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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6>앱에서 작성

5픽서폿빼고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1.07 19:5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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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fec8600bc8b1df123ef85ec339c7065fb96c6c6becfa4e43b267a522215ce105f3434ce90549d43c4b7f1a6c531afe74f588f

갈게. 얼굴 보고 얘기하자. 알겠어. 
걸음마다 머리에 혹이 생기는 느낌이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정확하게는 어느 정도까지 발가벗겨져야 하는지 두려웠다. 익숙한 지름길은 무시하고 돌아서 갔다.

추운데 왜 나와 있었어? 들어가자. 포옹도 없이 뒤를 돌아 걷는 네가 낯설었다. 이런 무거운 분위기에도 얼굴만 보면 생각이 사라지는 게 참 경이로웠다. 차 마실래? 응. 커피포트가 유난을 떨며 크게 울었다. 만나면 화를 잔뜩 내고 싶었는데 잘 안되네. 무슨 말로 아프게 할까 기다리면서 고민했는데 보니까 아무것도 안 돼. 연락은 왜 안 받았어? 일부러 안 받았어. 티 내고 싶어서. 내가 얼마나 서운하고 힘들고 괴로운지 오빠한테 티 내고 싶어서. 나도 그랬어. 그런데 얼굴 보니까 오면서 고민했던 생각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더라. 오빠는 화난 적 없어? 정말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적 없어? 있지, 왜 없겠어? 그런데 왜 그 동굴 안에 나는 없는 거야? 나는 왜 그 영역에 들어갈 수 없는 거야?
예상 했던 질문은 늘 빗나간다. 빗나간 만큼 공기가 달아난다.

내가 여기서 대답을 피하면, 우리 멀어질까? 
무거워진다. 감각이 예민해지고 무언가 짓누르는 게 느껴진다. 
오늘 회사에서 한 귀여운 아이가 벌인 사고나, 들어가 보고 싶은 간판을 달고 있던 카페에 대해 얘기하면 안 되는 걸까? 그러다 갑자기 저녁 뭐 먹을까라며 물어주면 안 될까?
오빠, 우리가 얼마나 만났지? 이제 일수로는 세기도 힘들 거야. 그런데 난 아직도 잘 모르겠어. 모두 다 알 것만 같고 어떤 사소한 말이나 행동도 바로 이해가 될 정도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있잖아, 어쩔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어. 내가 어떤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유치한 비유로 말해 줄까? 나 혼자서 비밀번호를 맞추는 것 같아. 하루가 지날 때마다 한 칸씩 돌려보면서 내일은 열리겠지. 내일은 열리겠지. 가끔은 정말 외로워. 그게 날 소외시키고 외롭게 만들어. 그러다 자책하게 돼. 오빠가 날 사랑하는 게 맞을까?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같을까? 나는 늘 그 질문에서 막혀. 심장이 뛰는 게 느껴진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어디까지 들여보내줘야 할까. 이렇게까지 얘기하는 게 수치스럽고 부끄러워. 꼭 내가 구걸하는 것 같아서. 나만 애타게 갈구하는 것 같- 보통의 사람들은, 아니, 정상인 사람들은 한 번씩 찾아오는 그런 우울하고 죽고 싶을 만큼 힘든 감정들에 괴롭지? 평온한 행복을 가끔 침범해오는 사건들 말이야. 나는 어떤지 알아? 일상이 지독하게 파도치는데 거기서 오히려 안정감을 느껴. 그게 일상이니까. 기본값이니까. 그래서 이따금 한 번씩 살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낯설고 생소해. 생소한 감정을 행복이라 느끼고, 그 안에서 불안하고 초조해. 가진 것도 없으면서 잃을 걱정을 하니까. 이런 모순을 어떻게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왜 이걸 함께해야 해? 글로는 수백 번 썼던 이야기를 직접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실수를 실수라고 인식하는 감각 기관이 따로 있는 것 같다. 후회로 연결되는 작업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그 언니는 왜 그게 가능한 건데?

열등감과 동경 사이의 한 지점이었다. 내가 늘 동경해오던 유한 사람. 여유로움이 몸에 배어있어서 티 내지 않아도 티가 나는 사람. 특유의 밝은 색채가 있는 사람. 닿고 싶은 사람. 네가 자라온 환경을 들을 때면 나는 공유할 유년 시절이 없었고, 정상적인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주는 법도 잘 몰랐다. 사랑을 못 받고 자랐다는 사연과는 많이 다른 얘기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두 가지의 인사만으론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배웠을 때 가장 혼란스러웠다. 나는 어른스럽다는 말을 어른이 무엇인지도 모를 때부터 들었고, 일찍 철이 들었다는 소문은 늘 붙어 다녔다. 내가 원한 것은 없었다. 그런 아이들은 그럴 수밖에 없는 곳에서 자란다. 우리 엄마는 밖에선 처라고 불렸고, 집에선 기생충 씨부랄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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