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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낼 여자네

운영자 2010.04.29 14: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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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 지루했던 팔월의 무더위가 서서히 마지막 몸부림을 하고 있는 어느 오후였다.해방전부터 대한민국 사법의 중심이 되어 운영되던 서부지원의 좁은 형사법정 212호 건물은 재판을 기다리는 피고인들과 가족들의 열기가 뿜어나오고 있었다.

  낡고 퇴락한 법정은 마치 오래된 낡은 역사의 대합실을 연상시켰다.앞쪽으로 베니어판에 검은 고동색칠을 한 법대와 그 뒤에 놓인 뻘건 등판이 보이는 판사석의 나무 의자는 마치 드라마를 위한 간이셋트 같았다.재판을 기다리는 변호사들은 두세자리 밖에 안되는 변호사 대기석에 앉지 못하고 방청석 앞쪽에 쭈그리고 앉아들 있었다.법정 바깥벽 쪽 상단위에 손바닥 넓이로 가지런히 나있는 창문 밖으로 굵은 빗방울이 간간이 떨어지고 있었다.무더위와 습기가 법정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윽고 재판장이 두명의 배석판사와 함께 법정으로 들어섰다.전체적으로 윤곽이 사각형인 얼굴에다가 코와 턱부분도 미술학원에서 사용하는 아그립빠상처럼 뚜렷한 면을 가지고 음영을 드리우고 있었다.한 피고인이 모시한복으로 된 죄수복을 입고 들어왔다.초조한 눈초리로 그는 재판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피고인은 지난번 공판때 강간 사실을 부인해서 증인이 신청되었지요.그러면 오늘은 증인신문을 하겠습니다.증인이 공개로 증언해도 괜찮다고 해서 바로 증인신문하겠습니다.피해자인 증인 나오세요-----”

 그 말에 방청석에 있던 여자 한 사람이 증인석으로 나왔다.이십대 말쯤 되어 보이는 예쁘장한 얼굴이었다.하얀피부에 동그란 눈과 오똑한 콧날을 가진 그녀는 브래지어가 거의 들여다 보일만큼 실로 엉성하게 짠 팔없는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바지는 하체의 윤곽이 거의 그대로 나타나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그녀는 증인석에 성큼 올라가 앉았다.검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증인이 혼자 승용차에 타고 친정집 문앞에 있었는데 저기 피고인이 갑자기 차 안으로 들어와 증인을 껴앉고 미니스커트 속으로 손을 넣으면서 강간을 하려고 했지요 그래서 증인은 다급한 김에 피고인을 달래려고 지금 생리중이라는 말까지 하면서 사정을 한 사실도 있지요----”


   “사고 당시에는 그렇게 했다고 진술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예요.가정을 가진 삼십대 중반의 남자가 어떻게 강간을 하겠어요? 만진것도 생각해보니 옷위를 만졌지 치마 속으로 손이 들어오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녀는 오히려 어떻게 해서든지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강간죄가 되지 않도록 증언하기로 결심한 것 같았다.대개 처음에는 피해를 당한 증오로 과장까지 하면서 상대방을 저주하는 진술을 하다가도 시간이 가고 합의금을 받으면 갑자기 철저한 온정쪽으로 진술을 바꾸는 것이 더러 보이는 피해자들의 태도이기도 하다.그러나 일단 법상 죄는 확정시키고 합의를 참작해 관용을 베푸는 것과 무죄로 인정하는 것은 법논리상 엄격한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합의했다고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식을 낳고도 버젓이 강간하는 사람이 수없이 많은데 증인 지금 무슨소리 하는거요?그리고 증인은 사고난 직후 경찰에서 피고인이 미니스커트 속에 손을 넣어 생리대에 닿았다고 진술했는데 지금은 옷위만 살짝 만졌다니 그럼 증인은 생리대를 옷 바깥으로 차고 다닌다는 소리요?그리고 옷위만 살짝 만진 사람한테 생리중이라고 말한건 또 뭐요 앞뒤가 도무지 맞지 않는말 아니요?”

  재판장은 그녀의 증언이 속들여다 보인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구쳤다.


   “그래도 저분은 가정을 가진 사람이고 지금 생각해 보니 저를 강간하려고 한 것 같지는 않아요-----”

  그녀는 그래도 일단 한말을 번복하지 않고 준비해 온 말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


   “이봐요 증인 증인은 사건직후 경찰에서는 피고인이 갑자기 차속으로 침입해 강제로 껴안으면서 키스를 하고 미니스커트 속으로 손을 집어 넣어 강간했다고 진술하고 이제와서는 그런 사실없다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증인은 사람을 엉뚱하게 강간했다고 고소해서 감옥에 보낸 큰일날 여자잖아 안그래요?참 이상한 여자네? 뒤늦게 저사람을 동정하는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거짓말까지 하면 됩니까----정말 처벌 받아도 좋습니까?”

  “---------”


   잘못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지 그 여자는 잠잠해 졌다.그리고는 피고인측으로부터 부탁받은 준비해 온 말과 달리 어떻게 새로 말을 할지 몰라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대충 알겠으니 가세요 증인 수고했습니다.”


   그녀는 비로서 곤혹에서 풀려나게 되었다는 해방감에 증언석에서 훌쩍 뛰어 나왔다.수많은 방청객의 호기심어린 눈길이 그녀에게로 쏟아졌다.그녀는 그런 눈길을 전혀 의식치 않는 것 같았다.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그녀는 부지런히 법정문쪽으로 가기 시작했다.그 순간 법대 앞 구석에 서 있던 정리가 “여봐요”하고 그녀를 불렀다.의아스런 표정으로 그녀가 젊은 정리를 바라보며 다시 그에게 다가갔다.정리는 증인여비가 담긴 하얀봉투와 영수증을 내밀면서 서명을 부탁했다.영수증에 서명한 그녀는 돈을 얼른 받아 챙기고는 혀를 입밖으로 살짝 내밀고는 법정 밖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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