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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 단편문학] 취재

ㅇㅇ(49.174) 2023.06.16 17:29:30
조회 299 추천 18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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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의 오후.



그 덕분일까, 한층 짙어진 상쾌한 산내음을 음미하며 발걸음을 서두르던 A씨는 잠시 숨을 고르며 언덕에 올라 마을의 전경을 내려다 보았다.


대략 10여가구 쯤 되어 보이는 작은 마을이라 그런지 눈으로 대강 몇번 훑으면 어렵지 않게 금방 찾을 수 있어 보였다.


검은 플레이트 지붕의 작은 주택집. 찾아 헤매던 바로 그 집이었다.



A씨는 누군가가 조잡하게 만들어 놓은 작은 언덕길을 미끄러지듯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덕에 아끼던 슬랙스 바지 밑단에 흙탕물이 잔뜩 튀긴 했지만 몇날 며칠을 찾아 수소문하여 찾아낸 집이었기에 세탁비 정도야 작은 대가에 가까웠다.


이윽고 허물어져 가는 마을의 돌담길을 거슬러 올라가 이윽고 당도한 검은 플레이트 지붕의 작은 집의 녹슨 대문에 내걸린 명패의 이름을 보니 A씨가 찾던 그 사람이 확실했다.



직업병 때문인지 무의식적으로 문에 달려있어야 할 초인종을 찾아 주위로 분주히 시선을 옮겼으나 이내 자신의 몰지각함을 새삼 자각하고 헛웃음을 지은 A씨였다. 하기사, 시골마을에 초인종이 웬말이란 말인가.



우산을 접고 물기를 털어낸 A씨는 안경알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을 훔치며 입을 열었다.



"계세요?"



집에서는 별다른 대꾸가 없었다. 그럴만도 했다. 비 소리에 묻혀 듣지 못했을 법도 하거니와 노인들이란 대저 오는 귀가 어둡지 않던가.


그러고 보니 대문이 슬쩍 열려 있는 것이 아닌가. A씨는 조심스레 대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 보았지만 인기척은 없었다.



"계십니까? 실례합니다!"



헛걸음 한 것인가하고 내심 허탈해하던 A씨는 집의 마당을 둘러보았다. 여느 집과 별다를 것 없는 전형적인 시골주택의 모습이었다.


벽에 세워진 갖가지 농기구와 공구들, 그리고 그 옆에 비스듬히 세워져 있는 빨래 건조대, 그리고 아마도 이 노인의 평소 이동수단일 것으로 생각되는 옛날 자전거.


그리고 오랫만에 보는 갈색 고무 다라이, 보는 이들까지도 고즈넉해지는 장독대 두어개 등 조촐하지만 갖출 것은 다 갖춘 살림살이들로 미루어 보건대 적어도 이곳은 사람이 사는 집임은 확실해 보였다.



"뉘시오?"



별안간 누군가의 물음에 A씨는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왜소한 키의 홀쭉하고 야윈 노인이 멀뚱한 표정으로 A씨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왼손에는 음식으로 보이는 무언가를 가득 담은 그릇이 들려 있었고 오른손에는 막걸리 한병을 든 채였다. 아마도 낮술이라도 한잔 하려던 것이었을까.



"아아, 혹시 XXX 어르신 맞으십니까?"



"맞소만은... 뉘시오?"



"아 네, 저는 XXX 신문사의 XXX 기자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어르신. 다름이 아니고 어르신을 취재하려고 찾아왔는데 혹시 시간 잠시 괜찮으실까요?"



"나를 취재한다고...? 아니, 나한테서 뭘 취재할 것이 있다는거요?"



"네, 제가 듣기로 어르신께서는 해병대의 마지막 기수라고 들었습니다. 최근 몇십년 전에 해체한 해병대를 다시 부활시키자라는 의견이 정부나 민간을 막론하고 나오고 있어서요. 이에 대해 과거 해병대 출신의 전역자 분들을 찾아뵙고 이에 대한 의견을 여쭙고자 합니다."



A씨의 말에 노인은 잠시 할 말을 고르는 듯 했다. 그러나 여전히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해병대를 부활시키면 부활시키는 것이지, 왜 우리 의견을 묻겠다는거요?"



다소 퉁명스러운 어조였다. 허나, 10여년간 취재를 하며 별의별 인간군상들을 접하고 겪어온 A씨의 귀에는 이 정도면 지극히 호의적인 뉘앙스로 들렸다.



"네, 물론 선뜻 이해가 되시질 않으시겠지만 아무래도 과거 해병대가 모종의 사건들로 인하여 해체된 만큼, 행여나 역사의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법 큰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재창설 측의 입장을 조명하는 기사를 내보려고 합니다. 또 실제로도 찬성, 반대 이 양면을 봐야할 것이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 해병대 출신 전역자 어르신들의 의견도 한번 들어봄직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해병대 출신이시니 발언에도 힘이 실리실테고 또 비록 그 당시에는 좋지 않은 사유로 해체되긴 하였으나 한편으로는 밝은 면에 대해 증명해주실 어르신들도 제법 계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러나 A씨의 말이 끝나자 마자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기자양반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난 기자양반이 원하는 답을 내어줄 수가 없소."



취재란 것이 원래 늘 원하는 답을 듣는 일은 아니긴 하였으나 생각보다 단호한 노인의 반응에 A씨는 내심 당황했다.



"아, 어르신께선 반대하시는 입장이시군요?"



"반대하고 말고."



"음... 그러셨군요."



A씨가 할 말을 고르던 차에 노인은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마루에 놓여있던 밥사발을 들고는 막걸리를 붓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발을 들이킨 노인은 혀를 끌끌 차며 입을 열었다.



"요즘 군대는 어떤가 모르겠소만, 나 때는 별의별 가혹행위가 판을 쳤지. 그 가혹행위의 피해자인 내가 무슨 좋은 감정이 있다고 찬성을 해?"



"하지만, 제가 자라오면서 교과서나 미디어에서 본 바로는 과거 해병대는-"



"기자양반 올해 나이가 몇이요?"



A씨의 말을 자르고 노인이 돌연 묻자 A씨는 주춤했다. 노인이 던진 질문의 의도를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올해로 서른 둘, 20XX년 생입니다."



"20XX년 생이라... 그럼 해병대 해체되고 거의 이십년 후에 태어난 거겠구만?"



"예, 그런 셈이죠."



노인은 헛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저었다.



"어디 내가 한번 기자양반이 하려던 말을 마저 해볼까? 기자양반이 자라오면서 듣거나 봐온 해병대는 아마도 먼 옛날 베트남 전쟁에서의 해병대, 기자양반의 아버지 세대 쯤에 일어난 연평도 포격도발에서의 해병대 같은 그런 용맹하고도 참군인 이미지만 가득한 것이겠지?"



"예..."



A씨는 저도 모르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노인의 말대로였으니 말이다.



"물론, 맞는 말이야. 그 당시 그 역사적 사건들 속에서의 해병대는 실제로도 용맹하고도 우수한 군인들이었으니까 말이야. 근데 말이지, 그런 우수하고 훌륭한 참된 군인들이 가득한 해병대가 왜 이후 해체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대번에 답이 나오질 않는가? 그리고 기자양반도 해체된 이유를 모르진 않을텐데?"



"어딜가나 다 장단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듯이-"



"그 모두가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말, 나는 참 그 말이 여전히 이해가 되질 않아. 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고, 일부만 그렇다고들 하지. 그래서 우리는 항상 중립적인 의견을 견지해야 한다라고들 하는데, 단언컨대 내가 있을 때의 해병대는 명백히 공보다는 과가 많았어.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선임들의 가혹행위와 부조리, 온갖 사건 사고들...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는 내가 있었고 말이야."



다시금 A씨의 말을 자른 노인이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사이를 헤집으며 응시하는 그의 눈은 과거 젊은 시절을 회상하고 있는 듯 했다.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땅을 때리는 빗소리만 이어지고 있었다. 이윽고 노인은 더는 할말이 없다라는 듯 몸을 일으키고는 입을 열었다.



"기자양반이 봐온 해병대의 이미지는 가공된 거야. 대개 추하고 역한 사실은 의례 묻히고 덮여지기 마련이고 그 위에 보기 좋은 것들만 노출시키니까."



그러나 내뱉듯이 말하는 경멸스러운 어조와는 달리 노인의 표정에는 어딘가 씁쓸함이 여실히 묻어나오는 듯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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