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잇따라 사명과 엠블럼, 슬로건 교체에 나섰다. 사연은 다르나, 회사의 새로운 미래 비전을 제시하거나 코로나 같은 바뀐 시대 상황을 반영하려는 전략에서다. 아직은 낯설어 ‘구관이 명관’이란 말이 나올 듯도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대목도 있다.
기아가 31년 만에 사명과 엠블럼을 모두 바꿨다. 사명은 기아자동차(Kia Motors)에서 자동차를 빼고 기아로 교체했다. 엠블럼은 타원형 테두리 안에 KIA가 쓰인 모양에서 K, I, A 세 알파벳이 하나로 이어진 모양으로 변경했다. 이에 어울릴 새 브랜드 슬로건 ‘Movement that inspires(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움직임)’도 공개했다. 기존 ‘The Power to Surprise(세상을 놀라게 하는 힘)’에서 16년 만에 바꾼 것이다. 기아 측은 “고객 삶의 영감을 불러일으킬 브랜드로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특정 기업에서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세우거나 이미지 변신을 준비할 때, 기존에 사용하던 사명이나 로고, 슬로건 등을 바꾼다. 그중 슬로건은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하나의 문구로 표현한 것으로 기업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그렇기에 기업이 한 번 정한 슬로건은 꽤 오래 사용하기도 하고 회사와 시대 상황에 따라 변화를 주기도 한다.
2021년엔 기아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들이 슬로건 교체에 나섰다. 코로나가 바꿔놓은 생활∙문화 등이 기업 경영에도 큰 변화를 미쳤기 때문이다.
Taste the feeling→Real Magic
글로벌 식음료 기업 ‘코카콜라’도 5년 만에 슬로건을 바꿨다. 기존 코카콜라 슬로건은 ‘이 맛, 이 느낌!(Taste the Feeling)’이었다. 2016년에 선보인 슬로건으로, 콜라 본연의 짜릿하고 시원함을 강조한 문구였다. 2021년 공개한 새 슬로건은 ‘리얼 매직(Real Magic)’이다.
코카콜라 측은 “리얼 매직은 현실(리얼)과 매직(마법)이라는 상반된 의미의 단어를 조합한 것으로, 이는 전과 달라진 지금의 모습을 반영한 것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마법과도 같은 순간에 집중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어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순간의 경험을 통해 일상에서 마법과 같은 짜릿한 행복을 느껴 보자는 응원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슬로건과 함께 새 로고도 공개했다. 100년 넘게 사용하고 있는 ‘Coca-Cola’ 로고가 무언가를 감싸는 듯한 입체적인 모양으로 다시 그려졌다. 새 로고의 이름은 ‘허그(Hug)’.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연결하고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마법 같은 순간을 안는다(Hug)는 의미를 담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믿을 수 있는 식품, 농심→인생을 맛있게, 농심
국내 대표 식품기업 농심도 2021년 7월 신동원 회장 취임과 함께 새로운 슬로건을 공개했다. 농심은 기존 ‘믿을 수 있는 식품, 농심’에서 ‘인생을 맛있게, 농심(Lovely Life Lovely Food)으로 슬로건을 변경했다. 30년 넘게 써온 문구를 바꾼 것이다.
농심 측은 “새 슬로건은 신뢰받는 품질과 맛, 식품 안전에 대한 철학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고객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동반자로서 더 가깝게 다가서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슬로건에서 ‘식품’을 뺐다. 식품 제조사로 국한된 이미지를 넘어 식문화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It’s finger lickin good→It’s □□□□□□□ good
슬로건은 해당 기업이 속한 시대 흐름에 따라 임시로 바뀌기도 한다. 글로벌 패스트푸드 기업 KFC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자 오랜 슬로건을 잠시 변경했다. ‘It’s finger lickin good(손가락을 쪽쪽 빨 만큼 맛있다)’에서 finger lickin’을 모자이크 처리하며 ‘It’s good’만 남겼다.
KFC 글로벌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캐서린 탠쥬세피는 “KFC는 독특한 상황을 맞고 있다. 우리의 슬로건의 상징이 요즘 환경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치킨을 먹으며 손가락을 빠는 모습을 권장하는 듯한 회사 슬로건은 코로나 시국에 맞지 않아 당분간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64년간 사용했던 슬로건을 코로나19 사태로 바꾼 것이다. 다만 영구적인 건 아니다. KFC는 적절한 때가 되면 기존 슬로건을 다시 사용하겠다고 했다.
2020년 나이키는 기존 슬로건인 ‘Just Do It’ 대신 ‘Don’t Do It’을 광고에 싣기도 했다. 당시 미국 백인 경찰 가혹행위로 비무장한 흑인 남성이 사망하면서 인종차별 시위가 촉발됐고, 나이키가 이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나이키는 공식 계정에 Just Do It을 살짝 변형한 슬로건 ‘For once, Don’t Do It’ 사진을 올리면서 “이번만은 하지 마라. 미국에 문제가 없는 척하지 마라”며 캠페인 영상과 함께 글을 올렸다. 이 게시글은 조회 수 400만건을 넘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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