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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프리스크 패러블 - 29 - (It's Showtime!)

유동문학(221.141) 2016.06.02 00:39:43
조회 2818 추천 67 댓글 15
														
브금을 원한다면 재생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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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딘가 고혹적이면서도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였다.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라 기계 소리에 가까웠다. 하지만, 혀를 굴리는 듯한 발음과 끈적끈적한 발성은 너의 이목을 끌었다. 어디서 그런 말소리가 들렸는지 알 수가 없어서 주변을 둘러보려고 했으나 아무리 둘러봐도 알피스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알피스는 더욱 자신의 손을 매만지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 했다. 알피스도 이리저리 둘러보며 고개를 이쪽저쪽으로 돌렸는데, 그건 목소리의 근원을 찾으려는 게 아니라 단순히 불안함의 표출인 것 같았다.

 이내 너의 옆에 있던 벽 쪽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금속으로 벽을 세게 치는 소리였는데, 그 소리는 몇 번 다시 들려왔다. 그 소리는 점점 커졌고, 결국엔 연구소 건물 자체가 흔들리는 정도까지 이르렀다. 너는 몇 걸음 물러서서 흔들리는 벽에서 떨어졌다. 이번엔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고, 동시에 벽이 박살 나며 그 파편이 너의 앞에 흩어졌다. 다행히도 너는 다치지 않았지만, 벽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그리고 신나는 음악이 들리기 시작하며 바퀴가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부서진 벽에서 커다란 기계가 외바퀴를 굴리며 나타났다.


 "기쁨을 감출 수 없군요! 이렇게 방송에 출연하고 싶어 안달이 난 인간이라니! 제 쇼에 참여할 준비가 완벽히 되어 있군요!"


 한 손에는 마이크를 든 채로 과장된 몸짓을 하는 그 괴물, 아니 기계가 바로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몸체에, 완전히 정육면체의 몸매를 하고 있었다. TV 같은 모양새에 그 화면은 네모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네모들은 노란색과 붉은색이 번갈아 반짝이며 환희를 표현하는 듯 했다. 그 기계를 지탱하는 것은 외바퀴 뿐이었지만 서 있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도대체 입이 어딘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입이 있어야만 할 것 같은 위치에 자신의 마이크를 대고 말을 이었다.


 "안녕하세요! 인간은 저를 처음 보겠죠. 제 이름은 메타톤, 지하 세계의 아이돌! 대스타! 댄서! 배우! 그리고 찌질한 알피스 박사의 발명품이랍니다!"

 "우와……."


 마지막에 붙은 말은 들리지도 않는 듯, 너는 일단 감탄부터 했다. 일단 괴물은 아닌 것 같았으므로 알피스의 발명품이라고 한다면, 그 생김새가 이해됐다. 저번에 파피루스가 말해준 메타톤이란 괴물이, 이 정도로 멋진 대스타였다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그런 대스타가 너에게 이렇게 큰 관심을 줄지는 몰랐기 때문에 감동스러울 정도였다.


 "자기, 자기 같은 어린 인간이 여기까지 온 것도 놀라운데, 찌질한 알피스 박사와 대면하면서 그렇게 좋아할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워요! 알피스 박사와 함께 당신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하려고 구상을 했어요. 하지만 자기가 울고 불며 질질 짜는 모습을 보니까, 당신 같이 어린 애를 데리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전 틀렸어요! 당신은 방송에 출연할 자격이 있어요!"


 메타톤이 기계 팔로 너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메타톤이 재생한 듯한 음악이 한층 더 빨라지며 음높이가 높아졌다. 기계음으로 구성된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메타톤이 등뒤에서 꽃가루를 꺼내 흩뿌렸다. 스포트 라이트가 너를 비추고 꽃가루가 공중에서 흩날리며 너의 앞에서 춤을 췄다. 메타톤이 기계 손으로 기계 박수를 치며 한층 더 너를 환대했다. 무대, 조명, 액션, 무엇 하나 빠지지 않았다.

 너는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너무 감격스러운 나머지 눈물을 찔끔 흘렸다. 그러자, 메타톤의 화면이 빠른 속도로 빛나고 과장된 몸짓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었다. 머리? 몸인가? 모르겠네.


 "세상에! 눈물을 흘릴 정도로 기뻐하다니! 자기 답지만, 저의 쇼에 출연할 탤런트로서의 자세는 아니에요! 울지 말아요, 자기! 자기는 제 쇼에 출연해야 해요! 그 과정은 환상적이고 완벽하고 놀랍고 즐거운 일이지, 슬픈 일이 아니랍니다! 뚝 그치세요!"

 "네!"


 너는 재빨리 눈물을 닦았고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메타톤은 만족스럽다는 듯, 기계 웃음 소리를 냈다.


 "제 맘 같아선 자기를 당장 세트장으로 데려와서 방송을 하고 싶어요. 하지만! 특별히 이번 방송의 주인공은 제가 아니라 당신이예요! 이번 방송에선 제가 아닌 당신을 촬영할 겁니다. 당신의 모험을 생방송으로 송출할 겁니다! 걱정 말아요. 핫랜드는 덥고 뜨거운 곳이지만, 그것 외에는 다치게 할 요소를 일절 두지 않을 거예요! 정말이에요! 어떤 사악하고 약아빠진 괴물이 당신을 위협해가면서 방송을 하고, 당신을 이용해먹고 싶어하겠어요? 그럴 리가 없죠! 저, 메타톤은, 그런 나쁜 괴물이 아니랍니다!"

 "하지만, 저, 저는 그런 거 해본 적 없어요. 예쁘지도 않고. 생방송을 찍을 정도로……"

 "오 이럴 수가!"


 메타톤은 외바퀴를 빠르게 돌리며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경악의 표시인 듯했다. 저런 기계를 만들어낸 알피스의 정신 상태가 의심됐다. 알피스는 여전히 안절부절 못 하며 메타톤과 너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사악하고 약아빠진 괴물'이라는 말을 할 때 알피스가 움찔한 것 같았지만, 알피스는 계속 움찔대고 있었으므로 별로 신경 쓸만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자기 꼴이 말이 아니죠. 핫랜드가 너무 더운 나머지 머리에 물을 뿌려대느라 머리도 살짝 엉망이 되고, 땀으로 범벅이 되고, 지하에 떨어진 이후론 제대로 씻지도 못 했을 테니까 별로 깨끗하지도 않겠죠. 그래도 문제 없어요. 방송의 천재! 예능계의 마이더스 손! 메타톤이 다 생각을 해뒀으니까요!"


 너는 메타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나서야 너의 행색을 스스로 살펴봤다. 예전에 워슈아가 씻겨준 적이 있지 않았나 싶었지만, 다시 되돌아보면, 씻자마자 언다인에게 창을 맞고 죽었으므로 씻지 않은 셈이었다. 너는 씻지 않은 채로 며칠 동안 지하세계를 돌아다닌 셈이었다. 너는 그제서야 부끄러움을 느끼고 고개를 움츠렸다.

 메타톤이 엄청난 속도로 너가 들어왔던 자동문을 향해 달려갔다. 물론 두 다리로 달려간 건 아니고 바퀴를 굴렸다. 자동문이 열리고 메타톤이 순식간에 연구소를 빠져나갔다. 메타톤이 나가고 나서 몇 초 간의 정적이 흘렀다. 너는 멍하니 메타톤이 나간 문을 쳐다보았다. 알피스가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어…….' 하는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하지만, 그것에 반응하기도 전에 다시 문이 열리며 엄청난 속도로 메타톤이 들어왔다. 메타톤의 기계 팔이 덜렁덜렁 흔들렸는데, 기계 손에는 양동이가 하나 들려 있었다.

 뭐야, 저거 워슈아잖아.


 "우와! 내가 메타톤한테 끌려다니고 있어! 이건 꿈일 거야!"

 "워슈아, 자기! 이 인간처럼 생긴 괴물 좀 씻어줘요. 그리고, 마법을 잘못 써서 다치게 되면 자기한테 피바다가 뭔지를 보여줄 테니까 다치게 하진 말고요!"

 "메타톤 님께서 부탁한다면 당연히 해야죠!"


 워슈아가 메타톤의 손에 들린 채로 양동이에서 마법의 물을 쏟아내며 너를 씻어줬다. 순식간에 네 몸의 더러움이 씻겨나가고 머리칼도 정돈 되었으며, 심지어 너가 느끼지 못 하고 있던 몸 구석구석의 불쾌함과 찝찝함마저 사라지게 했다. 이내 워슈아의 마법이 끝나고 너는 완벽하게 깨끗해졌다. 메타톤은 양동이, 아니, 워슈아를 든 채로 박수를 치며, 너의 모습이 얼마나 세련되고 멋지며 아름다운지에 대해 떠들었다. 그러고 나선 워슈아를 든 채로 다시 자동문 쪽으로 달려나갔다.

 너는 그 사이에 작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나에게 말했다.


 "괴물의 대스타가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다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너가 좋아하면 다행히긴 한데, 난 좀 부담스러운 걸. 저런 말투를 들어주는 것도 조금 힘들단 말이야.


 "적응되면 괜찮겠지! 난 좀 멋지다고 생각하는 걸!"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뭐. 너가 좋으면 내가 뭐라 할 바가 아니지.

 그때, 문 바로 앞에 선 메타톤이 워슈아를 든 기계팔을 빙빙 돌리면서 말했다.


 "이제 워터폴로 돌아가요, 자기! 뒷내용은 TV로 보세요!"


 메타톤이 팔을 더욱 빠르게 빙빙 돌리더니, 이내 연구소 바깥으로 워슈아를 멀리 던져버렸다. 그것도 엄청나게 멀리 던진 것 같았다. 워슈아가 날아가면서 뭐라고 말하는 것 같았는데, 제대로 들리진 않았지만 그 중 일부는 '나 이제 절대로 안 씻을 거야! 메타톤이 날 만졌다고!' 라는 내용이었다. 유명한 연예인은 한 괴물의 정체성까지 부정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메타톤이 자신의 몸을 너를 향해 돌리며 말했다.


 "이제 자기는 완벽해요! 저 문 쪽으로 나가세요! 저는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 게요. 이건 자기의 방송이니까, 자기의 모험을 촬영할 거예요. 저는 그 중간에서 기다리고 있을 게요! 이제부터 당신의 삶은 감격의 연속일 테니까 준비하시라고요!"


 메타톤은 기계 웃음을 내며 반대편에 있는 자동문으로 달려갔고, 빠른 속도로 연구소를 빠져나갔다. 연구소에 울려 퍼지던 신나는 음악 소리가 꺼졌다. 너는 TV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된다는 생각에 그 자리에서 방방 뛰며 기뻐했다.

 그 옆에서 알피스는 여전히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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