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 2023년 최저임금 논의 시작 노사 간 인상률,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 두고 대립 2022년 최저임금 9160원…OECD 아시아 회원국 중 가장 높아 새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 변화에도 눈길
2023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시작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5일 2023년 최저임금 인상안을 논의하는 첫 회의를 열었다. 매년 인상 폭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온 노사 측은 2023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도입을 두고 맞서고 있다. 현재 시간당 9160원인 최저임금을 지역이나 업종에 따라 별도로 적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경영계의 숙원이지만 노동계는 강력 반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지역별,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한 전향적 검토가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해온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 최대 쟁점으로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위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 90일 내에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해야 한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3월 31일 최저임금위에 심의를 요청했다. 통상 최저임금위는 4월 초 첫 회의를 열고 이후 실태·자료조사 결과를 공유한 뒤 6월 중순에나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과 달리 1차 전원회의부터 노사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오는 5월 10일 취임하는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최저임금제도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2021년 8월 자영업 비상대책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자영업이 무너지면 우리 가정 경제가 중병을 앓게 된다”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지역별,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이제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새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데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숙박·음식점업 등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이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취지였다.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을 처음 도입한 1988년 업종별 차등 적용을 한 적이 있다. 최저임금법은 노동자의 생계비,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정하되, ‘사업의 종류(업종)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최저임금은 ‘10인 이상 제조업’에만 적용했는데 섬유·잡화·식품을 만드는 경공업 쪽은 462.5원, 금속·기계·화학·석유 등을 만드는 중화학공업 쪽은 487.5원이었다.
이 같은 업종별 차등 적용은 도입 1년 만에 사라졌고, 현행 체제가 유지 중이다. 지난 몇 년간 업종별 차등 적용 방안이 최저임금위 안건으로 오르기는 했지만, 통과된 적은 없다. 지역·업종별 차이 반영을 통해 고용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보다 업종별 차등 적용이 가져올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시 저임금 업종을 낙인 찍을 수 있는 데다, 업종별 차등 적용을 위한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업종별 차등화를 하려면 산업별 단위 생산성 등 근거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돼야 하는데 지금은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황”이라며 “당장 내년부터 차등 적용은 쉽지 않다”고 봤다.
그러나 최저임금법 4조 1항 위원회 기능에서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심의를 통해 사업의 종류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노총 측은 현행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한 근거를 삭제하는 법 개정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역별 차등적용은 법적 근거가 없어서 이를 적용하기 위해선 현행법 개정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5년간 41.6% 상승…아시아 1위 수준
최저임금 심의의 또 다른 쟁점은 인상률이다. 현재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변수는 물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이를 반영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최소한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난이 여전하고 2022년도 최저임금(9160원)이 5년 전보다 41.6% 급등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 정부 출범 첫 해라는 상징성 때문에 이번에 열릴 심의에서 양측이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하게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최저임금은 5년간 가파르게 인상됐다. 2017년 6470원이었던 시간당 최저임금은 2022년 9160원으로 41.6%나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해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고, 2018년 16.4%, 2019년 10.9%로 초반 2년간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렸다. 그러나 저소득층 일자리 감소, 자영업자 경영난 악화 등 역풍이 불면서 2020년 2.9%, 2021년 1.5%로 속도를 늦췄고 2022년에는 최저임금을 5.1% 인상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상승률이 가파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21년 5월 국제노동기구(ILO) 등 글로벌 노동통계를 기초로 2011년 이후 아시아 18개국의 최저임금 변화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근로자의 최저임금이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 최저임금 인상률도 아시아 국가 중 1위로 분석됐다.
전경련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월 최저임금은 1498달러(약 167만원)로 아시아 18개국 중 3위였다. 하지만 제조업 비중이 낮은 호주(2232달러)와 뉴질랜드(2021달러)를 제외할 경우 실질적인 1위에 해당하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규모의 3.1배인 일본을 넘는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2016∼2020년 우리나라의 연평균 최저임금 상승률은 9.2%로, 중국(3.2%)과 베트남(6.0%) 등 아시아 국가들을 모두 앞질렀다.
최저임금 자체도 높다. 위키피디아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료를 바탕으로 매긴 ‘2020년 세계 최저임금 국가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8.9달러(시급 기준)로, 25개 국 중 12위를 차지했다. 1위는 호주로 12.9달러, 2위는 룩셈부르크 12.6달러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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