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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각주로 각주 마음이 형상화 된 거 보고싶다 33

ㅇㅇ(61.96) 2016.09.13 13:02:07
조회 961 추천 38 댓글 8

														




보고싶다 / 어나더 / 어어나더 / 어어어나더 / 다섯번째 / 여섯번째 / 일곱번째 / 여덟번째 아홉번째 / 열번째 / 열한번째 / 열두번째 / 열세번째 열네번째 / 열다섯번째 / 열여섯번째 / 열일곱번째 / 열여덟번째 / 열아홉번째 / 스무번째 / 물한번째 / 스물두번째 / 스물세번째 / 스물네번째 / 스물다섯번째 / 스물여섯번째 / 스물일곱번째 / 스물여덟번째 / 스물아홉번째 / 서른번째 / 서른한번째 / 서른두번째




아신이 물기가 뚝뚝 흐르는 축축한 머리와 싸움할 때 수아는 이미 보송보송 말린 머리카락을 한데 모아 묶고 가벼운 차림으로 아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 물!


귀에 물이 들어간 듯 얼굴을 찌푸리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던 아신이 어느새 제 앞에 있는 수아를 보고 아고고, 깜짝이야.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 오라비가 너무 잘생겨서?

- 미쳤어!

- 너무하네.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금릉에서 나보다 잘생긴 공자는 없다고.


팔짱을 끼고 능청스럽게 제 자신을 내세우는 수아를 보고 아신은 진지하게 고민에 빠졌다.


- 소 공자! 언 공자!

- 어허, 들이댈 걸 들이대야지. 어디서 그 귀찮고 못난 꼬맹이들을….


진심을 담아 인상을 찌푸리던 수아가 아까와는 반대로 제게 바짝 달라붙은 아신을 보고 잠시 말을 멈춘 사이 아신이 대뜸 수아의 머리끝을 잡아 깔끔히 묶어 올린 머리를 흩어놓았다. 그리고 다다다 달려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갑작스레 이뤄진 일에 수아가 어리둥절하여 굳어 있다 젖은 손을 닦고 있던 린신과 눈이 마주쳤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꺄. 둘만 있어. 좋아! 잔뜩 신이 난 소리가 나는 듯한 상큼한 표정으로 내달리던 아신은 정무를 끝내고 연무장으로 온 소경염과 마주쳤다. 아신의 축축한 머리를 보고 그가 달려온 방향을 본 소경염이 손을 내밀었다. 자연스레 그 우아한 손을 타고 올라간 아신이 한껏 높아진 시야를 즐기느라 소경염의 발길이 닿는 곳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린신과 수아가 어색한 대치를 하던 차 소경염이 왔다. 뒤늦게 그들을 본 아신이 에구구, 하고 소경염을 바라봤다.


“이리 돌아다니면 고뿔이 걸릴 듯하여 데리고 왔소.”


서로 가벼운 목례로 짧은 인사를 마치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소경염이었다. 소경염의 손바닥에 파고들어 얼굴을 감추고 엉덩이를 높이 치켜 든 아신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린신이 괜스레 화끈거리는 제 얼굴을 감쌌다.


“예 있었구나.”


어쩐지 의기소침한 수아를 향한 소경염의 말에 수아는 말없이 소경염을 향해 뛰어 올랐다. 풀어헤친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것에 소경염은 아신의 젖은 머리와 수아의 흩날리는 머리 중 어느 것을 먼저 돌봐야 할지 고민하는 듯 시선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이리 주십시오.”


린신이 아신을 건네받아 요 녀석, 하고 가벼이 타박했다.


- 눈치 없어!


아신이 통통한 볼을 실룩이며 소경염을 겨냥해 외친다. 린신이 대신 아신의 무례함을 사과했고 소경염은 허허 웃어 넘겼다.



“어찌 기분이 안 좋아.”


부루퉁하게 튀어나온 아신의 입을 보고 매장소가 말했다. 아신이 매장소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내 입 안 가득 찬 말을 꾹 삼킨다. 대신 매장소의 소맷자락에 얼굴을 묻고 이내 매장소를 보고 좋아진 기분을 담아 좋아! 하고 외쳤다. 매장소는 그런 아신의 머리에 살며시 손끝을 대고 린신에게 눈짓했다. 린신이 모르쇠로 고개를 젓자 이번에는 소경염을 본다. 종알종알 정무에서 만난 인사들이 소경염을 괄시하거나 무시하지 않았는지 열과 성을 다해 묻던 수아가 대화를 방해하는 매장소의 시선에 슬쩍 입을 다문다. 그제야 소경염이 매장소의 눈짓을 알아차렸다.


“선생도 함께 하는 것이오.”


애초에 소경염에게서 제가 원하는 대답을 포기한 매장소는 제가 내놓은 말이 아닙니까. 당연히 함께 해야지요. 하고 다소곳이 답했다. 고 고아한 자태에 잠시 숨을 멎은 린신과 아신의 숨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수아가 얼굴을 찡그리고 대체 뭐가 그리 예쁘다는 게야, 하고 작게 투덜거리자 아신이 총총 린신에게로 가 말했다.


- 안 좋아!

“무엇이 말이냐.”

- 눈!


아픈가봐. 덧붙이는 속삭임은 당연하게도 모두에게 들릴 만한 소리였다. 수아의 눈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하며 어설피 혀를 차는 것에 린신은 동의하기보다 사람마다 미의 기준은 다른 법이며 그리 편협한 시선을 보내면 못쓴다, 하고 말하며 아신의 이마를 툭 쳤다. 그리고는 저와 아신을 보는 수아의 넋 놓은 시선에 눈살을 찌푸렸다. 네 말이 맞는 것 같구나. 살며시 전해지는 린신의 속내에 허우적거리며 겨우 중심을 잡은 아신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자네는 침소에 들어야지.”


매장소를 향한 린신의 말에 아신도 고개를 끄덕이며 매장소를 보았다. 어스름한 어둠을 밝히기 시작한 횃불이 하나, 둘씩 들어오고 은근슬쩍 자리를 지키려던 매장소가 잠시 누워만 보겠네, 하고 린신과 아신을 달랬다.


넓게 깔린 보료 위 자연스레 매장소의 곁에 있는 린신을 가로지르며 아신이 아니야! 하고 외쳤다. 고 작은 몸으로 널찍한 보료 위를 바쁘게 오간 아신이 마침내 제 뜻대로 이뤄진 자리 순서에 만족하며 철퍼덕 주저앉았다.


- 아고고, 힘들다.



소경염과 같은 보료에 누울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리던 열전영이 결국 가장 오른쪽 가장자리에 위치했고 그 옆으로 소경염이, 그리고 그 옆은 매장소, 린신 순이다. 린신과 매장소 사이는 수아, 그리고 아신 자신은 매장소와 소경염 사이에 척 자리 잡았다. 제 자리를 노리는 수아를 막아선 아신이 네 자리는 거기야! 하고 단호히 말했다. 매장소야 잠시 누워만 본다고 했으니 어차피 아신의 옆에 있게 될 테지만 어쩐지 수아는 안절부절못한다. 그런 수아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신은 매장소와 소경염 사이에서 잔뜩 행복한 표정이다.


- 예뻐!


왼쪽을 봐도 예쁘고, 오른쪽을 봐도 예쁘다. 어느새 야영의 목적을 까맣게 잊은 아신이 얼굴을 발그레 물들인 채 수아와는 다른 의미로 고개를 한곳에 두지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모른다.

매장소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침소로 돌아갈 때쯤엔 아신은 쿨쿨 단잠에 빠져있었다. 머리 위로 손을 올리고 가볍게 입은 속의는 모두 풀어헤쳐 속살이 보일 지경이라 린신이 조심스레 수아를 넘어 아신의 속의를 바로하고 머리 위로 올린 손도 내려주었다. 그러자 작게 꿈틀거리던 아신이 다시금 손을 높이 쳐든다. 린신이 다시 손을 내리자 슬그머니 실눈을 뜬 아신이 린신을 흘끔 보고는 뱅그르르 돌아 엎드렸다. 베개를 저 멀리 치우고 볼이 눌리도록 엎드린 아신을 보고 린신이 고개를 젓다 기어이 눕지 않고 소경염 옆에 앉아 자리를 지키는 열전영과 눈이 마주쳤다. 흐뭇하게 소경염을 바라보던 열전영과 아신을 보느라 어느새 미소를 지은 린신은 그대로 가벼이 눈짓을 주고받으며 다시금 서로가 보던 이들에게 눈을 돌렸다.



쯧. 린신이 혀를 차자 자는 척 눈을 꼭 감고 있던 수아가 움찔거린다. 매장소가 가고 그만큼 사이를 좁혔는데 린신이 잠시 눈을 돌린 사이 또 한 바퀴 요란하게 돈 아신이 수아의 이불을 몽땅 가져갔다.

눈을 뜰까말까 고민하던 수아는 저를 조심스레 받쳐 드는 손길에 꼼짝없이 굳어버렸다.


“너는 참으로 멋진 공자다. 천하에 누가 너를 따라올까. 허나 말이다. 내 지금의 연심에 잠식되어 너에게 내어줄 마음이 없구나. 부디 아신이 주는 애정으로 너그러이 봐다오.”


나를 미워하지 마. 수아가 린신에게 하고픈 마음을 고스란히 임수에게 돌려준 린신은 아신의 곁에 수아를 두고 누웠다. 군막 사이로 옹기종기 모인 별빛이 참으로 시렸다.



믓 린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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