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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프리스크 패러블 - 34 - (거미들의 티파티)

유동문학(221.141) 2016.06.07 23: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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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크 패러블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7.5  18  19  20  21  특별편  22  23  24  25  26  27 27.5  28  29  30  31  32  33 ]




  소름끼치면서도 매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벽의 색깔이 검은색인 건지 조명이 켜지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수많은 벌레가 기어 다니는 소리가 났다. 사각사각, 하는 소리와 함께 형용할 수 없는 벌레 소리가 났다. 얇고 가는 수만 개의 다리가 움직이면서 나는 기분 나쁜 소리가 너의 귀를 괴롭혔다. 혐오스런 소리의 연속 사이에 너를 향해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매력적인 여자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소리가 벌레 소리와 함께 들리니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 치명적이라면 치명적인 웃음 소리라고 할 수 있었다.

 너를 묶고 있는 회색의 실, 그리고 수많은 벌레의 소리, 저건 거미다. 너는 본능적으로 눈치챘다. 너는 괴물 거미의 거미줄에 걸렸고 너는 얼마 못 가 잡아 먹힐 운명이라 생각했다. 이건 분명히 방송이긴 했지만, 켜지지 않는 조명, 차단된 시야와 움직임, 오직 청각만이 너가 쓸 수 있는 유일한 감각이라는 제한된 상황, 그리고 저 웃음소리, 모든 것이 너를 불안하게 했다. 이건 방송이라는 믿음도 지금은 소용 없었다.

 너는 다리 쪽에서 이상한 감각이 느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언가가 기어올라오면서 너의 피부를 간지럽히고 있었다. 그 감촉은 한두 곳에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 샌가 묶여버린 너의 팔에서도, 너의 다리 끝, 종아리, 허벅지, 허리, 너의 몸 구석구석을 소름 끼치는 감각이 지배했다.

 너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무서워서 눈물이 눈가에 고이고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어둠 속에서 거대한 거미의 형상이 나타났다. 여덟 개의 다리가 똑똑히 보였다. 너가 아는 거미의 크기가 아니었다. 거의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거미였다. 너는 눈을 꽉 감았다. 그런 흉측한 거미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는 것은 그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다. 이게 방송의 일환이라면, 당장이라도 방송을 그만 둘 자신이 있었다. 이건 너무 무서웠다.


 "아후후, 겁에 질렸네, 자기?"


 너의 모습을 즐기는 듯, 그 거미 괴물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너는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 하고 쳐다보지도 못 했다.


 "미안~, 장난이 심했나 보네. 무서워 하지 않아도 돼~."


 너는 '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목이 미어져서 제대로 말을 하지 못 했다. 너는 질끈 감았던 눈을 조금씩 떴다. 눈물이 앞을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너는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그런데, 도대체 언제부터 너의 손이 자유로워졌더라? 너는 깜짝 놀라서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너를 감았던 회색의 실이 점점 풀리 고 있었다. 그리고 너의 팔과 어께 위에는 수많은 작고 검은 거미들이 득실거렸다. 그리고 그 거미는……, 생각보다 귀엽네?


 "어……, 어?"

 "너가 폐허에서 우리 거미를 후원해줬다는 전보를 받았어. 환영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조금 무서웠나 보네. 미안해~, 얘들이 먹이랑 손님을 잘 구분 못 하거든~."


 너는 고개를 들어 눈 앞에 있던 거대한 거미 괴물을 봤다. 생각보다 흉측하게 생기지 않았다. 고급스러운 잠옷처럼 생긴 레이스 옷을 입고 있었고, 다리 두 개는 땅을 짚고 있었고 나머지 여섯 개의 다리는 자유롭게 있었다. 네 개의 다리는 찻주전자나 찻잔, 그리고 과자처럼 보이는 것을 들고 흔들거리고 있었다. 눈이 여러 개 달려 있어서 살짝 징그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정작 직접 보니 징그럽지 않았다. 거미라고 생각할 수 없는 매끈한 피부와 잘 정돈된 머릿결의 소유자였다. 거미 특유의 앞니가 돋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한 손을 입에 가져다 댔다. 그러면서 '아후후'라는 특이한 웃음 소리를 냈다. 기품 있는 여성의 웃음이지만, 굉장히 도발적이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거미 치곤 꽤 이뻤다. 네 두 팔과 어깨 위에서 작은 거미들이 그 거미 괴물을 위해서 손짓을 하며 들썩였다. 마치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았다. 네가 평소에 알던 털 달린 징그러운 거미가 아니었기에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그냥 검은색 점에 선을 여덟 개 그어놓은 것처럼 생긴 작은 거미들이었다. 그런 작은 거미들이 모여서 들썩이고 춤을 추는 것을 보니, 그 모습이 귀여워서 팔을 내릴 수가 없었다. 너가 팔을 내리면 거미들이 다 떨어져 버릴 것 같았다. 너는 허수아비 같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어야 했다.


 "내려와 얘들아, 우릴 후원해준 꼬마 손님이 불편해 하잖니~."


 거미 괴물의 부탁, 혹은 명령에 작은 거미들이 순식간에 너의 팔에서 내려가 몸에서 떨어졌다. 너는 이제서야 움직이기가 편해졌다. 거미들은 네 몸을 벗어나서 거미줄을 타면서도 계속 춤을 추고 있었다


 "어, 어, 안녕하세요."


 너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일단 인사부터 했다. 그 거미 괴물은 또 '아후후' 하고 웃더니 말을 이어갔다.


 "안녕, 자기. 나는 머펫이야. 그냥, 거미들을 보살피는 큰 거미 언니라고 생각해. 폐허에 갇힌 거미들을 구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지. 스노우딘 너머로 거미들을 데려오는 데 필요한 돈이 장난이 아니거든~."

 "아, 네……."


 너는 딱히 반응할 말을 찾지 못 했다. 물어본 적 없는 걸 말하는 사람을 대하기란 참 힘들다. 특히, 그게 금전 관련된 문제일 때에는 더 답할 거리가 없다.


 "그런 우리의 사업에 일조해준 너에게 너무 심한 짓을 한 것 같네. 방송에도 나오는 꼬마 손님한테 말이야. 혹시, 심심하면 같이 차라도 마실래?"


 머펫은 너에게 차를 대접할 준비를 이미 하고 있었다. 이미 네 개의 다리에 티타임을 위한 도구들이 들려 있었다. 너는 워터폴에서 거슨에게 받은 바다 홍차의 맛을 생각하고 언다인이 줬던 황금꽃차의 맛을 생각했다. 지하 세계라는 이미지 치고는 굉장히 맛있는 차였다. 머펫이 주는 차의 맛은 어떨지 궁금했다. 너는 조금 더 밝은 인상을 주기로 하고, 웃음을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머펫이 기뻐하는 듯, 머펫의 거미 눈들이 빠르게 깜빡였고, 매혹적인 웃음 소리가 길게 늘어졌다.


 "우리의 축제에 참여하려면 몇 가지 준비를 해야 해. 내가 도와줄게, 가만히 있어봐~."


 머펫이 거미줄을 우아하게 타면서 너에게 다가온 뒤, 두 개의 다리, 아니, 손에 들고 있던 차를 너에게 부었다. 머펫의 피부색과 어울리는 보라색 빛의 차였다. 보랏빛 차가 너의 머리 위에 쏟아져서 너는 몸을 움츠렸다. 상식적으로 차를 머리에 붓는 것은 말이 안 됐다. 하지만, 너의 머리는 젖지 않았다. 그 차가 너의 몸을 휘감더니 너의 영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너희 영혼이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영혼의 색? 그게 뭐야?'

 저번에 언다인이랑 싸울 때 생각 안 나? 너의 영혼의 원래 색깔은 붉은색이었고 언다인이 창을 넘겨주니까 초록색이 됐잖아. 그런 거랑 비슷한 거야. 정확한 의미는 나도 모르지만. 괴물들은 너를 인간 그 자체로 보기 보단 영혼으로 보는 게 더 익숙하다고.


 "아후후, 이제 거미줄을 잘 탈 수 있을 거야, 자기."


 너는 머펫의 말을 듣고 발을 들어 움직여 보았다. 거미줄이 너를 옭아맨다기보단 탄탄히 잡아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너는 머펫으로 이어지는 얇은 거미줄을 향해 걸어갔다. 정말 얇은 거미줄인데도, 너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거미줄을 타고 움직일 수 있었다. 너는 옆에 이어지는 다른 거미줄을 쳐다봤다. 작은 거미들이 너를 보며 들썩이고 춤을 추고 있었다. 머펫이 널 보며 기뻐하는 듯 웃음 소리를 냈다. 거미들이 연주하는 음악 소리가 들렸다. 너도 이 춤에 동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너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조금 떨어진 다른 거미줄을 향해 뛰어올랐다. 너는 그 얇은 거미줄에 빨려 들어가듯 움직였다. 넘어지지도 않고,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얇은 거미줄에 발끝을 내디뎠다. 머펫은 이 광경을 웃으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머펫은 조금씩 뒤로 물러나며 너를 어느 장소로 안내하는 것 같았다. 거미들이 움직였고, 너도 움직였다. 거미들이 박수를 쳤다. 너는 그 박수에 맞추어 뛰어오르고 거미줄을 탔다.

 난생 처음 해보는 공연이었다. 너는 춤을 추고 있었고, 거미들과 함께 놀고 있었다. 너는 최면에 걸린 듯, 헤어나올 수 없는 음악 속에 빠져 귀여운 생김새의 거미들과 함께 놀았다. 말은 필요 없었다. 다만 너의 행복한 표정과 우아해진 도약만이 있을 뿐이었다. 거미들이 두 다리로 과자와 찻잔을 머리 위에 이며 옮기고 있었다. 거미 크로아상, 거미 사이다, 거미 도넛, 여러 가지 찻주전자와 찻잔들, 다과회를 위한 만반의 준비가 되어 가고 있었다. 

 머펫이 내는 웃음 소리와 거미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너의 모습이 아름다올 정도였다. 사실, 너는 거미줄을 옮겨 가며 뛰어 노는 것이 너무나도 재밌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정말 공연 수준이었다. 너의 움직임에 맞추어 거미들이 흩어지고 모였다. 몇 마리의 거미들이 용감하게도 너의 머리와 어깨 위에 앉아서 박수를 쳤다. 머펫도 가끔씩 그 선율에 맞추어 가볍게 박수를 쳤다. 그리고 웃으면서 거미줄을 타고 움직였다. 어디로 가는진 알 수 없었다. 같은 곳을 빙빙 돈다는 느낌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어딘가로 가고 있겠지.

  얼마나 그렇게 공연을 했는지는 몰라도, 너는 그 공연을 멈춰야 했다. 머펫이 멈췄기 때문이다. 너는 머펫 앞에 멈춰섰고, 작은 거미들도 머펫 주변에 모여들어서 머펫이 무언가 말하길 기다렸다. 머펫은 여러 개의 눈으로 너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자기 눈에는 그냥 거미줄이겠지만, 여기가 내 집이야~. 장사하는 건 잠깐 그만두고 차를 마셔보자구~."


 머펫이 마법으로 만들어낸 거미줄로 의자를 두개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작은 거미들이 한 순간 모였다가 흩어졌다. 거미들이 모였다가 흩어진 그 자리엔, 티파티를 즐길만한 거미줄 원탁이 생겼다. 너는 감사하다고 말하며 머펫이 마련해준 그 의자에 앉았다. 머펫도 웃으면서 의자에 앉았다. 작은 거미들이 찻잔과 찻주전자를 머리에 이고 와서 원탁 위에 올려주었다. 크로아상과 사이다, 도넛도 올려두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머펫은 네 개의 손에 잡고 있는 찻주전자와 찻잔을 내려놓지 않았다. 너는 그걸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자기가 아끼는 것이라면 너가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머펫이 원탁 위에 놓여진 찻주전자를 들어서 차를 따라 주려는 듯하다가 멈췄다. 무언가 생각난 듯 너를 쳐다보면서 '아후후' 하고 웃었다.


 "자기, 내 애완 동물 좀 볼래? 파티에 초대했으니 꼭 좀 소개해주고 싶은 걸~."

 "네!"


 너는 거미 괴물이 키우는 애완동물이 뭘까 궁금했다. 그 순간 너의 뒤에서 다른 거미들과는 이질적인 이상한 소리가 났다. 작은 거미의 다리가 움직이는 소리는 너무나도 작아서, 그 소리들이 모이고 모여야 소름끼치는 소리를 낼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 소리는 분명히 하나의 개체서 나는 소리였다. 너는 그것이 거미라는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조금 달랐다. 소리가 너무 컸다. 너는 꿀꺽 침을 삼키고 뒤를 돌아봤다.

 말 그대로 정말 거대 거미의 머리였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그 거미의 머리는 날카롭게 소리를 내지르며 너의 머리를 잡아먹을 듯 입을 벌렸다. 정말로 너를 잡아먹을 것처럼 입을 벌렸다. 너는 깜짝 놀라서 자리에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너의 등덜미가 거대 거미의 입에 물렸다. 그 순간에 머펫은 너를 보면서 웃었다.


 "아후후~."


 너는 순간 단말마와 같은 비명 소리를 내질렀다. 거대 거미가 턱에 힘을 주어 움직이며 너를 공중으로 던졌다. 너가 공중에 잠깐 뜨고 나서 다시 떨어질 때, 너는 직감적으로 너가 거대 거미의 입 속으로 들어가리라고 느꼈다. 설마 또 괴물에게 속은 건가, 라는 생각이 너의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너가 느낀 것은 거대 거미의 날카롭고 뜨거운 이빨이 아닌, 푹신하고 넓은 침대였다.


 "어?"


 너는 어리둥절해 하며 앉은 채로 떨어진 곳을 살폈다. 보라색의 침대였다. 아니, 뭔가 거대한 빵처럼 생겼다. 마치, 머핀 같이 생겼다.

 너가 떨어진 곳이 머핀이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거대 거미의 눈이 보였다. 거대 거미가 너를 입으로 잡은 것은 먹으려는 것이 아니라, 너를 자신의 등 위에 태우려는 것이었다. 거대 거미의 몸체가 머핀처럼 생긴 것이었다.


 "아후후~, 내 애완 거미야. 귀엽지? 얘도 너가 마음에 드나봐~."


 얼굴은 진짜 거미처럼 생겼는데 몸은 보라색 머핀이었다. 너는 그 모습이 생각보다 귀여웠다. 용기를 내서 머핀 거미의 머리를 쓰다듬어봤다.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기분 나빠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머핀 거미는 움직여서 원탁 앞으로 다가갔다. 자신의 몸을 의자 대신으로 쓰라는 것 같았다. 머펫은 널 보며 계속 웃고 있었다. 깜짝깜짝 놀래키는 것이 머펫의 취미인 듯했다. 너무 극단적으로는 안 했으면 좋겠는데.


 "자~, 피곤할 거야. 차를 따라줄게~."


 머펫이 원탁 위에 놓인 찻잔에 차를 따랐다. 보라색 차였다. 너는 머펫이 따라주는 차를 보다가, 머펫의 다른 손에 계속 들려있던 주전자에서 거미들이 기어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저걸로 차를 따라주지 않는 이유가 있긴 있었다. 남의 찻잔에 거미를 따라주는 것은, 파티보단 재앙에 가까우니까. 그게 아무리 귀여운 거미라고 해도 말이다.

 너는 그 찻잔을 들었다. 보랏빛 차를 잠깐 동안 바라보다, 한 모금 마셨다. 달콤했다.


 "아후후~ 맛있지? 이거 다 거미로 만든 거야~."

 "네?"


 너는 깜짝 놀라서 찻잔을 내려놓고 머펫을 쳐다봤다. 머펫은 또 웃고 있었다. 장난인 것 같았다. 너는 무안한 표정으로 찻잔을 집어들고 다시 한 모금 마셨다. 여전히 달콤하면서 은은했다. 거미로 만들었을 리가 없지.

 ……,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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