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은 남편을 죽이고 일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억울하다고 항소를 했지요 맞습니까?” 
   “---------” 

   그녀는 재판장의 물음에 대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눈동자는 허공만 응시하고 있는 것이었다.제정신이 아닌듯 보였다. 

   “피고인의 이름은?” 
   “여러가지 있어요” 

   “피고인은 남편을 칼로 찔러 죽인거 틀림 없어요?” 
   “몰라요---”

   “피고인 어디 아픕니까?”

   “십오일 동안 밤낮으로 통 잠을 못잤어요 재판장님 저 잠오는 약좀 주게 하세요 이거 도무지 잠을 못자서 죽을 지경이에요----”

    재판장은 그녀가 정신증세를 보이는지 연기를 하는지 살피는 눈빛이었다.이윽고 재판장은 변호인에게 반대신문을 할 것을 명했다.국선 변호인이 역시 의심스러운 눈빛을 던지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피고인 애가 몇이지요?” 
   “둘인지 셋인지 모르겠어요---”

   “피고인은 집에 남겨두고 온 아이들이 지금 퍽 걱정이 되서 잠을 못자고 있지요?”

   “아니요--”

   “피고인은 결혼후 16년간을 낮에는 파출부로 다니며 고생하고 또 저녁에는 남편한테 매를 맞는 생활로 학대받다가 마침내는 우울증에 걸려 시달리다가 어느순간 자는 남편의 얼굴을 칼로 찌른게 아닙니까?”

   그말에 비로서 그녀는 처음으로 머리를 끄덕였다.그렇다는 의사표시였다.

   “피고인 참회하고 있지요?” 
   “-----------”

   변호인은 더 물을게 없다는듯 신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그녀를 쳐다보던 재판장이 “일심 공판기록을 살펴보니까 피고인은 정상적으로 모든 대답을 조리있게 했는데 지금에 와서 엉뚱한 행동과 말을 합니다.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하며 한마디 가시를 썪어 말을 던졌다.

   “피고인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 있으면 해 봐요” 
   재판장은 소송절차에 따라 최후진술의 기회를 주었다.그녀는 계속 넋나간 표정이었다.

   “재판장님 제가 전에는 죽을려고도 그랬습니다.그런데 구치소에서 통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우선 약을 좀 먹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재판이 끝났다.그녀는 재판정에서 교도관에 의해 끌려 나가면서 법대쪽을 향해 “약좀 먹게 조치좀 해 줘요”하고 소리쳤다.그말에 데리고 나가던 교도관이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알았어 알았어”말해 주었다.그 때 재판장으로 부터 등을 돌린 교도관은 씩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