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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변호사는 안돼요!

운영자 2010.04.20 10:05:37
조회 369 추천 0 댓글 0

  “변호사님, 대법원도 이 모양입니까?”

  “왜요?”


  “글세 말이죠. 법원 직원이 오라고 해서 갔었어요. 나를 오라고 한 사람은 그 중에서도 제법 높은 편인지 뒤에 널따란 책상을 놓고 앞의 직원들을 감시하는 위치더라구요.”

  “그런데요?”


  “그런데 그 사람이 나한테 소송 서류를 송달해야 하는데 안돼서 나를 불렀다고 하면서 서류 한 장을 던져 주더라구요. 그러면서 고등법원에서 여태까지 소송을 담당하고 승소한 변호사는 쓸모없으니 자기가 변호사를 선임해 주겠다는 거예요. 그 소리도 앞의 직원이 들리지 않게 하느라고 어떻게나 작게 소곤대는지 저도 알아듣기 힘들더라구요. 그러면서 따로 조용히 만나서 얘기할 사항이라나요?”

  그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혀를 찼다.


  “....”

  변호사인 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창피했다. 같은 울타리에서 밥을 먹고 사는 처지라 그걸 두둔해야 할지 아니면 질타해야 할지 바로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는 서울시 외곽단체의 말단 고용직 공무원이이었다. 어느 날 그를 곱지 않게 보던 속좁은 상관에 의해 그는 해고되었다. 그가 해고된 사유는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급량비를 횡령했다는 명분이었다. 그의 전 인생을 걸고 오랜 시간 법정투쟁을 벌였다. 그리고 마침네 천신만고 끝에 이겼다. 나는 그의 변호사로서 오랫동안 그와 호흡을 같이 해 왔던 것이다. 상대방 측에서 이제 대법원에 상고를 했다. 상고이유서를 접수하는 담당 책임자가 그를 전화로 불러 ‘이제까지 해 왔던 변호사는 안 되고 내가 소개하는 변호사라야 이길 수 있으니 조용히 만나자’고 했던 것이다.


  “변호사님, 대법원에도 그런 공무원이 있습니까? 저도 세상을 이제 한 두해 산게 아닌데 그 사람이 무슨 의미로 그렇게 하는지 왜 눈치를 채지 못하겠습니까? 아는 변호사를 소개해 주고 뒤에서 구전 몇 푼 얻어먹겠지요. 그러나 그런 행동이 우리 같이 대법원을 하늘같이 아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실망을 안겨주는지 모를거에요.”

  그는 억울한 자기 처지의 마지막 보루로서 법원에 기댄 사람이었다. 그리고 법원만은 모든 사인을 백지같이 깨끗하게 처리하리라고 희망한 사라이었다. 다행히 그의 억울한 사정이 받아들여져 그는 정부와의 투쟁에서 당당하게 승소했다. 과연 사법부는 억울한 개인을 구제해 준다는 믿음이 그에게 강하게 드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접수담당 공무원 한 사람의 비공식적인 말 한마디에 의해 찬물이 확 끼얹어지는 것이었다.


  “도대체 그게 말이 됩니까? 변호사님이 저하고 2년 동안 서로 의논하고 궁리하며 법정투쟁해서 정말 눈물겨운 승리를 이끌어 냈는데 그 공무원이 하는 말이 제일 전제로 ‘이제껏 담당했던 변호사는 안 되고’ 하는 겁니다. 그러면 자기가 소개하는 변호사에게 제가 수년 간 했던 일과 서류를 새로 얘기하고 설명해 주어야 한다는 얘긴데, 논리적으로 맞는 얘깁니까? 나오다가 그 법원 직원에 대해 물어보니까 일반직 중에서도 고급 간부라고 하더라구요. 나 참 법원까지 이러니 더러워서요..”

  “....”


  “변호사님, 그 친구가 실무절차를 보조하는 모양인데 혹시 제가 자기 말대로 듣지 않으면 서류를 올리지 않고 질질 끌면서 엿먹이는게 아닐까요? 은근히 속으로 켕기는데요.”

  “....”


  나는 아무말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이미 그 법원 직원의 머리 꼭대기 위에서 판단하고 있었다. 한 변호사가 수년 동안 열정을 바친 결과에 대해 너무도 쉽게 재를 부린다. 그것도 업무시간에 국가가 마련해준 책상과 걸상에 앉아서 말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 전체를 더럽힐 수 있다. 그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연장선상에서 대법관들까지 혹시나 하는 의문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어떤 조직의 청렴성은 벽에 붙여 놓은 구호나 임시적 대회에서 나오는 건 아닐 것이다. 그건 조직원 한사람 한사람이 남을 인정해 주는 부드럽고 헌신적인 태도에서 오는 것이다. 수고한 만큼 인정해 주는 세상, 남의 노고에 재를 뿌리지 않는 세상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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