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도로교통안전국, 현대차 내부고발자에 2400만달러 포상 다른 이면에선 파면·고소 등 불이익 이어져
현대차와 기아차의 엔진 결함 문제를 내부고발한 전직 현대차 직원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으로부터 2400만달러의 포상금을 받는다. 한화로 283억원이 넘는 포상금을 받게 된 내부고발자는 현대차 김광호(59) 전 부장이다.
2016년 8월, 현대자동차 품질전략팀에서 일하던 김씨는 현대·기아차가 세타2 엔진의 결함을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고 있지 않다며 NHTSA와 한국 정부에 잇따라 제보했다. NHTSA는 이를 토대로 세타2 엔진의 리콜 적정성 조사를 진행한 결과, 미국에서 160만대 리콜 처분을 받았다. 현대·기아차에는 과징금 8100만달러(약 954억원)를 부과했다. 미국은 내부고발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과징금의 10~30%를 고발자에게 지급한다. 김씨가 받을 2400만달러는 최대 비율인 30%에 해당한다.
김씨는 내부고발 이후 회사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되기도 했다. 2017년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복직이 결정됐지만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없어 바로 퇴사했다. 그러나 내부고발자로서 노고를 인정받아 2018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고, 2019년에는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2억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지난 10월 미국 비영리단체 ‘기만에 맞선 납세자 교육펀드’로부터 올해의 공익 제보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의 엔진 결함을 제보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로부터 2400만달러(약 283억원)의 포상금을 받게 된 현대차 김광호 전 부장. /YTN 뉴스 캡처·픽사베이
◇한쪽에선 280억 포상, 다른 쪽에선 해고∙구속까지
비록 26년간 근속한 회사를 떠났지만 김씨는 내부고발자로서 국내외에서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거대한 포상금까지 받게 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내부고발자의 현실은 다르다. 보상은커녕 엄청난 고통이 뒤따른다. 내부고발자의 고발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켜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2013년 시민단체 호루라기 재단이 42명의 공익신고자를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59.5%가 해임·파면 등 인사조치를 받았고, 66.7%가 생계곤란·소득하락을 호소했다.
광주 인화학교 정문(왼쪽 사진)과 장진수 전 주무관이 2012년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 모습. / 조선DB
가장 유명한 내부고발은 1990년 감사원 직원 이문옥 감사관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갑자기 중단됐다는 내용이었다. 이 감사관은 이런 사실을 폭로한 뒤 파면과 함께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구속까지 당했다.
김영수 전 해군 소령은 2009년 군납 비리 폭로 후 ‘조직의 쓴맛’을 봤다. 특기와 관련 없는 보직을 받았고 허가받지 않고 방송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징계조치도 받았다. 결국 스스로 군을 떠난 그는 이후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관이 됐다. 채용과정에서 고발경력을 인정받아 10% 가산점을 받았다. 그는 자신을 ‘내부고발자로서 유일하게 잘 풀린 사례일 것’이라고 했다.
영화 ‘도가니’로 알려진 광주 인화학교 사건은 당시 교사였던 전응섭씨의 고발로 드러났다. 그는 침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가해 교사는 ‘전과가 없고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2008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명박 정부 당시 있었던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은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폭로로 널리 알려졌다. 그는 재판에서 위증할 것을 강요받았지만 진실을 말했다. 사건 이후 장 전 주무관은 해고됐다.
2014년 시간강사 김모씨는 교수의 학생 성추행 사건을 공개했다. 현재 그는 오랫동안 공부한 미술을 포기하고 영어 강사로 일하고 있다. 가해 교수는 전시회를 여는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 12월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을 세상에 알린 박창진 전 사무장은 사건 이후 1년 반 동안 휴직했다. 업무 복귀 후엔 인사, 업무 불이익을 받았다. 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머리에 양성 종양이 생겨 수술을 받기도 했다. 결국 박 전 사무장은 땅공회항 사건 6년 만에 직접 사표를 쓰고 대한항공을 떠났다.
내부고발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로 양성 종양이 생겼던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 /SBS 뉴스 캡처
LG화학 자회사 ‘팜한농’에서 노무와 원가업무 등 관리직을 담당하던 이종헌 선임은 2014년 사측이 근로자 산재 사고를 은폐한 것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했다. 고용노동부는 사측에 과태료 1억 5000만 원가량을 부과했다. 팜한농은 이 선임에 대해 ‘역량개발 성과 미흡’ 등의 이유로 대기발령했고, 결국 논산공장으로 인사발령 조치를 했다. 당초 노무와 원가업무 등 관리직을 담당하던 이 선임은 논산공장으로 옮긴 뒤 제초작업, 배수로 청소, 쓰레기 수거 등 자신의 직무와 관련 없는 단순 업무 작업을 해야 했다.
◇내부고발자 대우∙보상 달라져야
우리나라는 2002년 이전까지 내부고발자 보호제도가 없었다. 이 때문에 1990년대 내부고발자들은 구속되거나 파면되는 것이 당연시됐다. 2001년 부패방지법이 제정되고서야 정부와 공공기관의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체계가 만들어졌다. 부패방지법에선 법에 따라 신고하면 소속 기관이나 단체 등으로부터 징계조치 등 어떤 신분상의 불이익이나 근무조건상 차별을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불이익을 당하면 원상 회복이나 징계 보류 등의 조치도 요구할 수 있다.
2011년에는 공익신고자보호법이 마련됐다. 공인신고자보호법은 공익신고를 한 내부고발자에게 파면, 해임 등 신분·인사상의 불이익 조치나 집단 따돌림, 폭행 및 폭언 등을 금지하고 있다. 또 내부고발 당사자와 친족, 동거인 등에게는 보상금과 포상금, 구조금 등을 지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내부고발자들에겐 돌아오는 보상보다는 불이익이 많은 게 현실이다. 보상금마저 크지 않다. 국민권익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09~2019년 내부고발에 대한 보상은 건당 평균 2200여만원, 보상 비율은 환수액의 8%에 불과하다. 역대 최대 보상도 11억원에 그친다.
대부분의 내부고발자들은 포상금 때문이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껴 신고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지금 같은 보상 제도에서 누가 불이익을 감수하고 내부 고발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회사 내부 비리를 고발한 직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한 장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캡처
그래도 이들은 내부고발을 후회하지 않는다. 박창진 전 사무장은 “후회는 없다. 진실은 진실대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팜한농의 이 선임도 “나 때문에 고생하는 아내와 딸에게 많이 미안하지만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떳떳한 결심이었기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수백억원 포상금을 받는 현대차 김 전 부장 역시 “부당한 상황을 보고 바로잡는 것이 사회인으로서 내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했다.
우리 사회가 내부고발자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사회 구성원의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부고발은 사전적이고 예방적이다. 지도자나 경영자의 입장에서도 가래로 막지 못할 것을 미리 호미로 막는 것과 같은 지렛대 효과를 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일선에서 늘 강조한 게 있다. “나쁜 소식은 빨리 퍼트려라!(Bad news must travel f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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