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쿵’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리는 윗집 발망치 소리. 조성진의 연주라면 모를까, 건반도 박자도 어긋나는 밤늦은 피아노 연주. 비명에 가까운 불안한 쇠소리의 주인공은 또 어느 이름 모를 로커인가.
편히 쉬어야 할 내 집에서 소음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많다. 특히 닭장식 구조로 여러 집이 모여사는 아파트의 층간소음은 이웃 간의 사소한 다툼을 넘어 칼부림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날로 심각해지는 층간소음 문제에 건설사들도 열심히 해결책을 찾고 있다. 롯데건설은 여러 부서로 나눠 층간소음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을 한 데 모아 소음진동솔루션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고 지난 8개월여간 층간소음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몰두했다.
김정진 롯데건설 소음진동솔루션 태스크포스팀 팀장./롯데건설
그 결과 석·박사급 직원 13명으로 구성된 TF팀은 층간소음을 기존 기술보다 6데시벨(db) 정도 낮추는데 성공했다. TF팀을 이끄는 김정진 팀장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팀장은 한국건축시공학회 층간소음위원회 부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층간소음을 줄이는 획기적인 완충재를 개발했다는데, 어떤 기술인가요.
“좁쌀만 한 폴리프로필렌(PP)을 부풀린 후 압축해 40mm 높이의 완충재를 만들었습니다. 이전에는 보편적으로 폴리스티렌(PS) 소재를 사용한 EPS(Expanded Polystyrene, 발포 폴리스티렌)를 썼는데, EPS는 오래 사용하면 쉽게 부스러지고 미세 플라스틱을 만들어내는 단점이 있어요. 저희 TF팀은 층간소음의 주원인인 충격음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PP를 소재를 활용한 EPP(Expanded PolyPropylene, 발포 폴리프로필렌)를 개발했습니다. EPS와 비교해 폐기 시 탄소 배출이 거의 없어 친환경적이면서도 탄성 복원력이 뛰어나죠.”
-개발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해결했나요.
“연구개발 초기에는 제품의 성질이 계획대로 잘 만들어지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현장 적용 시험 부분도 어려웠습니다. 여러 여건이 다 맞아떨어져야 했기 때문이죠. 제품과 시공 인원, 자재 등 모든 걸 준비했는데 코로나로 현장 진입이 어려워 1주일씩 실험이 연기되거나, 시험체를 시공하는 분들이 일이 어렵다고 그냥 가버리는 등 예상치 못한 일들도 많았어요. 결과적으로는 잘 끝났지만,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뱅머신을 이용한 소음테스트(왼쪽 사진)와 임팩트볼을 이용한 소음테스트. /롯데건설
-소음 테스트는 어떻게 진행했나요.
“층간소음 테스트는 아파트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의 실험동을 빌려 진행했습니다. 소음을 유발하는 탭핑 머신과 뱅머신, 임팩트볼을 이용해 윗층(음원실)에서 소리를 내면, 아래층(수음실)에서 충격음을 측정하는 방식이었죠. 소음을 최소화하는 바닥(완충재, 모르타르, 슬래브)의 구성 비율을 찾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매번 바닥을 부수고, 비율을 달리해 시공한 바닥이 굳을 때까지 2~3주씩 기다려가면서 실험을 했습니다. 테스트는 일일이 횟수를 세지 않았지만 100회 이상 했습니다. 테스트를 했던 때가 8월이라 굉장히 더웠습니다. 충격 테스트기가 내는 소음 이외에는 소리가 들어가면 안 돼, 한여름에도 밀폐 공간에서 실험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측정이 끝나면 다들 숨 쉬러 나오기 바빴을 정도였죠. 고생을 많이 하다 보니 테스트 후 팀원들의 몸무게가 적게는 5kg, 많게는 10kg씩 빠졌어요. 하지만 이 때문에 슬래브 210mm, 완충재 40mm, 모르타르 70mm라는 최적의 비율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생각하면 뿌듯합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소음진동 수치를 기존보다 6데시벨쯤 낮출 수 있다고 하는데요. 체감할 수 있는 수치인가요.
“2019년 5월 감사원이 공공 126세대, 민간 65세대 등 총 191세대를 조사했는데 이중 60%에 해당하는 114세대에서 중량충격음이 등급 외(50데시벨)로 나왔습니다. 이 결과를 참고해 층간소음에 문제가 있는 경우를 53데시벨 정도로 잡았고, 여기서 6데시벨을 낮춘 47데시벨(현 기준으로 중량충격음 3등급)로 소음을 줄이는 걸 목표로 했습니다. 소음 관련 기준(최소인지한계, Just Noticeable Difference)을 보면 소음이 큰 상황에 노출된 경우에는 3.5데시벨, 소음이 작은 상황에선 5.4데시벨 정도 차이가 발생하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6데시벨 정도 소음이 낮아진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토교통부는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해지자 2022년 7월부터 지어지는 공동주택의 경우 층간소음 테스트를 해 기준에 미달할 경우 개선 권고를 내리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기준에 미달하면 재시공을 해야 한다. 이는 공사 전 바닥 구조를 평가하는 사전인정제도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조치다. 다만 아직은 층간소음 판단 기준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
소음을 측정 중인 김정진 팀장./롯데건설
-새 기준이 적용되면 층간소음 스트레스가 사라질까요?
“새 제도의 취지는 공동주택이 층간소음에 대한 최소한의 법규제(중량충격음 기준 50dB 이하)를 만족시키도록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층간소음 사후성능확인제도가 실시된다고 해서 층간소음 스트레스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감사원 조사 결과 60% 이상이 소음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던 이전 상황에 비해서는 상당 부분 개선될 거라 생각합니다.”
-전에도 층간소음을 줄이려는 노력이 있었나요.
“2005년 표준 바닥구조의 슬래브 두께가 180mm에서 210mm로 변경됐고, 2013년부터 지금과 같은 사전인정제가 시행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건설사들이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많은 연구를 수행했고 롯데건설도 2015년 EPS(발포 폴리스티렌)와 EVA(에틸렌초산비닐 공중합체)를 적층한 60mm두께의 완충재와 방통 모르타르 50mm 바닥구조를 개발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요.
“층간소음 사후성능확인제도는 준공 전 전체 세대 중 5%에 해당하는 세대를 샘플로 측정해서 전체 세대의 층간소음 성능을 확인하는 제도로, 샘플 세대수가 5%지만 어떤 세대가 선정될지 모르기에 결국은 전체 세대 모두가 층간소음 성능을 만족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어떤 세대가 선정되더라도 현행 기준을 적용한다면 중량충격음으로 50데시벨 이하(4급 기준)를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최소 3급(47dB 이하)에서 2급(43dB 이하)까지 성능이 확보될 수 있는 완충재 기술 개발이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모든 아파트 구조물에서의 층간소음 성능 확보를 위해서는 1급(40dB 이하)을 만족하는 제품 개발을 해야 하는 동시에 시공성과 경제성을 또한 갖춰야 합니다.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힘든 일이겠지만 모든 사람이 층간소음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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