네요?"
"재밌겠는데? 좋아, 가자!"
부모의 손을 꼭 잡은 소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금붕어 낚시 부스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가족이 다 같이 하시는 걸까요?"
"네, 각자 뜰채 하나씩 계산해주세요."
세 사람 분만큼 돈을 내고 뜰채를 받아온 선생은, 하나코와 소녀에게 각각을 나눠주었다.
"좋았어~! 잘 봐둬, 셋쨩! 멋지게 건져올릴 테니까!"
[퓨퓨!]
의기양양하게 소매를 걷어올린 소녀는, 그대로 뜰채를 물에 담갔다. 그러나.
"좋았어, 한 마리 건졌... 으엣!? 찢어져버렸어~!"
[퓨우...]
뜰채의 종이는, 보기 좋게 찢어지고 말았다.
"후훗, 너무 세게 하면 망가져버린다고요? 생각보다 약한 부위니까... 그렇죠?♡"
"... 그걸 왜 날 보면서 말하는 거야?"
하나코의 농담에 선생은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곧 호흡을 가다듬고는 뜰채에 집중했다.
"코오오오... 얍!"
감고 있던 눈을 부릅 뜬 선생은, 재빨리 뜰채를 물 속에 담갔다가 뺐다. 그리고 그 뜰채에는, 지느러미를 팔딱거리는 금붕어 한 마리가 잡혀 올라왔다.
"우와! 아빠, 대단해!"
"백귀야행에서 훈련한 아빠의 실력을 얕보면 곤란하지! 이거, 포장해주세요."
"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부스의 사장은 금붕어를 조그만 비닐봉지에 담은 후, 그 끝을 끈으로 살짝 묶어주었다.
"이건 우리 딸 선물! 책임지고 건강하게 길러야 한다?"
"잘 됐네요, 우리 딸! 잔뜩 예뻐해줄 수 있죠?"
"에헤헤... 응!"
금붕어가 든 봉지를 받아들며, 소녀는 기쁘게 미소지었다.
"좋았어, 다음은 어디로... 오?"
금붕어 낚시 이후 다른 부스를 둘러보던 선생은, 재미있어 보이는 부스 하나를 발견했다. 각종 경품과 코르크 총이 있는, 사격 부스였다.
"저거 괜찮은데? 딸, 이번엔 저거 어때?"
"어, 총 쏘는 거? 근데 난 저런 거 못하는데... 어?"
망설이던 소녀는, 경품 중 하나를 보고는 눈빛이 바뀌었다. 하니와 씨 가면이, 경품으로 걸려있었던 것이다.
"저, 저거! 저건 갖고 싶어!"
"가면 말야? 좋았어, 아빠가 꼭 따내줄게!"
딸을 기쁘게 하기 위해, 선생은 당당한 발걸음으로 사격 부스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다섯 발에 백 엔인데, 해보시겠어요?"
"네, 여기요."
동전을 테이블에 꺼낸 후, 선생은 익숙하게 코르크 총을 장전했다. 평소 SRT의 아이들과 사격 연습을 자주 한 덕이었다.
"좋아, 목표를 센터에 놓고... 스위치!"
푝,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간 코르크는 곧바로 목표물로 향했다. 하니와 씨 가면은 털썩 주저앉듯 선반에서 넘어졌다.
"축하드립니다! 여기 가면이에요."
"우와아! 아빠는 진짜 못 하는 게 없구나!"
"헤헷, 이 정도야 뭐."
딸의 칭찬에 으쓱한 선생은, 딸의 머리에 비스듬히 가면을 씌워주었다. 유카타에 가면까지 있으니, 축제 느낌이 물씬 나는 모습이었다.
"그나저나 탄이 좀 남았는데, 다음은 뭐를... 어?"
코르크 탄을 만지작거리던 선생은, 선반 한구석에 놓인 무언가를 보고 멈칫했다.
"저거... 마제스틱 파이브죠? 그것도 구판 DX 완구?"
"네? 아, 저거요? 최근에 폐업하는 문방구에서 주워온 거라, 저도 잘..."
부스 사장은 전혀 모르는 눈치였지만, 완구에 관심이 많은 선생은 바로 눈치챘다. 저건 백귀야행 특촬 최초의 5단 합체 로봇, 마제스틱 파이브였다.
"저거, 구하기 엄청 힘든 건데...! 좋았어, 다음은 저걸로 해볼까!"
바로 코르크 총을 장전한 선생은, 연발로 완구 상자를 쐈다. 그러나, 상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젠장! 합금이 많아서 그런가, 잘 안 되는데... 에이, 모르겠다! 사장님, 여기 탄 좀 더 줘요!"
동전을 더 꺼낸 선생은, 바로 코르크 탄을 장전했다. 집념에 불타는 눈동자를 보니, 아무래도 완구를 따기 전엔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일 작정인 듯했다.
"여보~, 어디 있... 어라? 여기서 뭐 해요?"
"아, 엄마! 그게..."
두 사람이 있는 부스에 온 하나코는, 소녀에게 대강의 상황을 전해들었다.
"아하하...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아빠는 잠시 놔두고, 우리끼리 움직일까요? 셋쨩도 데려왔어요."
[퓨퓨!]
"응, 그러자. 있지, 나 간식 먹고 싶어!"
"그거 좋네요. 아까 좋은 가게를 봐뒀거든요."
하나코는 소녀의 손을 꼭 잡고, 어딘가로 향했다.
"어라? 여기는..."
모녀가 향한 곳은, 후끈한 열기가 올라오는 가판대. 불판 위에서 익는 면과 간장 양념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넵! 주문하신 야끼소바 1인분입니다! 토랴앗~!"
분주하게 움직이던 가판대의 사장이 누구인지, 소녀는 알고 있었다. 이전에 만난 적이 있었으므로.
"아! 막과자 사장님!"
"응? 이 목소리는... 아! 지난 번 그 아이!"
소녀의 목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본 레이사는, 그녀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오늘은 막과자가 아니라 야끼소바 파는 거야? 맛있겠다!"
"아무래도 축제니까요. 이런 걸 팔아야 더 기분이 살지 않겠어요? 아, 타코야끼도 있다고요!"
자리에 앉은 모녀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 야끼소바와 타코야끼 1인분씩을 시켰다. 축제 음식의 특성상, 주문 후 음식이 나오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자! 주문하신 야끼소바와 타코야끼입니다! 식기 전에 드세요!"
"잘 먹겠습니다! 아앙~... 앗뜨!"
"정말~, 급하게 먹으면 데인다고요? 엄마가 식혀줄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타코야끼를 후후 분 후, 하나코는 소녀의 입에 그것을 넣어주었다. 소녀는 입 속에서 타코야끼를 굴려가며 천천히 음미했다.
"우우움... 맛있다! 하나 더 주라!"
"네~, 잠시만요?"
서로 음식을 먹여주는 모녀의 모습을, 레이사는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음식이 입에 맞아서 다행이네요. 사실은 이런 장사가 처음이라서..."
"어머, 정말요? 쉽지 않았을텐데, 대단하네요!"
"에헤헤..."
칭찬이 쑥쓰러운지, 레이사는 살짝 눈을 피했다.
"사실은 학창 시절부터, 누군가의 미소를 지키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어렸을 땐 자경단 활동을 했고, 지금은 장사의 요령을 배워나가는 중이에요."
"그랬구나... 역시 멋있다, 사장님! 히어로 같아!"
"히어로... 네! 감사합니다! 덕분에 기운이 완전 충전됐어요!"
소녀를 향해 엄지를 치켜올린 후, 레이사는 들어오는 손님들의 주문을 받기 위해 다시 바쁘게 움직였다.
"뭐랄까... 옛날에도 그랬지만, 멋진 사람이네요."
"그치? 사장님, 완전 슈퍼스타라고!"
"으, 으읏...!"
사실은 레이사가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녀는 모르는 듯했다.
"아, 슬슬 시간이... 우리 딸, 이제 일어날까요? 곧 불꽃놀이할 시간이라고요?"
"와아, 불꽃놀이! 올해는 더 멋지댔지? 셋쨩, 꼭 찍어줘야 해!"
[퓨퓨!]
남은 음식을 포장한 후, 모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꽃놀이가 잘 보이는 언덕 자리를 차지하려면, 서둘러야 했다.
"여보, 미안~! 조금 늦었네?"
커다란 완구 상자를 들고, 선생은 언덕에 올라왔다. 그곳에는 이미 모녀가 간식을 들고 벤치에 앉아 있었다.
"정말... 사격에 얼마나 쓴 거예요?"
"별로 안 썼어. 한... 5천 엔?"
"으엣? 아빠 그만큼이나 썼어!?"
"싸, 싸게 산 거야! 중고로 구하려면 10만 엔이 그냥 넘어간다고!"
완구 상자를 한쪽에 놓은 후, 선생은 소녀 옆에 앉았다. 그리고 선생이 조용히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소녀는 눈을 감고 그 손길을 즐겼다.
"아, 저기 봐요! 시작했나 본데요?"
하나코가 가리킨 곳을 보자, 그곳에서는 형형색색의 불꽃이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그 광경에, 선생 가족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예쁘다... 아, 셋쨩! 잘 찍고 있지?"
[퓨퓨이!]
셋쨩의 디스플레이는 녹화중 표시가 빨간 글씨로 떠 있었다. 밀레니엄제 로봇이다보니, 당연하다는 듯 녹화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던 것이다.
"좋았어... 그럼 셋쨩, 이것도 찍어주라!"
소녀는 셋쨩 앞으로 달려나가 손으로 V자를 만들었다. 아마 불꽃을 배경으로 자신의 영상을 찍기 위함이리라.
"하나, 둘! 타마야~!"
불꽃이 터지는 순간에 맞춰 피스 사인을 앞으로 뻗는 소녀. 당연히 그녀의 충견 셋쨩은, 그 모든 순간을 녹화했다.
"히힛, 잘 나왔겠지? 이따 집에 가서 보자!"
[퓨퓨!]
소녀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셋쨩은 기쁜듯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 귀여운 모습에, 소녀는 물론 선생과 하나코도 조용히 웃었다.
"아, 그렇지! 엄마아빠도 같이 찍을래? 분명 멋질 거야!"
"흐음, 그럴까? 이것도 다 추억이니까."
"저도 좋아요, 가족이 함께 외출하는 일도 흔치 않으니까요."
소녀의 뒤에 선 부부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다른 손으로 피스 사인을 만들었다. 그리고 불꽃이 터지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있지, 여보."
"네, 왜요?"
선생이 하나코를 부르자, 그녀는 선생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 퍼엉!
"타마야~! 헤헷, 재밌었다!"
마지막 불꽃이 터지고, 소녀는 기지개를 쭉 켰다. 벤치에 둔 금붕어 봉지를 들고, 언덕을 내려갈 준비를 했다.
"엄마아빠도 재밌었지? 내년에도 또... 어라?"
뒤를 돌아본 소녀는, 곧 부모님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엄마아빠, 왜 그래? 별로 재미없었어?"
"응? 아냐, 엄청 재밌었지. 당신도 그랬지?"
"... 정말 짖궂어요, 당신."
아이처럼 환한 표정의 선생과 달리, 하나코는 입술을 매만지며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어린 소녀에게는 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으음... 셋쨩, 엄마아빠는 왜 저러는 걸까?"
[퓨퓨.]
"정말! 셋쨩도 그러기야?"
전부 녹화하고 있었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셋쨩이었지만, 딱히 소녀에게 설명해주지는 않았다. 말해준다고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 그것보다 어서 집에 가죠! 땀을 많이 흘렸으니까 씻기도 해야 되고, 금붕어도 제대로 된 수조에 풀어줘야죠?"
"음... 알았어, 어서 가자."
소녀는 끝까지 진실을 알려주지 않는 게 못마땅했지만, 상관없었다. 정 궁금하면 셋쨩이 녹화한 영상을 보면 그만이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소녀는 앞장서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집에 도착했을 때.
"으아~앙! 말도 안 돼!"
"어라? 우리 딸, 왜 그래요?"
집에 들어오는 길에 산 수조에 금붕어를 풀어준 하나코는, 딸의 우는 소리를 듣고 거실로 나왔다. 소녀는 TV 화면을 보면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그림자가 져서 얼굴이 제대로 안 보여! 이럴 줄 알았으면, 셋쨩한테 조명을 켜달라고 하는 건데..."
"아하하... 뭐, 이미 지나간 일이니 어쩔 수 없잖아요? 늦었으니 어서 자야죠?"
"우우... 알았어."
시무룩해진 소녀를 침대에 눕힌 후, 하나코는 침실의 불을 꺼주었다. 피곤했는지, 소녀는 금새 눈을 붙였다.
"후우... 아이에겐, 조금 비밀이 늘어버렸네요."
안도의 한숨을 내쉰 하나코는, 식탁 앞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수조 안을 유유히 헤엄치는 금붕어를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잊지 못할 여름이에요. 금붕어 씨도 그렇게 생각하죠?"
하나코는 한동안, 식탁에 턱을 괴고 수조를 들여다보았다.
*****
굉장히 오랜만에 쓰는 소설입니다.
원래도 부정기적으로 쓰는 소설이긴 하지만, 최근에 바빠서 유독 텀이 길었네요.
다음 이야기는 무엇일지,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른 소설 보기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