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0대 청소년들이 24시간 무인 아이스크림 점포를 점령한 사진이 떠돌았다. 지난 2일 새벽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CCTV 화면에서 한 학생은 바닥에 누워 다리를 아이스크림 냉동고 위에 올린 채 스마트폰을 하고 있었다. 다른 청소년들도 바닥에 앉거나 계산대 위에 앉아 각자 스마트폰 충전을 하기도 했다. 해당 사진을 올린 이는 “중고등학생들이 새벽에 갈 데가 없으니 24시간 무인점포를 아지트 삼는다”며 “동네 24시간 매장에 다 저러고 있는데, 업주들은 골치 썩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건비가 오르고 비대면 결제가 대세가 되면서 무인점포가 급증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점포 수만큼 관리 소홀 등의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빨래방, 아이스크림 가게, 편의점, 카페 등 무인 점포는 국내 3만여곳으로 추정된다.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의 경우 2017년 880여개에서 지난해 3600개로 급증했다.
빨래방, 아이스크림 할인점, 편의점, 카페 등 무인으로 운영하는 업종이 다양해지고 있다. /픽사베이
◇빨래방·스터디카페·밀키트 판매점..무인점포 왜이리 늘었나
이렇게 무인점포가 급격히 는 데에는 최저임금 상승이 큰 영향을 끼쳤다. 24시간 영업이 가능하고 가게를 열면 인건비가 추가로 들지 않는다는 점이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창업하려는 자영업자들을 끌여들었다. 실제로 한 취업 사이트에서 전국 자영업자 195명을 대상으로 설문했더니 약 67%가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무인점포를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여기에 코로나 상황이 겹치면서 무인점포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업에 제한이 생긴 업장과 달리 무인 점포들은 영업 제한에서 자유로웠다. 또 소비자들도 점차 비대면 결제에 익숙해지면서 무인점포는 생활 곳곳에 스며들었다.
무인점포 종류도 다양해졌다. 빨래방과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물론 자판기를 통해 밀키트를 파는 점포도 코로나 시대 창업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편의점도 무인으로 운영하는 곳들이 많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018년 12월부터 지난 8월까지 3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지만,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5만6000명 늘었다. 완전 무인은 아니더라도 낮에 직원이 근무하고 밤에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들도 많아졌다.
무인 스터디카페도 몇 년 사이 늘어난 업종 중 하나이다. 밤에 서울 대치동을 찾으면, 학원 수업을 마치고 스터디카페로 향하는 교복 행렬들을 볼 수 있다. 10대 청소년들은 익숙하게 카드를 찍고 자리를 찾아 공부를 이어간다. 코로나 이전부터 인건비 안 드는 창업 아이템으로 대치동 일대에서 우후죽순 생겨났던 업종이다.
손님이 드문 새벽, 무인 점포를 점령한 10대 청소년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술집 영업 끝나면 음식 사서 무인 점포로..골머리 앓는 점주들
하지만 막상 무인점포 점주들 얘기를 들어보면 관리가 여간 어렵지 않다고 한다. 무인점포를 노린 절도 범죄가 기승인 데다, 심야에 노숙인이나 가출 청소년이 가게에 들어와 영업을 방해하는 경우도 많다. 인건비가 들지 않는다고 했지만 정작 점주가 하루종일 CCTV를 들여다보는 ‘원격 노동’을 해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자판기가 돈을 먹는 등 문제로 들어오는 민원 전화를 24시간 대기하기도 한다.
올 상반기 무인점포 대상 절도 범죄는 700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범죄 건수(367건)를 훌쩍 넘었다. 지난달에는 한 무인편의점에서 12살 아이가 물건을 훔치기도 했다. 아이 부모가 “무인점포 때문에 동네 아이들이 다 절도범이 된다. 가게 문 열어두지 말고 알바생을 쓰라”고 적반하장식 항의를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직장에 다니며 부업용으로 무인 빨래방을 운영했던 구희영(가명)씨는 결국 퇴사하고 전업으로 빨래방을 운영하기로 했다. 구씨는 “처음에는 일과 병행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매장도 청결하게 관리해야 하고, 편의점에서 사온 음식을 빨래방에서 먹는 커플을 발견한 후로는 밤잠 설치며 CCTV를 들여다보게 됐다”며 “차라리 매장을 두 세 개 더 내고 전업으로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그는 “무인 점포라고 해서 기본적인 노동력이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건 큰 착각이다”며 “술집 영업 시간 제한 때문에 빨래도 하지 않으면서 빨래방에서 쉬고 가는 불청객들이 요즘 더 늘었다”고 했다.
아직 널리 알려진 사례는 없지만 주로 청소년들이 심야에 이용하는 스터디카페의 경우 안전문제가 계속 지적되고 있다. 매일 밤 고등학생 자녀를 데리러 스터디카페를 찾는 한 학부모는 “어른 없이 아이들만 있어 범죄 표적이 될까 늘 걱정이 된다”면서도 “집 근처 스터디카페들이 모두 무인으로 운영돼 대안이 없다”고 했다.
한편에서는 일부 무인점포 점주들이 공권력에 의존해 점포 관리에 나선다고 비판한다. CCTV로 가게를 지켜보다가 수상쩍은 손님이 오면 본인이 직접 가게를 찾지 않고 경찰에 신고해 출동하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러 무인점포에는 ‘경찰관 순찰 구역입니다’라는 홍보용 스티커가 붙여 있다. 매장 관리에 드는 인건비를 세금으로 충당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점주와 손님간 신뢰를 기반으로 생겨났던 무인점포가 각종 사회 문제의 온상이 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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