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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문학] 국위선양

ㅇㅇ(49.174) 2023.06.10 12: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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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무더워지기 시작하는 6월의 어느 날.


황근출 해병과 박철곤 해병은 서울로 해병-워크샵(기열 싸제말로는 범죄현장 사전답사라고 한다)을 떠났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둘의 옷차림은 싸제복장 차림이었으니, 어찌된 영문일까?



"야 이 좆게이 새끼들아, 니들 이젠 서울까지 가서 지랄하려는거냐? 요즘 가뜩이나 해병대 이미지 씹창나서 안좋은데, 서울가서 또 뭔 짓을 하려고! 갈려거든 적어도 옷만큼은 제대로 입고 가! 이젠 하다하다 해병대 풍기문란 논란까지 일게 만들 수는 없으니까!"



황근출 해병은 자신과 박철곤 해병의 앞을 가로막고 여느 때처럼 찐빠를 놓던 어제의 황룡을 떠올렸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몇번이고 부활해서도 똑같이 자신들을 막아서며 똑같은 말을 늘어놓는 것이 평소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기에 비록 들을 가치조차 없는 기열의 말이라고 할지라도 이번만큼은 치욕스럽더라도 싸제 복장을 갖추어 입고 서울로 향한 것이었다. 아, 물론 해병대의 상징인 빨간 팔각모 만큼은 챙겨서 말이다.



"황근출 해병님, 이 옷에 피부가 닿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고 도저히 견디기가 힘듭니다.. 이래서야 제대로 된 워크샵이 가능할런지..."



박철곤 해병이 인상을 구기며 역겹다라는 듯 말하자 크게 생각이 다르지 않았던 황근출 해병도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음...! 나 또한 지금 당장이라도 이 더럽고도 추잡한 것들을 벗어던지고 싶으나 그럼에도 내가 인내하는 것은 기열 황룡에게도 우리 오도 해병들이 녀석의 빈축을 사지 않고도 무언가를 해내 보일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예? 아니, 그 기열찐빠 새끼한테 뭐하러 인정을 받으시고 보여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우리가 그놈의 눈치를 봐야할 이유가 전혀 없지 않습니까!"



이해할 수 없다라는 듯 묻는 박철곤 해병의 말에 황근출 해병은 고개를 저었다.



"나도 어제까지는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매번 찐빠를 놓는 그 놈의 말을 듣다보니 한번쯤은 그 놈의 입을 제 스스로 닫게 만들고 싶어지더구나. 매번 수육으로 만들어 입을 강제로 닫게 하는 것보다 그 놈 스스로 닫게 만들고 싶어졌다랄까.. 그 놈의 찐빠를 듣는 것도 이젠 지겨워. 어디 하루 이틀이어야 말이지."



비록 선뜻 이해는 되지는 않았으나 결심이 엿보이는 듯한 사뭇 진지한 표정의 황근출 해병을 보며 박철곤 해병도 그 진중한 분위기에 더는 말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때,



"Hello, Excuse me, Sir! Could you do me a favor? How do i to get to the Seoul Station?



"......?!"



웬 금발벽안의 외국인이 어느새 두 해병의 앞에 나타나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말로 말을 걸고 있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해병-우거지상(기열 싸제어로는 미소라 한다)을 지은채 있는 것이 여간 기열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두 해병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뭐라 말을 해야할지 필사적으로 쥐좆만한 두뇌를 굴리기 시작했다. 우선 지난 과거 사례들에 비추어 볼 때, 외국인이 먼저 이렇게 말을 거는 것은 둘 중 하나의 경우였다. 첫번째는 절대 다수의 확률로 자진입대를 신청하는 것, 두번째는 아주 지극히 희박하다 못해 없다시피 한 경우이긴 하나 길을 묻는 것.



이렇게 보면 이 외국인 역시 높은 확률로 자진 입대를 신청하는 것임이 확실해 보이긴 하였으나 돌이켜보면 늘 이렇게 데려온 외국인들을 보면서 황룡이 항상 찐빠("이젠 하다하다 외국인들도 납치해왔냐. 니넨 진짜 해병대의 수치다.")를 놓았다라는 기억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기열 황룡의 입을 스스로 닫게 만들어 더는 찐빠를 안내게 만들어 보자는 것이 이 두 해병의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이 외국인의 말을 통역해줄 1q2w3e4r!나 조조팔도 지금 없는데 그냥 가시죠."



그냥 귀찮다라는 듯한 박철곤 해병의 말에 황근출 해병은 무언가를 결심한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비록 지극히 적은 확률이기는 하나 이 외국인이 우리에게 길을 묻는 것일 수도 있지 않느냐. 만약 예전처럼 이 외국인을 자진입대 신청자라고 하여 부대로 데려간다면 황룡 그 놈이 또 빈정거릴 것이 눈에 훤하다! 난 더 이상 그놈의 그런 빈정거림을 듣기 싫고 말이지. 만약 우리가 이 외국인과 제대로 소통하여 원하는 바를 들어준다면 황룡 또한 더는 함부로 입을 놀리지 못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황근출 해병님께서 왜 그토록 황룡에게 신경을 쓰시는지는 완전히 이해는 못하겠지만... 황근출 해병님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저도 따르겠습니다. 그러면 일단 이 외국인이 하는 말을 통역하기 위해 1q2w3e4r!에게 연락해 보겠습니다."



그러고는 박철곤 해병은 쓰고 있던 팔각모를 벗고는 머리에 돌돌 말아둔 신경다발을 풀었다. 이는 얼마전 프로토스라고 불리우는 어느 기열 생명체와의 혈전 끝에 전리품으로 취한 것으로 비록 기열 생명체의 입에 담기도 싫은 신체부위이긴 했으나 염력만으로도 다른 전우들과 교신은 물론 교감까지 한다라는 기합스러운 면모가 있었기에 이를 높이 산 박철곤 해병에 의해 해병대에도 적극 도입이 장려되어 모든 해병들이 저마다 자신의 정수리에 신경다발을 감아둔 것이었다.



"새끼....미련! 어찌 닭을 잡는 일에 소를 잡는 칼을 쓰려 드느냐! 신경다발을 통한 교신은 극심한 체력소모를 야기하거늘! 좀 더 쉬운 방법이 있지 않느냐!"



그런 박철곤 해병을 보던 황근출 해병이 혀를 끌끌 차더니 일갈하였다.



"아....악! 죄송합니다! 송구스럽지만 혹시 어떻게 하면 될지 지도해주실 수 있으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이런 한심한 놈 같으니... 그냥 이 외국인을 포항으로 데려가면 될 것이 아니더냐! 지금 즉시 해병-투포환을 준비한다!"



옳거니! 황근출 해병의 말대로 정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이토록 간단한 것임을, 미련하게도 빙빙 돌아가려고 하다니!



박철곤 해병은 자신의 경솔함에 얼굴을 붉히며 기합차게 복명하였다.



"악! 알겠습니다!"



"Umm... hello? what are you doing? hey, sir! what the- what are you doing?!"



외국인은 별안간 나타난 밧줄로 자신을 칭칭 동여매는 박철곤 해병을 보며 대한민국 해병대의 후하고도 인간미 넘치는 친절이 과하여 부담스럽다는 듯 감사를 표하는 듯 하였고 황근출 해병은 흐뭇한 미소를 띈 채 감격스러워 하는 듯한 외국인에게 너무 부담 느낄 필요 없고 걱정 말라는 의미를 담아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어쩌면 낯선 땅에서 길을 헤메고 있을지도 모를 이방인에 대한 후한 배려와 온정의 손길이거늘, 무엇이 그토록 부담스럽단 말인가. 다만 어깨를 토닥이며 무언가 툭하고 부러지는 듯한 느낌이 들긴 하였으나 그냥 기분 탓이려니 하고 넘겼다.



그런 온정의 손길 덕분에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는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을 다 묶은 박철곤 해병은 손잡이로 남겨둔 밧줄을 부여잡고 이내 빙빙 돌리기 시작하였고 외국인은 빠르게 원을 그리며 뭐라 소리치고 있었다. 아마도 여전히 과한 친절에 대한 부담과 주위 시선에서 느껴지는 부끄러움 때문이었으리라.



이윽고 계속해서 원을 힘껏 돌리던 박철곤 해병이 밧줄에서 손을 놓자 외국인은 빠르게 하늘로 쏘아져 날아가기 시작하였고 점차 두 해병들의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아마도 곡사의 원리에 따라 그는 조만간 부대의 영내 어딘가에 안정적으로 착지할 것이고 그를 발견한 해병들에 인도되어 그의 말을 통역할 수 있는 조조팔이나 1q2w3e4r!의 친절한 안내를 받을 것이리라.



여전히 외국인이 떠나간 하늘의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박철곤 해병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은 황근출 해병이 말했다.


"철곤아, 비록 아직은 네가 나의 뜻을 이해하진 못하겠지만 우리는 이렇게 국위선양은 물론 대한민국 해병대의 위상을 드높이는 한걸음을 내딛은거다. 그는 우리의 이러한 배려와 친절을 기억하고 감사할테니 말이다."



박철곤 해병의 입가에도 미소가 피어올랐다.


선임의 깊은 뜻은 늘 오묘하고 헤아리기 어려운 법이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자랑스럽게 높은 하늘을 바라보는 두 해병의 뒷태는 오늘도 아름다웠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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