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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미쳐 패션 대기업 퇴사한 이 남자는 결국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0.08 10:50:56
조회 8850 추천 7 댓글 27

패션 디자이너로 6년여간 일했다. 일은 재밌었지만 높은 업무 강도로 점점 지쳐 갔다. 힘든 몸과 마음을 위로해주는 건 식물이었다. 직접 돌 본 식물이 하루하루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렇게 식물을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해 창업에 나섰다. 플랜테리어(식물 인테리어) 디자이너 그룹 ‘마초의 사춘기’ 김광수(37) 대표의 이야기다.



‘마초의사춘기’ 김광수 대표. /jobsN

패션 사업을 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김 대표는 어릴 때부터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다. 디자인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대학에서는 컴퓨터공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미련이 커졌다. 일단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2005년 패션 편집숍인 에이랜드에서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판매직으로 일을 시작했어요. 옷에 대한 감각을 눈여겨 보신 대표님의 추천으로 남성복 바잉, 브랜드 기획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았습니다. 3년간 일하면서 일이 적성에 잘 맞는다고 느꼈어요. 제대로 패션 공부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해 2008년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하러 갔습니다. 패션 학교인 에스모드 파리에서 3년간 패션 공부를 했어요. 졸업 후에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인 발망에 입사했습니다. 파리 본사에서 1년여간 여성복 디자인팀에서 일했어요. 미적으로 다양한 고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성복보다 여성복이 더 재밌었어요. 

30살이 되던 해에 부모님의 제안으로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이후 2012년 제일모직(구 삼성물산)에 공채로 입사했어요. 여성복 구호(KUHO)의 파리 컬렉션 팀에서 디자인 업무를 맡았어요. 일은 재밌었지만 높은 업무 강도로 인해 점점 지쳐갔어요. 제시간에 퇴근하는 날은 손에 꼽았고, 쉬는 날엔 지쳐 잠만 잤습니다. 

그런 생활을 반복하던 중 우연히 식물을 접했습니다. 디자인 일을 하다 보니 영감을 얻기 위해 가구, 도자기, 가드닝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어요. 화원이나 정원을 찾아다니면서 식물을 보는데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식물을 직접 키우면서 하루하루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과정이 참 행복했어요.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졌고,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느낌이었어요. 식물을 더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온라인으로 가드닝 클래스를 듣고, 온갖 서적을 찾아 직접 공부하기도 했어요. 

평소처럼 식물을 사기 위해 과천 화훼단지에 갔는데 ‘이걸 제대로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2017년 퇴사를 결심했어요. 주변에선 다들 미쳤다고 말렸어요. 안정적인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꽃을 팔겠다니 무슨 소리냐며 걱정했죠. 그래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일을 하고 싶어 그해 ‘마초의 사춘기’를 창업했습니다. 

처음에는 온라인에서 식물을 판매했다. 디자이너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식물을 화보처럼 찍기 시작했다. /마초의사춘기 제공

-사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온라인에서 식물을 판매했어요. 그러다가 패션 디자이너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식물을 화보처럼 전문적으로 찍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플랜테리어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플랜테리어라는 단어가 없었어요. 대신 조경이라는 단어가 익숙하던 때였죠. 조경 관련 전문 지식을 공부하기 위해 수많은 해외 서적을 찾아보면서 공부했어요.

직접 기획하고 촬영한 플랜테리어 콘텐츠를 보고 2018년 코오롱그룹 자회사인 리베토에서 연락이 왔어요. 식물을 이용해 직원들을 위한 라운지 공간을 꾸며달라는 내용이었죠. 이를 시작으로 부산 양산에 있는 오슬로 파크, 롯데몰 수지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부산 연산점, NC백화점 광명점, LG유플러스의 복합문화공간인 일상비일상의 틈, 공유오피스인 패스트파이브 등 100여곳의 실내외 조경을 맡았습니다. 식물이 필요한 공간에 관해 기획부터 연출까지 모든 것을 컨설팅해요.”

마초의 사춘기는 시각 디자인, 가구, 인테리어, 패션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가 모인 그룹이다. /마초의사춘기

마초의 사춘기는 조경·원예 전문가뿐 아니라 시각 디자인, 가구, 인테리어, 패션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가 모인 그룹이다. 20명의 구성원 중 절반 이상이 디자인 전공자다. 조경 설계를 공부한 사람이 주축을 이루는 일반 조경 회사의 모습과는 다르다. 각 디자이너는 자신만의 감각과 감성으로 식물을 활용한 공간 연출, 오브제 제작 등을 하면서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다.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곧 개장하는 AK플라자 광명점의 경우 지난 8월부터 준비했어요. 3D 렌더링 작업을 한 제안서를 제출해 비딩(bidding·입찰 경매) 후 선정됐습니다. 작업할 때 층마다 공간의 특색을 잘 살려야 해요. 공조기(실내의 온도나 습도 등 공기 상태를 알맞게 조절하는 기구) 개수, 창의 개수와 크기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식물뿐 아니라 화분 등 오브제까지 모든 디자인적인 요소를 다 기획하고 연출합니다. 기획 기간은 1주~3개월 정도 걸려요. 연출은 하루 만에 끝날 때도 있고, 한 달 정도 걸리는 경우도 있어요. 공간 크기에 따라 다릅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연산점(좌), LG유플러스의 복합문화공간인 일상비일상의 틈(우). /마초의사춘기


LG유플러스의 복합문화공간인 일상비일상의 틈. /마초의사춘기

김 대표는 2020년 ‘가든어스’라는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했다. 공간을 꾸미고 남은 식물이 버려지는 걸 보고 이를 해결하고자 만들었다. 

마초의 사춘기가 식물을 활용해 공간을 꾸며주는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과 기업 간 거래) 사업이라면 가든어스는 개인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식물을 추천·판매·관리해주는 B2C(Business To Consumer·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사업이다.

“플랜테리어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 기존 식물은 버리고 새로운 식물로 다시 채우는 경우가 많아요. 식물이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공간 연출을 위해 쓰이고 버려지는 식물을 보고 죄책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작업 후에 남은 식물을 무료로 나눠주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온라인에서 소규모로 진행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왼쪽부터) 가든어스 플랜트호텔 AK분당에서 일하는 직원 모습. 가든어스 연희대공원점. /마초의사춘기

찾는 사람이 많아져 지금은 AK플라자 분당점 가든 어스 매장에서 ‘플랜트 호텔’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반려견 호텔처럼 반려 식물 호텔 서비스를 제공해요. 플랜트 호텔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매장 내 전문 가드너에게 식물 관리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가드너는 고객에게 식물을 추천해주고, 식물의 상태에 맞게 분갈이, 영양제 투입 등의 서비스를 합니다. 아픈 식물을 데려오면 집중적으로 관리해 회복시키기도 합니다. 

현재는 호텔 외에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플랜트 라이브러리를 운영하고 있어요. 식물과 관련해 여러 가지 정보를 나누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오프라인 커뮤니티에요. 식물 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강해요. 창업 초기 식물에 관한 다양한 지식을 얻기 위해 외국 원서 등을 직접 찾아보면서 어려움을 겪었어요.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포토북, 원서 등 식물 관련 책 120여권을 비치해 무료로 볼 수 있게 했어요. 식물에 관해 잘 몰랐던 분들도 책을 읽고 식물을 키우시는 데에 도움을 받았으면 해요.


가든어스 플랜트 스테이션 모습. /마초의사춘기

또 GS칼텍스와 함께 하는 플랜트 편의 시설도 운영 중입니다. 주유소에 플랜트 편의 공간을 마련해 식물 중고 거래를 할 수 있게 했어요. 집에 방치해 놓은 식물을 가져오면 다시 잘 관리해 원하는 사람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입양 보냅니다. 이러한 ‘순환’ 과정으로 ‘친환경’과 ‘지속 가능’이라는 가치에 집중하고 있어요. 또 간식 코너도 있어요. 비건 음료나 베이커리, 친환경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번 달에 오픈하는 AK플라자 광명점에는 플랜트 랩을 새롭게 오픈합니다. 식물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하는 공간이에요. 다양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해 많은 사람에게 식물을 상품이 아닌 반려 대상으로 인지시키고 싶어요.”


가든어스 가드닝 클래스 모습(좌), 가든어스 토분(우). /마초의사춘기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요.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소비자가 제대로 전달받았을 때 가장 기뻐요. ‘가든어스’가 진행하는 여러 서비스가 큰 호응을 얻는 걸 보고 식물에 대한 인식과 소비문화가 변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매출이나 성장률 등이 궁금합니다.

“2018년 식물 판매와 콘텐츠 촬영 등으로 매출 약 1억원을 기록했어요. 이후 작업 의뢰가 많아져 2019년에는 약 4억원, 2020년 매출은 10억여원이었습니다. 현재 2021년 3분기까지 15억원을 기록했어요. 창업 이후 꾸준히 매년 2배 이상 성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플랜테리어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디자이너가 모인 그룹인 만큼 식물을 활용한 공간의 이야기를 잘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또 사람들이 식물과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면서 거리를 좁혀나가고 싶어요. 새로운 식물 문화를 만들어 반려 식물 문화의 선두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글 시시비비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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