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손으로 노래하는, 국내 유일 수어 래퍼입니다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3.05 10:18:18
조회 6493 추천 10 댓글 161

청각장애인이 랩을 한다고? 손짓으로 예술하는 수어 아티스트입니다

수어로 예술 활동하는 농인 아티스트 김지연씨
랩·뮤지컬·뮤직비디오 등 수어로 다양한 활동
올해 프랑스에서 열리는 세계 농 축제에 초청받기도
수어와 농문화 알리고 싶어

“보는 내내 소름이 끼쳤다” “손을 사용하니 박진감이 더 느껴진다” “음성보다 더 큰 역동성이 있다”

뮤직비디오 ‘누가 죄인인가’는 안중근 의사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영웅’ 삽입곡을 수어(手語)로 재현한 영상이다.

출처유튜브 채널 '핸드스피크' 캡처

작년 광복절에 수어 예술 단체인 ‘핸드스피크’가 공개한 뮤직비디오 ‘누가 죄인인가’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안중근 의사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영웅’ 삽입곡을 수어(手語)로 재현한 영상이다. 수어는 청각장애인을 뜻하는 농인(聾人)이 사용하는 언어다. 2016년 한국수어언어법이 제정되면서 한국 수어는 한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법적 공용어가 됐다. 배우들의 손짓과 표정만으로도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다는 댓글에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 영상은 현재 조회 수 6만회를 넘었고, 댓글은 200개에 달한다.


이 수어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사람이 있다. 뮤직비디오에서 직접 판사 역할을 맡아 연기하기도 했다. 농인 아티스트 김지연(26)씨다. 그는 수어로 뮤지컬, 연극, 랩 등 다양한 수어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언어에는 희로애락의 감정이 담긴다. 농인의 언어인 수어도 마찬가지다. ‘손으로 노래하는’ 국내 유일 수어 래퍼인 김지연씨는 손짓 하나하나에 다양한 감정을 담아낸다. 그와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농인 아티스트 김지연씨.

출처핸드스피크 제공

-자기소개해 주세요.


“농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소셜 벤처인 ‘핸드스피크’ 소속 아티스트 김지연입니다. 2018년 핸드스피크 창립 멤버로 핸디 랩(수어로 하는 랩), 뮤지컬 작품 연출 등을 하고 있어요.”


부모님이 모두 농인인 김지연씨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한국 수어를 모어로 익혔다. 유치원생 때 김씨도 청각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농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크게 한 적은 없었다. 부모님의 든든한 지원과 오랜 기간 익숙하게 써온 수어 덕분이었다.


농 사회에서는 ‘청각장애인’과 ‘농인’이라는 개념을 구분한다. 관점의 차이다. 청각장애인은 병리학적 관점에서 본 말로 장애를 ‘고쳐야 할 치료대상’으로 본다. 농인은 문화적 관점에서 본 말이다. 장애를 환경이 규정하는 개념으로 본다. 다른 사람과 말할 일이 없는 환경에서는 청각 장애는 장애가 아닌 셈이다. 농 사회에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비장애인을 청인(聽人)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청인은 한국어를 일상어로 쓰는 사람, 농인은 수어를 일상어로 쓰는 사람을 뜻한다. 농인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일 뿐이다. 

김지연씨는 어릴 때부터 춤추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출처핸드스피크 제공

서울예술종합학교에서 무용학을 전공한 김지연씨는 어릴 때부터 춤추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전문적으로 춤을 배우기 시작해 힙합 댄서로 활동했다. 2016년 일본 아시아농댄스페스티벌(ASIA DEAF DANCE PRe FESTIVAL) 초청 공연 등 다양한 무대에 올랐다. 댄서에서 수어 아티스트로 영역을 넓히기 시작한 건 2017년 때부터다.


“댄스 공연을 할 때 제가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에 많은 분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어요. 반면 농인들의 반응은 달랐어요. 제 댄스 공연이 비장애인의 공연과 다를 게 없었던 거죠. 농인들에게는 제 공연이 ‘농 문화’를 표현할 만한 특색이 없다고 느껴졌던 거에요. 어떻게 하면 농 문화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아티스트로서 나만의 색깔을 더 드러내고 싶었고, 다양한 일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핸디 랩, 뮤지컬 작품 연출 일 등을 시작했습니다.”

작년 창작수어연극 '사라지는사람들' 세종문화회관 공연사진.

출처핸드스피크 제공

래퍼 프라이머리의 ‘물음표’를 핸디 랩으로 선보여 화제였다.

출처유튜브 영상 캡처

김지연씨는 2017년 극단 ‘난파’의 창작수어뮤지컬인 ‘난파클럽’을 연출하면서 본격적으로 뮤지컬 연출 일을 시작했다. 또 핸드스피크가 기획·제작한 창작수어뮤지컬 ‘미세먼지’, 창작수어연극 ‘사라지는 사람들’ 등을 연출했다. 직접 무대에 올라 연기도 했다. 2019년 한국장애인문화협회가 주관하는 제14회 나눔연극제에서 창작수어뮤지컬 ‘미세먼지’로 대상과 연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씨는 또 래퍼 프라이머리의 ‘물음표’, 가수 피노다인의 ‘손만 잡고 잘게’ 등을 핸디 랩으로 선보여 화제였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의 수어 뮤직비디오인 ‘어흥’을 직접 작사하기도 했다. 

농인 아티스트 김지연씨.

출처핸드스피크 제공

-작품을 무대에 세우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또 얼마나 연습하는지 궁금합니다.


“뮤지컬이나 연극의 경우 기획·제작부터 무대에 오르기까지 약 10개월 정도 걸립니다. 대본을 수어로 번역하고 감수하는 과정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연습을 합니다. 평일은 3시간, 주말은 6시간 이상합니다. 핸디 랩의 경우 노래 한 곡을 소화하려면 보통 3개월 이상 연습합니다. 오랜 시간 연습을 거쳐 무대 위에 섭니다.”


-핸디 랩 등 수어로 공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수어라는 게 시각적인 언어라서 표정과 손동작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크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해요. 청인이 발성과 발음 연습을 또렷하게 하는 것처럼요.”


-일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청인 사회에서 일할 때 아직은 어렵고 불편한 점이 많아요. 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 아직 수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지만, 보이지 않는 언어 차별이 있어요. 이러한 어려움을 원동력 삼아 수어와 농 문화를 더 열심히 알려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이라는 편견 때문에 힘든 적은 없었나요.


“아티스트인데, 아직은 ‘예술’보다는 ‘장애’에 더 초점을 맞춰서 보시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있어요. 음성 예술, 음성 아티스트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장애 아티스트가 아닌 제 모어인 수어로 예술을 하는 ‘아티스트’입니다.”

농인 아티스트 김지연씨.

출처핸드스피크 제공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고 뿌듯하실 때는 언제였나요.


“함께하는 단원들과 열심히 연습하고 공연을 마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그리고 공연으로 인해 사회의 인식 개선에 도움을 줬다고 느끼면 더 기쁩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활발하게 활동 중인 래퍼들과 함께 새롭고 다양한 콜래보레이션 공연을 하고 싶어요. 또 2021년 프랑스에서 열리는 세계 농 축제(Fastival Clin d’Oeil 2021)에 핸드스피크가 초청받으면서 올해 대한민국이 주빈국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동안 국내에서 공연한 작품들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새로운 장르의 예술을 하는 만큼 진정성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자 합니다.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진심으로 응원해요. 언젠가 만나게 되면 즐거운 예술 문화를 공유하고 싶어요. 올해도 다양한 활동에 많은 기대와 관심을 두시면 좋겠어요.”


글 시시비비 귤

시시비비랩



추천 비추천

10

고정닉 1

7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끝까지 다 본 걸 후회하게 만든 용두사미 드라마는? 운영자 25/07/07 - -
6107 청약 땐 '앗 뜨거', 입주 땐 '썰렁'..행복주택에 무슨 일이 [120]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25 21093 35
6106 8억 쓴 'I·SEOUL·U' 7년만에 바꾼다..이번엔 또 뭐? [307]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25 16789 51
6105 졸업 후 11개월 걸려 들어간 직장, 1년반 만에 떠나는 이유? [76]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25 13384 19
6104 '달' 팔아 140억원 벌었다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은 누구? [45]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22 19996 12
6103 "졸업하기 어렵네.."독후감∙한자부터 코딩까지 인증해야 [113]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22 24300 15
6102 300개 국내기업이 연 '뉴 스페이스' 첫걸음 [20]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22 8359 2
6101 해외 취업에선 토익∙컴활∙한국사 대신 '이것' 봅니다 [51]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22 13234 12
6100 600만원짜린데 감자보다 작은 스테이크, 담요도 없다 [66]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22 15334 20
6099 독박숙직부터 임금차별까지..'이것' 어기면 1억원 물어야 [126]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22 8995 6
6098 개인정보 유출 공무원의 말로는?.."이젠 즉시 파면" [36]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22 3896 30
6097 디카프리오와 SK도 투자했다는 '이곳'..정체는? [3]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22 2475 2
6096 "비자 발급해 드립니다" 원격근무자 유치 경쟁 [1]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22 1914 2
6095 키스신도 찍는 AI 배우..연기 실력은? [67]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21 9372 10
6094 동요부터 여성 위한 센슈얼 콘텐츠까지.. [9]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21 3258 3
6093 '여름 특수' 노리는 여행업계, 연봉인상·특별 보너스 지급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21 1213 0
6092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소리없는 CM송의 탄생 [11]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20 3974 2
6091 BMW, 벤츠 꺾은 올 하반기 가장 기대되는 신차 1위는? [7]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20 2858 1
6090 10대도 쉽게 구한다더니… '악마의 마약' 펜타닐 비상 [64]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20 7335 29
6089 '굿샷'보다 '인증샷'..MZ세대는 왜 '이 운동'에 빠졌을까? [58]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19 6075 4
6088 K-드라마 시즌2 확정한 넷플릭스의 속내 [33]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19 5373 9
6087 '리틀포레스트' 꿈꾸지만..농촌 향한 청년들의 현실은? [20]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19 3049 2
6086 "하늘에서 편의점이 내려옵니다" 드론 배달 경쟁 시작 [5]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18 909 0
6085 시간당 9620원, 알바생 10명 중 7명은 만족..사장님은? [46]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18 3622 4
6084 어디서 일해도 괜찮다는 한국 회사, 어디? [21]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18 3683 6
6083 요즘 정리해고 움직임 활발하다는 '이곳' [15]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18 3894 3
6082 "글램핑, 인공수정 비용도 내줍니다"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18 727 0
6081 삼성·SK·현대차가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나선 이유 [2]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18 1142 1
6080 마흔 넘어 일본서 창업한 개발자의 도전 [3]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18 961 0
6079 선장 없이 가는 '바다의 테슬라'..선박도 '자율운항' 시대 [27]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18 2119 3
6078 공무원 5년간 안 늘리고, 신규 채용 줄여..'작은 정부' 시동 [64]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18 3869 19
6077 게임처럼 레벨 오르면 월급도 오르는 회사 [23]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15 5946 11
6076 두유 노 '갑질(gapjil)'?..해외서 주목한 한국의 직장 내 괴롭힘 [35]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15 4366 26
6075 '믿고 싶은' 100년 미 증시 교훈 [10]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15 3727 21
6074 물가 오르고, 주가 빠져야 수익률 뛴다..'청개구리' 투자에 쏠린 눈 [10]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14 3563 1
6073 '의사 연봉킹'은 4.9억 흉부외과..성형외과 전문의 2배 넘어 [99]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14 7692 4
6072 비장애인이 장애인 연기 잘하면 연기파 배우? [124]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14 10119 20
6071 "집밥보다 싸다"..고물가에 날개 단 밀키트 [81]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13 5006 3
6070 웹에선 1만원, 앱 1만2000원..앱 결제하면 호구? [8]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13 4891 7
6069 "퇴사해서 고마워"..급성장 멎은 곳엔 해고 바람만 [13]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13 4212 11
6068 "언제는 모셔가더니.." 잘 나가는 회사가 돌변한 이유 [3]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12 1742 1
6067 "바닥은 언제?"..국내·외 유니콘 기업들 몸값 폭락 [3]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12 1892 2
6066 창업·취업으로 뜨는 자격증 따로 있다던데.. [2]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12 1621 2
6065 "주방서 넘어져도 산재"..재택근무법 만든 프랑스·독일 [15]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11 2882 3
6064 VJ 울린 '폐지 할머니' 기억하시나요? [84]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11 7552 20
6063 "반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출근하세요" [23]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11 3879 1
6062 싸이월드가 쏘아올린 '디지털 유산 상속'..애플·구글의 해법은? [39]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8 7736 8
6061 한국서 잇따라 철수하는 해외 공유 킥보드 업체, 왜 [246]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8 12243 47
6060 철없는 노동부..주52시간 개편 기로에서 '야근송' 추천 [137]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8 10275 55
6059 "이번에 내릴 역이 하나은행역이라고?" [53]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8 8259 8
6058 "그가 아니었으면, KF-21 전투기도 없었다" [37]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8 9512 10
뉴스 ‘옥문아’ 김종국, 세차비 제로의 비결은? 폭우 날 자동세차 디시트렌드 10:0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